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행정부, 백신 안전성 홍보냐 특혜냐
2020.12.19 07:19
수정 : 2020.12.19 07:19기사원문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이 18일(이하 현지시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을 접종했다.
전날인 17일에는 낸시 펠로시(민주·캘리포니아) 하원 의장, 미치 매코널(공화·켄터키) 상원 공화당 대표가 백신을 맞았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아직 백신을 맞지 않았고, 영부인 멜라니아 여사는 백신 접종 여부가 알려지지 않았다.
펜스 부통령이 접종하면서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관계자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을 제외하면 가장 높은 서열의 인사가 접종을 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8일 트럼프 행정부가 '백신 접종 거부' 움직임을 누그러뜨리기 위한 솔선수범과 "행정부 인사들이 백신 접종 우선이라는 특혜를 받고 있다"는 비판 사이에서 어려운 줄타기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백신을 아직 맞지 않은 반면 펜스 부통령이 접종한 것은 특혜 비난을 피하면서 동시에 백신의 안전성을 보여주기 위한 양수겸장으로 보인다.
케일리 매커내니 백악관 공보실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백신을 맞을 것이지만 "미국인들에게 우리의 우선 순위는 가장 취약한 이들이라는 점을 보여주기를 원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미묘한 사안으로 인해 처신에 신중하기는 새로 들어서는 행정부도 마찬가지다.
미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는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과 부인 질 여사가 21일 공개된 장소에서 백신을 맞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당선인과 남편인 더그 엠허프는 올 연말에 접종할 계획이라고 인수위는 덧붙였다.
펜스 부통령의 이날 접종은 백신이 안전하다는 점을 강조하는 캠페인의 성격을 부각하듯 아이젠하워 정부청사에서 '안전하고 효과적'이라는 문구가 새겨진 펼침막 앞에서 진행됐다.
이날 접종행사는 생방송으로 중계됐고, 부통령 부인 캐런 여사와 공중보건국장인 제롬 애덤스가 펜스와 함께 백신을 맞았다.
애덤스 국장은 3명 모두 백신을 접종한 뒤 부통령을 향해 엄지 손가락을 들어올려 보였다.
애덤스는 흑인으로서 자신의 백신 접종이 갖고 있는 '상징적인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다면서 흑인 사회에 백신을 맞을 것을 호소했다.
그는 "믿음의 결여, 특히 유색인종 공동체내의 불신은 어떤 합당한 이유도 없다"고 밝혔다.
애덤스는 1972년까지 40년동안 미 정부가 앨라배마주 농촌 지역 흑인들을 상대로 한 '터스키기 매독 생체실험' 뒤 흑인들의 정부 불신이 높아졌다면서도 이후 제도가 개선돼 이제 당시와 같은 일은 벌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당시 미 정부는 매독에 걸린 흑인들을 치료하지 않고 그대로 두면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를 알아보기 위해 이들을 치료하지 않고 방치한 바 있다.
매독에 걸린 남성 399명, 걸리지 않은 남성 201명 등 흑인 남성 600명을 대상으로 시험이 시작됐고, 시험참가자들의 동의도 거치지 않았다.
이 비인간적인 생체실험은 백신 접종 거부 음모론의 바탕 가운데 하나로 자리 잡고 있다.
한편 미국내 코로나19 백신 접종은 14일 시작됐다. 1950년대 이후 가장 발빠르게 대규모로 이뤄지는 접종이다.
미 식품의약청(FDA)은 화이자와 독일 바이오앤테크가 공동으로 개발한 백신을 지난주 승인했고, 조만간 모더나가 개발한 백신도 승인할 전망이다.
이달 중 약 4000만회분이 접종될 계획이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