천장이 높은 식당

      2020.12.19 06:00   수정 : 2020.12.19 06:30기사원문

천장이 높은 식당/이정연/한겨레출판

[파이낸셜뉴스] '천장이 높은 식당'의 주인공 승연은 영양사지만 파견직이다. 심한 아토피를 앓는 아이도 돌봐야 하는 워킹맘에 이혼까지 앞두고 있다. 아이를 낳고 한동안 경단녀(경력단절 여성)로 지내다 남편의 가출로 결국 돈을 벌기 위해 사내 영양사로 일하게 됐다.

개인사도 힘든데 회사는 '설상가상'이다. 전임 영양사는 성추행을 당해 이의를 제기하다 쫓겨났고, 또 다른 대학생 인턴은 성추행을 견디다 못해 회사 고층에서 뛰어내려 자살한다. 돈 없고 힘 없는 파견직 영양사 승연은 사측이 원하는 인터뷰에 끌려가 외운 답을 말해야 하고, 정직원도 아니면서 여직원 노조 성명서에 서명을 해야만 하는 등 원치 않는 일상을 산다.

그래서 이 소설은 읽는 내내 불편할 수 있다. 우리가 어렴풋이 눈치는 채 왔지만 외면해왔을지 모를 파견직, 경단녀, 워킹맘, 이혼녀의 현실을 속속들이 간접 경험하게 한다.
이같은 불편함이 있는 소설은 한편으로는 우리 사회를 앞으로 나아가게 한다. 책은 '시대를 비추는 거울'이고, 이같은 소설은 우리가 회피해왔던 현실을 다시 한번 더 곱씹어보게끔 해서다. 소설 말미에 승연이 경쟁자 신유라와 손을 잡는다는 점에서 '약자들의 연대'에 대해서도 생각할 거리를 던진다.

저자는 작가의 말에서 "2018년, 미투와 갑질은 우리 사회의 최대 화두가 됐다. 문화계, 예술계, 일반 기업, 학계 곳곳에서 기다렸다는 듯 터지는 뉴스를 보며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면서도 "나는 또 바란다. '천장이 높은 식당' 속의 인물과 이야기가 낡고 오래된 것이 되기를. 지나간 시대를 회상하면서 이 소설이 읽힐 때가 오길 소망한다"라고 말한다.

저자는 지난 2017년 금호·문예중앙 신인문학상에 단편소설 '2405 택시'가 당선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천장이 높은 식당'은 작가의 첫 장편소설이다.
출간 전 한겨레문학상·세계문학상·제주4·3평화문학상에 최종 노미네이트된 바 있다.

nvcess@fnnews.com 이정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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