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 곳이 없어요"…재개발로 어린이집 폐원 위기에 학부모들 '발동동'

      2021.01.07 07:00   수정 : 2021.01.07 10:23기사원문
부산 사하구 장림동에 소재한 해뜸어린이집 전경.2021.1.6/뉴스1 노경민 기자©


부산 사하구 장림1구역 재개발 사업에 포함된 한 가게 입구에 철거하라는 문구가 쓰여져 있다.2021.1.6/뉴스1 노경민 기자©


6일 오전 해뜸어린이집 원장이 어린이집 앞에서 어린이들의 안전 보장을 촉구하는 1인 시위에 나서고 있다.2021.1.6/뉴스1 노경민 기자©

(부산=뉴스1) 노경민 기자 = 부산 사하구 한 어린이집이 재개발구역에 포함돼 폐원 위기를 맞았지만, 마땅한 대체 부지를 찾지 못해 학부모들의 '보육공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어린이집의 아이들은 주변에서 날려오는 주택 철거 공사장의 먼지와 시끄러운 소음에 큰 불편을 겪고 있지만, 정작 구청 측에서는 마땅한 해결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7일 사하구 등에 따르면 '장림1구역 재개발사업'에 포함된 이 어린이집의 이름은 '해뜸어린이집'이다.


장림1구역 재개발 사업은 노후한 건축물이 밀집한 지역의 토지 소유자 다수가 조합을 결성해 노후주택을 정비하는 사업이다.

지난 2005년 해당 구역은 정비예정구역으로 지정됐지만, 재개발을 두고 주민 간 갈등이 벌어지면서 사업이 10년 이상 추진되지 못했다. 그러던 중 2018년 8월 재개발정비사업 사업시행계획인가가 고시되면서 진행에 속도가 붙기 시작했다.

해뜸어린이집은 0~7세의 아이들을 보육하는 시설이다. 재개발 이전에는 127명의 아이들이 다녔으며, 현재는 긴급보육으로 맡겨진 아이만 60여명에 이른다.

어린이집은 대체부지를 마련하지 못해 전전긍긍이다. 이 어린이집의 부지 감정평가액은 평당 250만원으로 측정됐으며, 이는 주변 시세에 비해 크게 낮은 금액이다. 대체부지를 찾더라도 어린이집 건물을 완공하는 데 최소 6개월이 걸린다.

어린이집 측은 오는 14일 예정된 법원의 건물 명도소송 판결을 기다리고 있다. 재개발 일대 조합 측이 어린이집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으로, 어린이집이 패소하면 문을 닫아야 한다.

이로 인해 학부모들은 자녀의 '보육공백'을 걱정하고, 오랫동안 다닌 어린이집에서 수료하지 못할 가능성도 있어 불안감에 휩싸여 있다.

특히 아이들의 안전에 대해 가장 큰 우려를 보내고 있다. 어린이집 인근에 상주하는 조합 측이 고용한 용역인력이 어린이집 입구 주변에서 흡연과 침을 뱉으며 공포감을 조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용역업체 직원들로 인해 어린이집 앞에서 몸싸움이 여러 차례 벌어지기도 했다.

학부모들은 어린이집과 조합 사이에서 중재를 맡아달라는 요청을 구청에 여러 차례 했지만, 마땅한 해결책을 내놓지 않아 사실상 구가 손을 놓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해뜸어린이집에 자녀 2명을 맡기고 있는 학부모 A씨는 "어린이집 앞에서 싸움이 벌어진 장면을 직접 목격하기도 했다. 구청에 해결을 부탁하는 문의를 했지만, 더이상 전화하지 말라는 대답만 돌아왔다"고 하소연했다.

그러면서 "새 어린이집을 구하기에는 이미 대기순번이 밀린 상태라 늦었다. 생각보다 상황이 좋아지지 않아 힘이 빠진다"고 토로했다.

학부모 박모씨(37)는 "주변 다른 맞벌이 학부모들도 난감한 상황"이라며 "아이가 하원할 때 어린이집 앞에서 몸싸움을 봤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아이 키우는 입장에서 매우 불안하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구청 전자민원실에서 해뜸어린이집 이주 대책을 촉구하는 민원이 잇따라 올라오고 있다.

해뜸어린이집 원장 B씨는 "재개발 보상을 바라는 것이 아니다.
폐원까지 남아 있는 기간 동안 우리 아이들의 안전을 보장해달라는 것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B씨는 "곧 문을 닫아야 하지만 학부모 대부분이 어린이집 선생님들을 믿고 따라가겠다며 격려해주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사하구 측에서는 "재개발 사업의 시행계획인가에 앞서 예고했으며, 시설 이전에 따른 보육공백 문제에 대비할 수 있도록 조치한 바 있다"는 입장만 내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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