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미세먼지, 한국 책임이 더 크다?

      2021.01.06 17:05   수정 : 2021.01.06 17:05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반기문 국가기후환경회의 위원장이 2020년 6월 29일 “우리나라 미세먼지에 있어 중국 영향은 과학적으로 약 30%로 우리 책임이 더 크다"고 발언했다. 그러면서 ‘기후 악당국’이라는 오명을 벗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2016년 영국 연구기관 ‘기후행동추적’ 매긴 한국의 기후 위기 대응 점수는 100점 만점에 28.5점으로 뒤에서 네번째였다.



’국내 요인이 더 크다’, 근거는 환경부 보고서

반 위원장은 한·중·일 공동 보고서에서 국내 미세먼지의 출처가 중국(32%)보다 국내(51%)에서 높다는 점을 들었다. 이는 각국의 연구 수치를 평균한 결과다

국립환경과학원이 2019년 11월 발표한 '동북아 대기오염물질 국제공동연구(LTP) 보고서'는 2000년부터 대기오염물질 조사와 대책 마련을 위해 시작됐다.
각국 주요 도시 12곳에서 2017년 한 해 동안 배출된 초미세먼지(PM2.5)의 출처를 국가별 연구팀이 조사했다. 한국 주요도시로는 서울과 대전, 부산 3곳이 지정됐다.

비슷하게 2017년 환경부와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대기질 공동조사’에서는 국내 초미세먼지에 대한 중국 내륙의 기여율이 34%, 국내 기여율은 52%로 나타났다. 해당 조사는 서울 올림픽공원에서 5월 2일부터 6월 12일까지 측정된 초미세먼지(PM2.5)를 조사했다.

일각에서는 5~6월은 통상적으로 중국 영향이 적은 기간이라고 반응했다. 하지만 관계자는 연구 목적이 국외 요인이 아닌 국내 요인을 밝히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질소산화물과 휘발성 유기화합물도 국내 미세먼지와 오존 오염에 큰 영향을 끼치기 때문에 대응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일반적으로 영향 더 크다고 말하기는 어려워


LTP 보고서에서 3개국은 공통적으로 미세먼지의 감소 경향을 확인했지만 미세먼지 출처에 대한 연구결과는 큰 차이로 벌어졌다. 한국과 일본 연구팀은 서울 초미세먼지에 대한 중국과 한국의 기여도를 10%p 이내로 비슷한 수준으로 결론냈다. 하지만 중국 연구팀은 중국 23%, 한국 63%로 한국의 책임이 훨씬 크다고 결론지었다. 대전과 부산도 마찬가지로 중국 연구팀은 한국의 초미세먼지 기여도를 가장 높게 측정했다. 연구팀 관계자는 국가별로 사용한 연구 방법과 모델링이 달라 데이터의 차이가 나타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해당 보고서는 국내에서 대두되는 겨울철 고농도 미세먼지의 원인을 규명하고 있지 않다. 애당초 2018년에 발표할 예정이었지만 1년 가까이 늦어진 것에 대해 국립환경과학원은 공개 범위에 대한 중국의 거부가 심해 발표가 늦어졌다고 밝혔다. 이후 설명자료를 통해 고농도 미세먼지의 출처는 때때로 달라진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설명자료에 따르면 (18.11.3~7) 기간 동안 중국 등 국외 요인이 28~34%인 반면, (19.1.11~15) 기간에는 국외 요인이 69~82%까지 치솟았다.

학계 전문가들은 미세먼지의 원인이 단순히 어느 국가, 어느 요인이 지배적이라고 단정지을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단순한 도시 간의 미세먼지 농도 비교를 포함해 물질의 종류와 대기 환경 등 함께 판단할 요소가 많다고 덧붙였다.

중국 영향도 클 수 있어, 공동 해결 방안 찾는 게 관건

간혹 중국 대기의 중금속 성분이 국내로 유입돼 대기오염을 일으키기도 한다. 중국에서 폭죽을 사용하는 행사나 공장 가동이 국내 초미세먼지(PM2.5)의 원인이었다는 연구 결과도 꾸준히 밝혀지고 있다.


2019년 3월 경기도 보건환경연구원은 중국 명절 폭죽놀이 이후 국내 중금속 미세먼지 수치가 최대 13배 증가했다는 연구결과를 밝혔다. 중국 명절인 '춘절'(음. 2월 5일)과 '원소절'(음 2월 19일)에 전국적으로 터뜨리는 폭죽의 연소산화물이 황해를 넘어 평택서부측정소에서 13배 높게 관측됐다. 스트론튬은 13배 높고 바륨, 칼륨, 마그네슘은 각각 4~5배 수준 높게 측정됐다. 윤미혜 경기도 보건환경연구원장은 “이 연구결과를 통해 중국의 폭죽놀이가 국내 고농도 미세먼지의 원인을 밝혔다” 고 설명했다.

2020년 11월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김화진 박사팀은 중국의 대기오염물질이 2019년 3월 국내에 나타났던 고농도 미세먼지의 원인이라는 점을 밝혀냈다. 중국과학원(CAS)과 2달 동안 공동 측정한 데이터를 통해 중국 베이징 일대에서 대기오염물질(유기성분, 질산염, 황산염 등)이 장거리 이동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연구팀은 같은 기간 국내 비상저감조치에 따라 유기오염원의 수치가 줄어들었다는 효과를 입증하기도 했다. 2019년 2월 19일부터 3월 6일까지 14일간 고농도 미세먼지 발령에 따른 조치가 시행됐다. 비상저감조치는 공사장 단축운영과 함께 경유차 운행을 제한과 공공기관 차량 2부제 등 차량운행 제한을 포함한다.


연구팀은 고농도 미세먼지의 원인이 다양하며 어느 한 국가의 일반적인 책임으로 결론짓는 것이 어렵다고 밝혔다. 대신 국제 협력 연구를 통해 공신력있는 데이터를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앞으로는 오염원의 생성 과정과 이동 경로를 규명하고 실험실에서 증명하는 연구가 단계적으로 필요하다고도 덧붙였다.

moo@fnnews.com 최중무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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