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찔렀다" 자수전화하며 어머니 동거남 살해한 30대

      2021.01.04 06:01   수정 : 2021.01.04 10:47기사원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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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뉴스1) 김종서 기자 = 2020년 3월 13일 "사람을 흉기로 찔렀다"는 신고가 경찰에 접수됐다. 신고자 A씨(34)는 자신이 어머니의 동거남을 흉기로 찔렀다며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있었다.

경찰은 A씨를 진정시키기 위해 대화를 계속하려 했다.

그러나 A씨는 화를 참지 못했고, 잠시 후 수화기 너머로 "왜 아직 죽지 않았느냐. 빨리 죽어라"라는 고함 소리가 들렸다.

A씨가 경찰과 통화 중에도 흉기에 찔려 쓰러진 B씨(58)를 계속 찔렀다는 사실은 검거직후 바로 드러났다.
처음 찌른 뒤 죄책감에 자수 전화를 했다는 A씨의 말이 황당하기만 했다.

A씨는 충동조절장애를 앓고 있었지만, 낮에는 프로그램 개발자로, 밤에는 대리기사로 활동할 만큼 평범한 생활을 해왔다. 이들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A씨는 어머니의 내연 관계를 2014년부터 알게 됐다. B씨와는 자연스레 몇 차례 왕래가 있었지만, 어머니가 2017년 B씨와 본격적으로 동거를 시작하면서부터 마찰이 잦아졌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2005년 쉽게 흥분하고 분노를 참지 못한 탓에 정신과 치료를 받았던 A씨지만, 애써 감춰왔던 것인지, 정말로 나아졌던 것인지 그 이후로는 약에 손을 대지 않았다. 그렇게 10여년간 쌓인 화는 고스란히 B씨에게로 향했다.

A씨는 어머니의 내연남 문제로 아버지와 어머니가 자주 싸우자 한차례 B씨를 찾아 나섰다가 어머니의 만류에 발길을 돌린 적도 있었다. 그러나 범행 당일, 어머니와 통화 중 들려온 "받아주지 마. 그러면 못써. 내버려 둬"라는 B씨의 말은 참을 수 없었다.

곧바로 흉기를 챙겨 B씨를 찾아간 A씨를 그의 어머니도 막을 수 없었다. 얘기만 하겠다던 말에 B씨 집 문이 열린 그때, A씨는 곧바로 B씨에게 달려들었다.

A씨는 B씨가 그의 어머니를 뒤에서 조종한다고 생각했다. 범행 중에도 이 말을 되풀이했고, 온몸을 총 18회 찔린 B씨는 그날 밤 병원 치료 중 숨을 거뒀다.

구속돼 재판에 넘겨진 A씨는 범행 당시 전화로 자수하기도 한 만큼 별다른 변론 없이 혐의를 인정하는 모습을 보였다.

1심을 심리한 대전지법 제12형사부는 A씨에게 징역 18년을 선고하면서, 검찰이 청구한 위치추적 전자장치(전자발찌) 부착 명령은 기각했다.

검찰은 A씨가 충동조절장애를 앓고 있음에도 집중 치료받지 않고 스스로 약물 복용을 중단했다는 점, 잔혹한 수법 등에 비춰 형 집행만으로 교정이나 치료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 등을 이유로 들었지만, 재판부는 수감 생활을 마친 뒤 보호관찰명령과 준수 사항만으로 재범 방지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봤다.

이 같은 판단에 검찰은 즉각 양형부당과 부착명령청구 기각 부당을 이유로 항소했지만, A씨는 이의를 제기하지 않고 침묵했다.


항소심을 맡은 대전고법 제1형사부는 지난해 12월 23일 A씨가 B씨를 살해할만한 별다른 원한이나 이유가 없음에도 무참히 범행했다는 점, 충동조절장애로 폭력 사건을 일으켰던 점 등에서 재범 위험이 높다고 보고 전자발찌 10년 부착을 명령하면서도, 형량은 원심과 같은 징역 18년을 유지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계획적이고 잔혹하게 살인을 저지르고도 유족에게 사과나 합의도 없다는 점 등을 모두 참작하더라도 원심이 형량이 너무 낮다고 인정할 수 없다"며 "범행 중 전화로 자수했다는 점을 1심에서 유리한 정상으로 보긴 했으나 이를 제외하더라도 원심판결을 파기할 정도에 이르지 않는다"고 말했다.


A씨는 항소심 판단을 받아들여 상고하지 않았고, 형이 확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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