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P2P 대출은 사라졌지만 수백만명 피해 '사회불안'
2020.12.29 15:47
수정 : 2020.12.29 15:47기사원문
【베이징=정지우 특파원】중국 정부가 P2P 대출 플랫폼 규제에 나선 이후 수백만명의 피해가 회복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들 피해자들이 투자금 반환을 위한 행동에 나서면서 사회 불안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29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에 따르면 중국 은행 규제기관은 지난달 P2P 대출과 관련한 모든 플랫폼을 중단했다고 발표했다.
P2P대출은 불특정 다수로부터 돈을 모아 대출을 원하는 사람에게 돈을 빌려주는 인터넷 금융거래 서비스를 말한다.
중국의 P2P 대출 플랫폼은 14년 전에 처음 시작된 이후 폭발적인 성장을 기록해 1만개 이상의 업체가 성업하기도 했다. 전성기 때 이들 업체들의 연간 거래액은 3조 위안(약 502조원)에 달했다.
2006년 출범한 세계 최초의 P2P 대출 업체 중 한 곳인 크래딧이지는 2015년 12월 뉴욕 증권 거래소에 상정됐으며 주가는 2017년 10월 한때 50달러는 넘어서기도 했다. 현재는 3달러 수준이다.
하지만 대출사기, 불법자금 조달 등 부작용이 잇따르면서 2017년 말 중국 당국이 규제에 나섰고 대부분 업체는 시장에서 사라졌다. 올해 8월 기준 남아 있는 P2P 대출 업체는 15곳이다. 2년 전 2835곳에 비해 99.5% 가량 감소했다. 지금은 이마저도 모두 없어졌다고 중국 당국은 주장했다.
문제는 P2P 대출 업체가 정리됐어도 이곳에 투자한 수백만명의 피해자 고충은 해결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규제 당국은 8월 시점으로 8000억위안(약 134조원)의 투자금이 아직 회수되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투자자들은 연간 두 자리 수의 수익을 약속하는 투자 계획에 솔깃해 자금을 P2P 대출업체에 넣었다. 1년 은행 예금 금리인 1.75%에 비해 매력적일 수밖에 없었다. 이런 P2P 플랫폼 투자자의 약 56%가 급여 근로자이며 월소득이 5000위안(약 84만원)~1만위안(168만원) 사이의 서민층이다.
투자자들은 여전히 투자금 반환을 요구하고 있으며 경찰 신고와 법적 소송, 거리 시위까지 가능한 방법을 모두 동원하고 있다고 SCMP는 전했다. 2년 전에는 수천명의 피해자들이 규제 당국이 있는 베이징 금융가에서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이곳은 중국 국무원, 중공중앙서기처, 중공중앙판공청 등 중국 중난하이 지도부와 불과 수백미터 떨어진 곳이다.
SCMP는 “수십억위안을 투자한 수많은 가정들을 위해 금융 시한폭탄의 뇌관이 해체되기엔 아직 거리가 멀다”면서 “이 상황을 잘못 다룰 경우 사회 불안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현실적인 우려가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jjw@fnnews.com 정지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