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 삭제된 서식 사용한 보훈병원 의사 피소

      2020.12.24 10:00   수정 : 2020.12.24 09:59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국가유공자 신체검사를 담당하는 보훈병원 의사가 피소돼 경찰 수사를 받고 있다. 개정돼 삭제된 신체검사표를 사용했다는 게 이유다.

고소인이 재심판정 당시 법에 정해진 위원회가 아닌 부산지방보훈청 차원에서 비해당 결정을 내렸다고 주장하는 상황에서 수사결과에 관심이 쏠린다.



이번에 피소된 의사 외에도 다른 보훈병원 의사 1명이 더 피소돼 타 경찰서에서 수사를 받고 있는 상태다. <본지 11월 30일자 28면 참조>


■경찰, 보훈병원 의사 문서위조 수사
24일 경찰에 따르면 서울 수서경찰서는 중앙보훈병원 의사 A씨가 사문서위조 등의 혐의로 피소된 사건을 조사 중에 있다.

A씨는 지난 2014년 12월 부산보훈병원 근무 당시 국가유공자 상이판정 신체검사 재심 신검인으로 고소인 유모씨를 검진했다. 당시 A씨는 국가유공자법에 따라 법정된 서류 대신 2012년 6월 29일부로 삭제된 양식을 사용한 혐의를 받는다.

관련법은 2012년 6월까지 신체검사표를 통해 국가유공자 신청자를 검진하도록 했다.
이 서류엔 전문의 소견을 짧게 적도록 하는 외엔 자세한 판정기준과 소견을 적기 어려웠다.

이에 국가보훈처는 법을 개정해 신체검사표를 폐기하고 대신 신체검사문진표와 신체검사 의사 소견서를 적도록 했다. 문진표엔 수검자가 제시한 진단서, X-ray, MRI·CT, 임상병리 검사표, 기타자료에 대해 항목별로 소견을 기재하도록 했다. 판정기준이 명확히 드러나지 않아 의사의 자의적 판단이 작용할 수 있다는 비판에 대응한 조치다.

소견서엔 신검대상자와 의사소견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를 담아 국가유공자 대상 판정을 하는 보훈심사위원장에게 보내도록 명시했다.

문제는 A씨가 유씨를 등급기준 미달로 판정하는 과정에서 2년 전 폐기돼 더는 사용되지 않는 구법 서식을 사용했다는 점이다. 국가보훈처 상이판정시스템 상엔 유씨 재심 판정 당시 신체검사문진표와 의사 소견서가 올라와 있지 않은 상태다.

특히 소견서는 보훈심사위원회에서 상이등급을 판정하는데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재심에서 비해당 결정을 받은 데 김씨의 부적절한 행위가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는 게 유씨의 주장이다.


■위원회로 보냈는지 관심 집중
소견서에 문건 수신자로 보훈심사위원회위원장이 명시돼 있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부산보훈청 공무원 2명이 유씨에게 2장짜리 재심신청서를 1장으로 압축해 작성토록 한 사건은 부산지검이 들여다보고 있는 상태다.

압축 과정에서 생략된 내용은 보훈청이 보훈심사위원회에 서류를 보내 위원회가 최종 심사한다는 안내문인 것으로 파악됐다. 만약 위원회에 서류가 발송되지 않았을 경우 위법을 의심할 수 있는 대목이다.

경찰은 A씨가 작성한 서류는 공문서에 해당하지만 A씨가 공무원이 아니므로 사문서위조 혐의가 적용 가능한지 여부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보훈병원의 또 다른 의사도 피소돼 수사 중에 있다. 해당 의사는 신체검사 과정에서 신검대상자가 제출하지 않은 X-ray와 MRI를 근거로 국가유공자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고 서류를 작성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유씨는 2008년 육군 15사단에 입대해 복무 중 허리를 다쳐 추간판 탈출증을 앓고 있다. 유씨는 전역한 뒤인 2010년 8월 부산보훈청에서 국가유공자 등록신청을 했으나 보훈심사위원회에서 자격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판단을 받았다.

이에 2011년 행정소송을 제기해 2014년 항소심에서 처분이 부당하다는 취지의 일부 승소판결을 받았다. 판결은 최종 확정됐다.


유씨는 부산보훈청으로부터 재심 신체검사를 해야 한다는 안내를 받고 그에 따라 절차를 밟았으나 다시 신체검사에서 탈락했다.

pen@fnnews.com 김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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