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 만난 젊은 총수들, 한국경제 판 다시 짠다
2020.12.31 17:10
수정 : 2021.01.04 10:24기사원문
신축년 새해는 3·4세 경영인의 본격적인 시험 무대가 될 전망이다. 코로나19와 미·중 무역갈등, 자국 보호주의 확산 등으로 대외 불확실성이 더욱 커지고 산업구도가 빠르게 변화하는 가운데 그룹 수장의 판단 하나에 회사의 미래가 결정되기 때문이다. 3·4세대 총수들은 선대가 세운 토대에서 착실히 경영수업을 받고 올라온 엘리트 경영인들이다.
■새 시대 연 삼성·현대차·LG
12월 31일 재계에 따르면 주요 그룹들은 연말 인사를 통해 총수일가 3·4세들을 경영 전면에 배치하고 최고경영자(CEO) 등 경영진에 대한 세대교체를 단행했다. 4대 그룹 중에선 최태원 회장이 건재한 SK를 제외하면 삼성, 현대자동차, LG 등 3곳이 3·4세 경영구도를 굳혔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정의선 현대차 회장은 3세, 구광모 LG 회장은 4세 경영인이다.
삼성은 이건희 회장이 지난해 10월 세상을 떠나면서 이재용 부회장의 3세 경영 시대가 공식화됐다. 삼성은 이미 지난 2018년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총수(동일인)가 이건희 회장에서 이재용 부회장으로 전환된 데다 이미 승계도 마무리됐다.
재계 2위인 현대차그룹도 정의선 수석부회장이 신임 회장으로 취임하면서 경영승계를 완성했다. 20년간 그룹 수장 자리를 지켜온 정몽구 회장은 명예회장으로 일선에서 물러나고, 아들 정의선 수석부회장이 회장 자리를 물려받았다.
올해로 총수 4년차를 맞는 구광모 LG 회장은 그동안 탄탄한 실적으로 높은 평가를 받았다. 올해는 세계 3위 업체인 캐나다의 마그나와 전장부품 합작회사를 차리고, LG에너지솔루션 신설 등을 예고하면서 '구광모식' 체질개선을 꾀하고 있다.
특히 2세 경영인으로 나이가 가장 많은 최태원 회장은 재계의 '큰형님' 역할을 자처하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 차기 회장으로 거론되기 시작한 지난해 두 차례 4대 그룹 총수 모임이 언론에 공개됐는데 업계는 최태원 회장의 리더십을 주목한 바 있다.
한화그룹은 김승연 회장의 장남 김동관 한화솔루션 대표이사 사장이 취임하며 3세 경영을 본격화했다. 차남인 김동원 한화생명 전무도 승진했고, 삼남 김동선 전 한화건설 팀장도 한화에너지 글로벌전략팀 상무보로 입사하면서 후계구도에 관심이 쏠린다.
■'내일의 총수' 차차기 오너수업
GS그룹은 지난해 허창수 명예회장이 물러나고 허태수 회장이 취임했다. 최근 임원 인사에서 허정수 GS네오텍 회장의 장남인 허철홍 GS칼텍스 상무가 3년 만에 전무로 승진하는 등 4세 경영 준비도 착착 진행되고 있다.
또 허명수 전 GS건설 부회장 아들인 허주홍 GS칼텍스 상무보와 허진수 GS칼텍스 의장의 장남인 허치홍 GS리테일 상무보 등도 훗날이 기대되는 차세대 오너가 경영인으로 주목받고 있다.
현대중공업그룹에선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의 장남인 정기선 현대중공업지주 부사장이 그룹선박해양영업본부 대표와 현대글로벌서비스 대표, 지주사 경영지원실장 등을 겸하고 있다.
LS그룹은 3세들이 일부 계열사에서 주요 보직에 올랐다. 고 구자명 LS니꼬동제련 회장의 장남인 구본혁 LS니꼬동제련 부사장은 이번에 사장으로 승진했고, 예스코홀딩스 대표 자리도 맡았다.
구자엽 LS전선 회장의 장남인 구본규 부사장도 LS엠트론 대표로 선임됐다. 구자열 LS그룹 회장의 아들인 구동휘 전무는 액화석유가스(LPG) 계열사인 E1으로 이동, 최고운영책임자(COO)를 맡는다.
2018년 이웅열 전 회장이 경영에서 떠난 코오롱그룹은 최근 장남 이규호 전무가 부사장으로 선임되며 오너경영에 속도를 내고 있다.
유통가에선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장남인 신유열씨가 지난해부터 일본 롯데에서 근무를 시작했다. 일본 롯데는 롯데그룹의 모태이자 과자·빙과류 업체로 이곳에서 신씨는 경영수업을 받는다.
신세계그룹은 지난해 9월 이명희 회장이 아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과 정유경 신세계백화점 부문 총괄사장에게 각각 이마트와 신세계 지분 8.22%씩을 증여하면서 3세 경영을 진행 중이다.
한편 지난해 신격호 롯데 창업주가 별세하면서 국내 주요 10대 그룹 창업주 가운데 1세대는 한 명도 남지 않게 됐다.
km@fnnews.com 김경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