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 개인, 가난한 정부'...日가계 금융자산 2.3경·국가빚 1.3경

      2020.12.22 15:13   수정 : 2020.12.22 15:48기사원문

【도쿄=조은효 특파원】 '개인은 부자인데, 국가는 가난하다.'
최근 일본에서 개인과 국가간에 '부의 역전' 현상이 극명해 지고 있다. 일본 개인의 금융 자산이 사상 최고인 2경3505조원까지 치솟았다.

장래 불안감 속에 지갑을 닫고, 저축에 골몰한 결과다. 일본 기업도 현금성 자산을 사상 최대로 불리며, 위기 대응을 위한 방파제를 쌓아올렸다.
반면, 일본 정부의 내년도 국가 부채는 사상 최대인 약 1경3000조원대를 예고, 재정건전화를 향한 퇴로가 보이지 않고 있다.

22일 일본 중앙은행인 일본은행(BOJ)의 '2020년 7~9월 자금순환통계(속보치)'에 따르면 지난 9월 말(3·4분기 말)현재 가계가 보유한 전체 금융자산은 전년 동기 대비 2.7%증가한 1901조엔(약 2경 3505조원)으로 집계됐다. 사상 최고치다.

또 전체의 54.4%를 차지하는 개인의 현금·예금 자산 보유액도 전년 대비 4.9%증가하며 1034조엔(1경1076조원)으로 이 역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경기 전망에 대한 경계감이 커지면서 저축이 증가한 것이다. 이 가운데 현금은 97조4000억엔(1043조9400억원)으로 전년 대비 5.8%증가했다. 요미우리신문은 "일본은행의 대규모 금융 완화로 제로금리 수준으로 0%금리가 지속되면서 은행이 아닌 집에서 현금을 보관하는 '장롱 예금'이 증가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예금도 4.8%증가한 937조엔(1경40조원)이다.


가계의 주식 보유액은 전체의 9.5%로 181조엔(1939조원)이다. 지난 3월 말(1·4분기) 코로나 펜데믹(전세계적 확산)공포 속에 주식시장이 급락하며, 개인이 보유한 주식보유액이 15.6%급감했으나, 점차 주가가 회복되면서 9월 말에는 감소폭이 전년비 1.8%에 그쳤다.

일본의 부자 개인들은 대부분 노인층이다. 개인 금융 자산의 대략 55~60%는 65세 이상 고령자들이 보유하고 있으며, 55세 이상은 무려 75%나 된다. 막대한 현금 자산을 기반으로 국제 외환시장의 큰 손으로 군림한 '와타나베 부인'들이 노인이 된 것이다. 최근 세계 4대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블랙스톤그룹이 도쿄지사를 설립하고, 일본의 '슈퍼 리치(초부유층)'를 겨냥한 상품 출시에 나선 것도 부자 노인들의 '장롱 예금' 등을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기업들도 '현금·예금'을 309조엔(3311조원)으로, 대출역시 458조엔(4908조원)으로 사상 최고를 기록했다. NHK는 경기 전망에 불확실성이 강해지면서 가계와 기업 모두 수중 자금을 확대한 것이라고 전했다.

가계와 기업이 돈 모으기에 나선 반면, 일본 정부는 아베 정권 때인 2013년부터 본격화된 재정·금융을 총동원한 양적완화 정책으로 내년도 말 국가 부채가 역대 최대인 1209조엔(1경2889조원)에 이를 것으로 관측된다.
일본의 연감 국내총생산(GDP)의 2배가 넘는 것이어서 재정 악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다만, 이 빚의 88%이상은 일본 국내에서 소화됐으며, 12%정도만 외국 금융기관(외채)등에서 들고 있어 과거 한국이 겪었던 국제통화기금(IMF)구제금융 사태와 국가부도 가능성은 떨어진다는 게 중론이다.
그럼에도 과연 언제까지 국가 빚을 무한정 늘릴 수 있을지, 불안감은 날로 커지고 있다.

ehcho@fnnews.com 조은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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