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국방물자생산법

      2020.12.24 18:20   수정 : 2020.12.24 18:20기사원문
스티븐 소더버그 감독이 2011년에 만든 미국영화 '컨테이젼'은 사람이 하루에 최대 3000번 손으로 얼굴을 만지고, 그 손에 묻은 바이러스가 문 손잡이와 버튼을 통해 주변을 감염시키는 감염의 문제를 그리고 있다. 그러나 이 영화의 메인 프레임은 백신개발과 백신확보를 둘러싼 인간의 사투에 맞춰져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영화에서 백신은 133일 만에 개발된다.

정부는 부족한 백신을 공정하게 공급하기 위해 태어난 달과 날짜가 적힌 공 추첨방식을 시행하지만 결국 백신은 특권층과 부유층이 선점하게 된다. 백신 접종 순서에서 밀린 사람들은 불안에 떨고, 가짜백신과 백신 약탈범죄가 횡행한다는 내용이다.

세계는 백신전쟁 중이다. 요즘 국가의 위상은 백신을 접종한 나라, 백신을 확보한 나라, 구매계약을 맺은 나라, 확보하지 못한 나라로 등급이 나뉜다는 얘기가 나돈다. 이 와중에 미국이 '백신 싹쓸이'에 나서 빈축을 사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접종을 원하는 미국인이 모두 맞은 후에야 백신을 수출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미국은 2억명이 맞을 수 있는 4억회분의 백신을 이미 확보하고 있지만 혹시나 모를 백신부족 사태에 대비 1억회분을 추가로 확보하기로 했다는 소식이다.

미국은 자국민용 화이자 백신을 추가 확보하기 위해 국방물자생산법(Defense Production Act)을 발동할 예정이다. 국가가 필요로 하는 물품을 민간업체에 생산할 수 있도록 명령할 권한을 대통령에게 준 '어마무시한' 법이다. 이 법은 1950년 한국전쟁 발발 당시 해리 트루먼 대통령 시절 제정됐으며, 한국전쟁 지원에 요긴하게 쓰였다.
지난 4월 3M 마스크 수출금지 조처를 비롯해 50차례 이상 쓰였다고 한다.

국내에서는 주한미군과 카투사, 군무원 등 3만여명이 빠르면 연내 백신접종 혜택을 누릴 모양이다.
그러나 만에 하나 미국의 국익을 우선시하는 이 법의 발동이 우리의 화이자 백신 1000만명분 확보와 공급 시기에 악영향을 미친다면 어떻게 될지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joo@fnnews.com 노주석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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