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운전 단속 현장서 '줄행랑' 경찰 간부…처벌은 어렵다?

      2020.12.20 07:01   수정 : 2020.12.20 11:23기사원문
경찰관들이 음주단속을 진행하고 있다.2020.12.8 /뉴스1 © News1 정진욱 기자


경찰관들이 음주단속을 벌이고 있다. 2020.9.14/뉴스1 © News1 김기태 기자

(광주=뉴스1) 정다움 기자 = 술을 마시고 운전을 하다 음주단속 현장에서 두 차례나 도주한 광주지방경찰청 소속 경찰 간부의 처벌 수위에 관심이 모아진다.



경찰이 술 마시는 모습이 담긴 폐쇄회로(CC)TV를 확보했고, 해당 간부도 뒤늦게 음주운전 사실을 시인했지만 정작 법적 처벌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20일 광주경찰청과 광산경찰서에 따르면 경찰은 지난 7일 광주 북구 양산동 음주단속 현장에서 도주한 경찰 간부 A씨에 대해 전면 재조사를 하고 있다.


광주경찰청은 A씨가 북부서 소속이라 '제 식구 감싸기'라는 비판을 의식해 사건을 광산경찰서로 넘겼다.

광산서는 당초 사건을 접수한 북부서 수사 자료와 별개로 전면 재조사를 하고 A씨에게 적용 가능한 모든 혐의에 대해 법리 검토를 하고 있다.

경찰이 수사한 사건 전말은 이렇다.

북부서 지구대 소속 경위 A씨는 지난 7일 오후 10시35분쯤 북구 양산동 한 음주단속 현장에서 단속지점 50m를 앞두고 불법 유턴을 해 도주했다.

현장에서 500m가량 도주한 A씨는 뒤쫓아온 경찰에 붙잡혔고 경찰관과 함께 순찰차로 음주측정 장소까지 이동했다. 음주단속 현장에 도착한 A씨는 순찰차에서 내리자마자 경찰 사이를 비집고 다시 한번 도주했고 도주 과정에서 5m 높이의 옹벽 아래로 뛰어내려 추격을 따돌렸다.

경찰은 차량 내부 소지품과 차량 번호를 조회해 A씨의 신원을 특정한 후 거주지로 찾아갔지만 A씨가 귀가하지 않아 사건 당일 음주 측정을 하지 못했다.

A씨가 휴대전화를 차에 두고 도주하면서 GPS 추적도 하지 못해 신병도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A씨는 도주 10시간만인 다음날 오전 8시30분쯤 북부 경찰서에 출두했지만 사건 발생 후 시간이 꽤 흘러 음주 측정값은 '0%'로 나왔다.

경찰은 음주단속 현장에서 필사적으로 도주한 점 등을 들어 A씨를 '음주 의심자'로 보고 관련 수사를 벌였다.

경찰이 현재까지 A씨에게 적용 가능한 혐의와 범법행위는 총 5가지다.

적용 가능 혐의는 Δ도로교통법 위반 및 음주운전 Δ음주측정 불응죄 Δ도주죄 Δ공무집행방해죄 등 4건, 범법행위는 Δ불법 유턴·중앙선침범·불법주정차 등 교통법규 위반 1건이다.

하지만 각 혐의를 적용하기 위해 필요한 구성요건이 대부분 충족되지 않으면서 수사를 진행 중인 경찰들의 고심도 깊어지고 있다.

먼저 도로교통법 위반 및 음주운전 혐의는 입건은 가능하나 처벌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음주단속 현장에서 달아난 A씨는 도주 10시간만에 경찰서로 출두, 음주 측정에서 혈중알코올농도는 '0%'를 기록했다.

경찰은 위드마크 공식을 통해 사건 발생 당시 A씨의 혈중알코올농도를 산출한 후 여러 정황과 증거를 토대로 음주운전 혐의로 입건하겠다는 입장이다.

위드마크 공식은 음주운전을 했지만, 시간이 지나 혈중알코올농도가 낮게 측정되거나 값이 나오지 않을 경우 음주운전 당시의 혈중알코올농도를 역계산 하는 방법이다.

하지만 위드마크 공식을 통해 산출한 혈중알코올농도 수치는 법원에서 음주운전 혐의의 공식적인 증거로 채택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대법원 판례에서도 '증거로 인정되지 않는다'고 밝혀 입건은 가능하나 처벌은 면할 것으로 보인다.

음주측정 불응죄는 단속 경찰관이 15분 동안 5분 간격으로 측정 요구를 3회 이상 했으나 거절할 경우 적용할 수 있다.

A씨는 단속 경찰관이 측정 요구를 고지하기도 전에 도주해 혐의 적용 대상에서 벗어났다.

음주단속은 통상 단속 경찰관이 음주 감지기로 음주 여부를 1차 확인하고, 음주가 감지되면 차에서 내려 음주측정기로 음주 수치를 측정한다.

A씨는 음주 측정 전 진행하는 음주 감지도 실시하지 않아 음주측정 불응죄로 볼 수 없다는 것이 경찰의 설명이다.

도주죄 역시 혐의 적용이 쉽지 않다.

도주죄는 미란다원칙 고지 후 A씨의 신병이 확보된 상태였다면 적용할 수 있지만, 신병 확보 전 도주하면서 혐의 적용이 어렵게 됐다.

경찰 관계자는 "1차 도주 후 음주 측정 현장으로 이동하는 과정을 현행범 체포나 임의동행이라고 볼 수 없기에 도주죄의 구성요건에 성립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공무집행방해 혐의도 적용하기 어렵다.

A씨가 2차 도주 과정에서 단속 경찰관들의 양팔을 뿌리쳤지만, 경찰관들이 상해를 입지 않았고 당초 감지기를 통해 음주 사실을 적발한 상황도 아니라 혐의 적용이 어렵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도주 과정에서 저지른 불법유턴·중앙선침범·불법주정차 등의 교통법규 위반 행위로도 처벌이 어렵다.

불법주정차에 대한 단속 권한은 구청에 있고, 불법유턴과 중앙선침범 등 교통법규 위반의 경우 인명 피해나 물피 사고가 발생하지 않으면 공소권이 없는 단순 범칙금 부과 대상이기 때문이다.


광산서 한 관계자는 "수사가 진행 중인 사안인 만큼 자세한 내용은 밝히기 어렵다"면서도 "'제 식구 감싸기'라는 말이 나오지 않도록 적용 가능한 모든 혐의에 대해 적극적으로 법리를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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