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원전 도그마에 빠진 전력수급계획
2020.12.28 18:00
수정 : 2020.12.28 18:00기사원문
제9차 전력계획안의 맹점은 '에너지정책 합리화를 추구하는 교수협의회'(에교협)의 성명에서 고스란히 드러난다. 에교협은 지난 24일 산업부 공청회를 앞두고 "재생에너지 증설에 따른 비용이 산정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탈원전에 따른 전력요금 인상 요인을 숨겼다는 뜻이다. 온실가스 저감을 위해 석탄 대신 LNG 발전을 증설하기로 한 대목도 윗돌을 빼 아랫돌을 괴는 꼴이란 비판을 자초했었다. LNG 발전 또한 원전의 50배가량 탄소를 내뿜는 데다 발전단가가 비싸 전기료 인상이 불가피해서다.
계획대로라면 2034년까지 태양광 발전은 현재의 3배 이상, 풍력은 14배 가까이 늘어난다. 원전과 석탄 발전을 줄이는 만큼 15.8% 수준인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40.3%로 끌어올린다는 시나리오다. 그러나 이 경우 서울 여의도 면적의 170배 땅이 소요된다. 좁은 국토에 지금도 환경문제로 태양광·풍력이 주민 반발에 맞닥뜨린 현실을 감안하면 탁상공론으로 비친다. 이로 인해 펑크 날 소지가 큰 2034년 102.5GW란 전력 목표수요를 가스발전으로 메운다손 치더라도 문제는 남는다. '2050년 탄소중립'이란 또 다른 어젠다를 충족하려면 2050년까지 LNG 발전소를 닫아야 하는 탓이다.
우리처럼 2050년 탄소중립을 천명한 일본의 선택이 그래서 타산지석이다. 일본 정부는 "온실가스를 0으로 줄이려면 원전이 필수"라며 노후 원전을 대체할 차세대 원자로 개발을 추진 중이다. 애초 문재인정부가 원전의 안전성을 문제 삼아 탈원전 기치를 들었다면 비과학적 선택이었다. 문 대통령은 "후쿠시마 원전사고로 총 1368명이 사망했다"고 했지만, 쓰나미 피해자가 대종이었고 방사능에 오염된 사망자는 없어서다.
그렇다면 탈원전을 상수로 둔 에너지믹스정책은 곤란하다. 정부가 이를 '답정너'(답은 정해졌으니 넌 따라만 해)식으로 밀어붙이면 전력수급과 탄소중립이란 두 마리 토끼를 다 놓칠 수밖에 없다는 고언을 경청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