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렉시트 4년간의 대장정 종착
2020.12.24 23:53
수정 : 2020.12.24 23:53기사원문
올해 1월 말 영국은 EU에서 탈퇴했지만, 향후 미래관계 협상이 마무리되지 않아서 연말까지 사실상 유예기간을 가져왔다.
영국과 EU는 이달 말 기한을 앞두고 '노딜 브렉시트'를 막기 위한 긴박한 합의를 이뤄냈다. 영국 의회와 EU의 비준만 남겼다. 의회 비준도 순탄하게 통과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24일(현지시간) BBC에 따르면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우르줄라 폰 데어 라이엔 EU 집행위원장과 최종 협상을 끝내고 브렉시트 미래관계 협상을 타결했다.
■막판 이견 '어업권'서 극적타결
양측은 미래 관계 협상에서 △어업권 △공정경쟁 조건 △분쟁해결 방식을 놓고 이달까지 대립했다. 폰 데어 라이엔은 지난 16일 발표에서 분쟁해결 방식 문제는 거의 타결되었다고 밝혔고 이틀 뒤 존슨은 공정경쟁 조건 역시 일정부분 합의를 봤다고 말했다.
문제는 어업권이었다. 영국내 브렉시트 지지자들은 어업을 주권의 상징으로 보면서 합의안에 영국의 수역과 어선들이 우선이라는 내용을 포함시켜달라고 요구했다.
이에 EU는 자유무역협정의 조건으로 회원국들이 영국 영해에서 조업을 하고 동등한 대우를 해줄 것을 요구해왔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영국 영해의 어획량 60%를 유럽 대륙에서 가져간다며 프랑스와 네덜란드 등이 어업 문제에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고 전했다.
앞서 영국은 1973년 EU 전신인 유럽경제공동체(EEC) 가입 이후 자국 수역에서도 EU 공동어업정책에 따라 총어획량이나 할당량 등을 배분받았다. 영국은 EU를 탈퇴한 만큼 새로 체결할 어업협정에서는 영국 어선의 어획량 할당치를 대폭 늘려달라고 요구해왔다.
이와 관련해 미셸 바르니에 EU 브렉시트 수석대표는 내년 1월 1일 이후 영국의 할당량을 15∼18% 확대하는 방안을 제시했지만, 영국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버텼다.
FT는 양측의 대립이 지난 21일 존슨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전화 이후에 반전됬다고 보도했다. 통화 당시 존슨은 EU집행위원회가 협상을 주도하고 있는 것을 영국이 수용한다고 밝혔다. 이에 마크롱은 영국내 변종 코로나19 확산으로 끊긴 영국과 프랑스의 해운이 재개되도록 돕겠다고 말했다.
■영국 의회, 즉시 비준절차 돌입
지난 2016년에 6월에 국민투표로 브렉시트를 결정했던 영국은 2차례 정권 교체를 거치고 나서 지난해야 겨우 브렉시트 협정을 완성했다. 영국은 올해 1월 말에 EU를 탈퇴했으나 이달 말까지 이행기간을 설정하고 기존 EU 규정을 지키면서 EU 단일시장에 잔류한 상태다.
영국은 이행기간 종료 이후 미래관계 협상을 위해 EU와 계속 협상을 벌였으나 기한 종료를 약 1주일 앞둔 상황까지도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존슨은 지난 9월부터 EU와 합의가 결렬되면 무역 합의 없이 EU에서 분리되는 (No deal·노딜) 브렉시트를 강행하겠다고 밝혔다.
EU는 협상 타결이 선언된 24일부터 회의를 소집해 협상 비준 절차를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 27개 회원국의 언어로 법률을 번역하고 검토하는 데 약 일주일이 소요될 전망이다. EU는 영국의 전환기 종료일이 임박한 점을 고려해 1월 1일부터 미래관계 협상을 임시로 허용한 뒤 나중에 비준 절차를 거칠 전망이다.
영국 하원은 현재 성탄절을 앞두고 휴회에 들어갔으나 26일에 긴급 소집돼 미래관계 협상 승인 표결을 진행할 예정이다. 영국 노동당의 힐러리 벤 하원의원은 24일 BBC에 출연해 "의회가 이번 합의를 승인할 것이 거의 확실하다"고 자신했다. 그는 표결이 다음주에 진행될 수 있다며 EU와 추가로 논의해야 할 내용이 많다고 강조했다.
이날 영국 파운드 가치는 노딜 브렉시트 위기가 걷히면서 약 2년 반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파운드 가치는 전날보다 0.9% 올라 1파운드당 1.3617달러를 나타냈으며 2018년 4월 이후 가장 높았다.
영국의 FTSE100 지수도 0.1% 올랐으며 범유럽 지수인 Stoxx600 지수도 0.3% 상승했다. 다국적 투자업체 아문디의 크리스티나 마티 유럽 중소주·국가 전략 대표는 "투자자들이 드디어 2021년도의 주요 불확실성이 명쾌해지는 것을 느꼈다"고 평가했다.
pjw@fnnews.com 박종원 윤재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