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부 재판' 원고 승소...새해 한일관계 격랑 빠져드나
2021.01.08 16:20
수정 : 2021.01.08 16:20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일본 정부를 상대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이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 1심에서 원고 승소 판결이 나오면서 2021년 새해 한일관계에 험로가 예상된다. 8일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4부(김정곤 부장판사)는 8일 고(故) 배춘희 할머니 등 위안부 피해자 12명이 일본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들에게 1인당 1억원을 지급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이 재판은 일본이 한국 법원의 사건 송달 자체를 거부해 공시송달을 통해 열렸고 재판이 시작되자 일본 정부는 ‘한 국가의 법원이 다른 국가를 소송 당사자로 삼아 재판할 수 없다’는 국제법적 원칙인 '주권면제'를 주장하며 소송 각하 입장을 분명하게 밝힌 바 있다.
법원이 1심에서 일본 측이 주장하는 주권면제 측면을 고려하지 않았기 때문에 일본은 이번 판결에 반발하며 격양된 반응을 보이고 있다. 향후 한일관계에 상당한 어려움이 전망되는 이유다.
교도통신에 따르면 이날 오전 일본 외무성은 남관표 주일대사를 불러 이번 판결과 관련 " "(한국 법원이) 국제법상의 주권면제 원칙을 부정하는 것은 매우 유감이며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고 강하게 항의했다.
일본 매체들도 이번 위안부 재판 원고 승소 판결로 한일관계가 어려워질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이날 일본 교도통신은 판결 소식을 전하며 "양국 관계가 한층 더 험악해질 것"이라고 전하면서 이번 재판의 파급이 일본 민간기업에 배상을 명령한 징용소송을 웃돌 수 있다고 밝혔다.
일본 최대 일간지인 요미우리신문과 우익성향의 산케이신문 역시 교도통신과 같은 입장을 취했고, 진보적 성향이 간한 아사히신문도 '주권면제' 원칙을 인정하지 않고 나치 독일에 의해 강제 동원된 자국민에 배상하라고 독일 정부를 상대로 판결했다가 국제사법재판소(ICJ)에서 패소한 사례를 언급, 비판적 입장을 취했다.
한일관계는 지난 2018년 이후 최악의 국면을 지나고 있다. 특히 한국 대법원이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일본 기업 배상 판결을 내린 이후 양국 관계는 극도로 경색됐다. 양국 정상 간 대화로 문제를 풀자는 의지를 확인했음에도 불구하고 한일 갈등 구조는 개선되지 않고 답보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나온 이번 위안부 관련 재판 판결에 대해 일본 정부는 불수용 입장을 분명히 하고 일본 언론들도 진보와 보수 할 것 없이 모두 부정적 반응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향후 한일갈등의 강도는 더욱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일본과의 관계 개선을 조금씩 시도하고 있는 정부의 입장에서도 이번 판결은 우려 요소다. 삼권분립 아래 정부가 사법부의 판결에 대해 왈가왈부를 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뾰족한 해법을 제시할 수도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날 주일본대한민국대사에 공식 임명된 강창일 신임 주일대사는 이 문제에 대해 "법은 법이고, 정치적으로 풀 수 있는 부분은 풀어나가야 한다"면서 "그런 방식으로 풀 수 있는 부분이 있는지 지금부터 모색을 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vrdw88@fnnews.com 강중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