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리 입에서 나온 '의대생 구제'··· 논란 일파만파

      2020.12.22 14:03   수정 : 2020.12.22 15:12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정세균 국무총리가 '의사 국가고시를 거부한 의대생들을 구제할 수 있다'는 발언을 두고 논란이 거세다.

의료계는 대체로 찬성한다는 입장이지만 여당은 여론을 고려해 신중하게 접근한다는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다른 국가시험과의 형평성은 물론 국가운영 기본원칙에도 어긋난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총리 입에서 나온 '의대생 구제' 가능성
22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의사국시 재시험 반대’ 청원이 또 다시 올라왔다. 올해만 4번째 청원이다.


작성자는 “지난번 코로나 비상시국에 환자를 볼모로 한 의료파업에 대한 정서는 그대로”라며 “국민들은 불공정한 의사만의 국시 재시험에 분명히 반대한다”고 강조했다.

작성자는 이어 “국민들이 피해가 없어 단체행동 하지 않는 게 아니다”며 “수능시험 때 교사실수로 종료 종이 일찍 울려 시험망친 수능생들도 구제 못했고 강제 영업정지로 직원들 인건비와 임대료 손실 보상도 제대로 받지 못한 채 정부 지침에 협조하는 국민들이 대다수”라고 말했다.

의대생들은 지난 9월 공공의대 신설 및 의대정원 확대 등 정부의 의료개혁에 반대해 수업과 국시 거부에 나섰다. 전국 40개 의과대학 본과 4학년생들이 참여한 집단행동에 정부가 두 차례나 신청기간을 연기하는 특혜를 줬지만 최종 응시자는 총 대상자 3172명 중 446명(14%)에 그쳤다.

“응시할 의사가 있다”는 짤막한 성명만 내놨던 의대생들 대신 주요 병원장이 나서 구제를 호소하기까지 했다. 주요 의대 학장들 모임과 대한의사협회에서도 의대생을 구제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냈다.

정치권에선 여권 내에서도 의대생 구제를 찬성하는 입장이 적지 않다는 주장이 나왔지만 뜨거운 여론 앞에 먼저 구제주장을 내놓은 이는 그간 아무도 없었다.

지난 20일 정 총리가 “국민 여론이 바뀌는 것 같다”며 “여론 때문에 굉장히 신중한 입장이었는데 조만간 정부가 현실적인 여러 가지 상황도 감안해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힌 대목은 시사점이 크다. 일찌감치 풍문으로 떠돌던 의대생 구제 가능성이 총리 입에서 확인됐기 때문이다.

문제는 국민 여론이 바뀌고 있다는 근거를 구체적으로 제시하지 않고 총리가 구제 가능성을 언급한 데 있다. 국시가 치러진 직후 국회 여론조사에서도 의대생 구제를 반대하는 여론이 크게 높았고, 수차례 올라온 청와대 국민청원에도 뜨거운 반대여론이 확인된 바 있다.


■다른 국가시험과 형평성 '어떡하나'
의대생 구제가 코로나19 확산 국면에서 큰 영향이 있으리란 보장 역시 없다. 코로나19 확산 국면에서도 사투를 벌이고 있는 다수 간호사 등 의료인 역시 의대생 구제가 방역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사실을 언급하기도 했다.

오히려 레지던트와 인턴의 노동력에 의존해온 의료기관이 그릇된 시스템을 재정비할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지적까지 나왔다.

다른 국가시험과의 형평성 문제도 나올 수 있다. 특히 진실화해위원회가 10여년 전 불합격 취소 처분을 권고한 전두환 정권 당시 시위이력을 이유로 행정고시 면접에 탈락한 피해자 구제문제가 대표적이다.

백종섭 전 대전대 교수와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 등 5명은 80년과 81년 행정고시에 각각 합격했으나 1980~82년까지 면접에서 거듭 탈락했다. 윤 회장은 1,2차 시험 차석 합격생이었음에도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1981년 두 번째 3차 면접에서 탈락한 뒤 이를 비관해 목숨을 끊은 고 박문화씨 동생 박문석씨가 2006년 진실화해위원회에 진정을 넣고 위원회가 조사에 나선 뒤에야 시위이력으로 국가가 응시자를 탈락시킨 사실이 확인됐다.
위원회는 피해자들에 대한 사과와 불합격 처분 취소를 권고했다.

정부는 현재까지 행시 불합격 피해자 구제를 않고 있다.
독재에 항거하다 부당하게 탈락해 정부기관이 처분 취소를 권고한 이들조차 구제하지 않은 정부가 원칙을 어겨가며 의대생을 구제해선 안 된다는 비판이 나오는 배경이다.

pen@fnnews.com 김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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