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닫은 강의실, 늘어난 빈 상가… 이대앞 자영업 10곳 중 8곳 가게 내놨다
2020.12.29 06:45
수정 : 2020.12.29 17:54기사원문
■"손님 붐볐는데…올해 임대료 걱정"
29일 찾은 서울 동대문구 한국외국어대학교 인근 거리에는 '임대 문의'라는 종이를 붙인 채 공실이 된 가게들을 쉽게 찾을 수 있었다. 코로나19 사태가 지속되면서 학생은 물론 외부 방문객까지 끊겨 매출에 직격탄을 맞은 것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비수기인 겨울방학이 되자 사태는 걷잡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예년이라면 학기 중 수입으로 '보릿고개'인 방학을 버텼지만, 올해 2학기는 매출이 반토막 난 상황이었다.
10년 동안 외대 앞을 지켜온 한 인쇄소 관계자는 "등교시간이 되면 수업 교안을 인쇄하려는 학생들로 붐볐던 게 벌써 1년 전 일"이라며 "올해는 임대료 내기도 벅차 죽을 맛"이라며 한숨을 쉬었다.
외대 정문의 한 음식점 관계자는 "매장 매출은 1년 전보다 50% 정도 감소했다고 보면 된다"며 "배달 주문이 조금 증가하면서 그나마 버틸 수 있었지만 학기 중이 비수기인 방학보다 매출이 적었던 것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야간영업이 매출의 절반을 넘게 차지하던 주점들은 오후 9시 이후 홀 영업이 금지되자 3시간 반짝 운영으로 버티고 있었다. 이문동에서 호프집을 운영하는 한 점주는 "주말과 평일 모두 오후 6시부터 9시까지만 영업하고 있다"며 "사실 이마저도 손님이 없어 미리 예약을 주시는 날만 가게를 열까 생각 중"이라며 씁쓸해했다.
■"자영업자 80% 가게 내놓아"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 인근 상권도 상황은 다르지 않았다. 이대 상권의 핵심으로 불리는 정문 앞 거리는 방문객이 줄어 한산하기만 했다. 이날 낮 12시께에도 매장 문을 열지 않은 곳이 눈에 띄었고, 일부 상가는 건물이 통째로 빈 경우도 있었다.
인근 공인중개소에 따르면 이 지역 자영업자 80% 이상은 권리금도 없이 매장을 내놓은 상태다. 오랫동안 누적된 적자와 높은 임대료를 견디지 못한 것이다.
공인중개소 관계자 30대 박모씨는 "내년이 되면 재계약을 하지 못해 매장을 비우는 자영업자가 더 늘어날 것"이라며 "인근 오피스텔도 평소라면 내년 계약으로 분주한 시기인데 아직 깜깜무소식"이라고 설명했다. 내년도 대면수업이 불투명하자 오피스텔을 찾는 수요가 줄었다는 것이다.
이대 앞에서 구두가게 3곳을 운영하며 32년을 버텼던 50대 조모씨는 3개월째 임대료가 밀린 처지다. 조씨는 "구두가 잘 팔린다고 소문이 나서 쌓아두고 팔았는데 최근 이틀간은 한 켤레도 못 팔았다"며 "5평 남짓에 300만원 넘는 월 임대료를 어떻게 감당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banaffle@fnnews.com 윤홍집 기자 최서영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