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S’로 3개월 시간 벌어… ‘매각’ 실낱 희망 살릴 수 있을까
2020.12.21 18:00
수정 : 2020.12.21 21:24기사원문
글로벌 자동차업체들의 내수시장 공략 속에 코로나19에 따른 충격까지 겹치며 쌍용차의 입지를 흔들었고 누적된 적자는 결국 대주주인 마힌드라가 백기를 드는 상황에까지 이르렀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들은 "쌍용차의 운명을 섣불리 예측하기 어렵다"면서도 정부와 마힌드라 간의 줄다리기가 시작될 것으로 내다봤다.
■15분기 연속적자…마힌드라 '백기'
21일 중국에 이어 인도 업체에까지 매각되면서 끈질기게 버텨왔던 쌍용차가 11년 만에 다시 법정관리를 신청하자 자동차업계는 큰 충격을 받았다.
올해 하반기 티볼리에어에 이어 올뉴렉스턴을 출시하며 힘겨운 반격을 시작했던 쌍용차가 결국 손을 들고 말았기 때문이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쌍용차가 몇몇 히트모델로 시장을 유지해왔지만 코로나19로 인한 경쟁 심화로 갈수록 버티기 어려워졌다"면서 "전동화가 급속도로 진행되는 상황에서 미래 경쟁력을 담보하기도 쉽지 않았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쌍용차는 올해 1·4분기 영업손실 986억원, 2·4분기 영업손실 1171억원, 3·4분기 영업손실 932억원을 기록하며 올해 3분기 누적 적자만 3089억원에 달했다. 올들어 누적 판매량도 9만6825대로 지난해 12만2312대에 비해 20.8% 줄었다.
4·4분기 들어 내수와 수출이 회복세를 보이며 올 들어 처음으로 판매실적이 1만1000대를 넘어서기도 했지만 채권단의 기대치에는 못미쳤다. 특히 15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한 상황에서 1조5949억원에 달하는 부채는 쌍용차의 발목을 갈수록 무겁게 만들었다. 대주주인 마힌드라가 쌍용차에 더 이상 추가투자를 하지 않겠다고 밝힌 것도 쌍용차에 대한 기대감을 희석시킨 것으로 보인다. 대주주가 사실상 손을 떼겠다고 밝힌 상황에서 매각 이외에는 답이 없었다.
■기업회생 후 새주인 찾기 가능할까
쌍용차는 법정관리 개시 전에 채권단 및 투자자와의 협상을 마무리짓고 현재의 유동성 문제를 해결한다는 계획이지만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와 채권단이 부정적인 입장인 데다 그동안 새 투자자 유치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쌍용차는 미국의 자동차유통회사 HAAH와 매각을 추진했지만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했다. HAAH는 쌍용차 인수대금으로 3000억원가량을 제안했지만 대주주인 마힌드라와의 협상이 진전을 보이지 못하면서 교착상태에 빠졌다. 하지만 이날 법정관리를 신청하면서 매각작업도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됐다.
쌍용차가 새로운 주인을 찾기 위해선 정부가 회생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하지만 올해 기간산업안정기금 지원 대상에서 쌍용차를 제외하며 선을 그었던 정부가 자세를 바꿀지는 미지수다. 마힌드라가 쌍용차에 추가 지원을 하지 않겠다며 공개적으로 압박을 해왔지만 정부와 채권단은 이렇다할 대응을 하지 않았다.
다만 5000여명에 달하는 쌍용차 직원뿐만 아니라 수만명의 협력업체 직원들까지 고려할 수밖에 없다는 점은 정부 입장에서도 부담이다. 법정관리에 들어갈 경우 구조조정을 통한 비용과 부채 축소가 필요하지만 이 과정에서 진통은 불 보듯하다.
특히 코로나19로 인해 정부가 특정기업의 이슈에 집중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과거와 같은 적극적인 개입은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cynical73@fnnews.com 김병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