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개월 정인이' 경찰 비난 쇄도··· "현실은 분리 어려워"

      2021.01.04 14:45   수정 : 2021.01.04 14:58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입양된 지 10개월 만에 양부모 학대로 사망한 고 정인양(입양 후 안율하·사망 당시 16개월) 사건에 대한 공분이 일고 있다. 생전 3차례나 경찰 조사를 받는 등 아동학대 정황이 있었음에도 경찰과 아동보호기관의 안이한 대처로 끝내 사망했기 때문이다.

시민들은 '#정인아미안해' 챌린지를 통해 사건에 대한 관심을 드러냈다.

인스타그램엔 4일 오후 1시 기준 4만5000여개의 게시물이 올라왔다.

일선 경찰관들 사이에선 '이 같은 비난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 경찰은 없다'는 개탄도 나온다.
안이한 대처 이면엔 아동학대 의심 아동을 부모와 분리하기 어려운 제도가 있다는 것이다.


■다른 경찰은 달랐을까? 일선 경찰 '글쎄'
수사기관에 따르면 16개월 입양아 정인양 사망사건과 유사한 사례가 발생해도 현 제도에선 뚜렷한 대응방안이 없다. 지난해 5월과 7월, 9월까지 3차례 아동학대 의심 신고가 있었지만 구체적인 학대 물증이 나오지 못한 상황에서 경찰이 아동을 부모와 분리시키는 결정을 내리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란 해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현행 아동학대처벌법은 ‘재학대의 가능성이 급박하거나 현저한 경우’ 가해자를 피해아동로부터 격리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문제는 격리하기 위한 요건이 까다롭다는 점에 있다. 정인양 사건에서 경찰이 격리조치를 했을 경우 가해 양부모가 해당 경찰공무원에게 민원제기 및 민형사상 책임을 물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때 격리를 할 만한 사유가 있었다는 점을 경찰이 입증해야 하는데 아동학대 범죄 특성상 피해아동이 가해자의 편을 드는 경우가 많고 증거 확보도 어렵다는 점이 부담으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일례로 지난해 6월 충남 천안에서 가방에 갇혀 있다가 숨진 아동 사건에서도 학대의심 신고가 접수됐지만 뚜렷한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분리되지 않았다.

아동학대 사건에서 부모와 피해의심 아동을 분리한 경찰관이 재판에 넘겨지는 사례도 발생하고 있다. 한 경찰 관계자는 “이번 사건이 안 되긴 했지만 처음이랑 두 번째 신고내용만 가지고 부모랑 분리하기는 경찰관 부담이 크다”며 “학대를 입증할 만한 명확한 증거가 없는 게 대부분인데 이것만 가지고 분리조치를 하는 경우는 거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평가는 경찰 징계에서도 드러났다. 5월과 7월 경찰 신고를 처리한 경찰관 6명은 징계위원회 회부 대신 주의와 경고 등 가벼운 처분만 받았다.

경찰과 보건복지부는 의심신고가 2번 접수되면 아동과 부모를 즉시 분리하고 아동학대 정황을 구체적으로 파악하도록 하는 개선안을 뒤늦게 발표했다.


■'살인죄' 미적용도 소극적인 법적용?
검찰이 살인혐의 대신 아동학대치사죄를 적용한 점도 소극적 자세의 결과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됐다. 상대적으로 입증이 어려운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대신 명확한 아동학대치사죄만 적용하는 게 공소유지에 유리하다는 판단이다.

두 범죄의 법정형에는 큰 차이가 없지만 실제 법원에서 선고되는 형량 차는 명확하다. 아동학대치사죄는 대법원 양형기준상 최대 15년의 징역형이 권고된다. 살인죄보다 형량이 크게 적은 게 일반적이다.

법조계에서도 살인죄 적용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한국여성변호사회는 이날 성명을 내고 “양모 장씨에 대해서는 아동학대치사 등 혐의, 양부 양씨에 대해서는 방임 등 혐의로 기소된 것으로 보도되는 바, 현출 증거자료만 봐도 살인죄로 의율하는 데 무리가 없다고 판단된다”며 “살인죄 의율을 적극 검토할 것을 강력히 요구한다”고 주장했다.

정인양 사건 첫 공판기일은 오는 13일로, 검찰이 공소장을 변경할지 관심이 모인다.

한편 정인이는 생후 8개월째인 지난해 1월 몸무게 9kg 상태로 입양됐다.
이후 3월부터 지속적인 학대를 당해 생후 16개월째인 지난해 10월 숨을 거뒀다. 숨질 당시 몸무게는 8kg대로 전신에 멍이 발견됐다.
국과수 부검 결과 췌장 절단은 물론 서로 다른 시기 발생한 7군데 골절과 피하출혈이 보고됐다.


pen@fnnews.com 김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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