쉽지않은 도전 '전업골퍼’… 인생역전 드라마 쓴 스타는

      2021.01.10 18:02   수정 : 2021.01.10 18:02기사원문
야구 국가대표팀 에이스로 활약했던 KIA 윤석민(34)이 프로골퍼 전환을 선언해 연일 화제다. 고질적인 부상을 극복하지 못하고 지난해 은퇴한 윤석민은 올해부터 한국프로골프(KPGA) 2부투어인 스릭슨투어에 출전한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과연 그의 제2의 인생은 성공할 수 있을까.

스릭슨투어는 코리안투어와 달리 준회원과 정회원은 물론 예선을 통과한 아마추어에게도 출전 자격이 주어진다.

매 대회마다 예선전을 치러 18홀 스트로크 플레이 후 성적순으로 본선 진출자를 가린다. 하지만 관문을 통과하기가 여간 어렵지 않다.
대회별 참가인원 136명 중 아마추어 선수만 23명을 별도로 뽑는다. 그리고 시즌이 종료된 뒤 상위 40위의 아마추어 선수에게 프로(준회원) 자격을 준다.

그만큼 어렵다는 얘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타종목 출신의 선수들이 적지않은 나이에 골프로 전향하고 있다. 기본적으로 피지컬이 갖춰져 있는데다 나이가 들어서도 선수생활을 계속할 수 있다는 잇점 때문인 듯하다. 하지만 그들 중 골프선수의 꽃이라할 수 있는 '투어프로'로 성공한 사례는 극히 드물다. 전문가들은 늦어도 20대 중반 이전에 본격적으로 골프에 전념해야만 성공할 수 있다고 본다.

윤석민과 같은 야구선수 출신이 '전업(轉業) 골퍼'로 성공한 국내 사례는 거의 없다. 정회원으로는 전 쌍방울 레이더스 소속의 방극천이 있었지만 2001년 KPGA코리안투어 데뷔 이후 이렇다할 성적 없이 은퇴했다. 현 LG트윈스 소속의 이형종도 잠시 외도를 했으나 뜻을 이루지 못하고 다시 본업으로 돌아갔다. SBS골프아카데미에서 활약중인 김홍기 프로도 야구인 출신의 전업 골퍼지만 투어보다는 레슨으로 명성을 얻고 있다.

골프 스윙과 비슷한 매커니즘인 야구선수 출신으로 성공한 대표적 사례는 일본의 '골프 영웅' 점보 오자키가 있다. 고교 때 투수와 4번타자로 맹활약했던 오자키는 1965년 니시데쓰(세이부의 전신)에 투수로 입단했으나 2년간 단 1승도 올리지 못하고 1967년 전격 은퇴했다. 1년여에 걸친 방황 끝에 오자키는 1968년 나라시노CC 연습생으로 제2의 인생에 도전, 일본 최고의 골프선수 반열에 오르는 인생역전의 드라마를 썼다.

주니어 시절에 일찌감치 골프로 전향해 성공한 사례는 꽤 있다. 지난해 KPGA코리안투어 제네시스대상과 상금왕을 차지한 김태훈(36)은 초등학교 때 아이스하키 선수로 활동했다. 2019년 제네시스대상 수상자인 문경준(39)은 고교 1학년 때까지 테니스 선수, 국내 남자골프의 '장타 아이콘' 김봉섭(38)은 고교시절 축구를 하다 골프로 전향했다. 한국 남자골프의 간판 최경주(51)가 중학교 때까지 역도를 했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여자 선수들 중에서도 골프로 전향해 성공한 사례는 여럿 있다. 대표적인 선수가 '골프여왕' 박세리(44)와 세계랭킹 2위 김세영(28·미래에셋)이다. 박세리는 초등학교 5학년 때까지 허들과 투포환 종목의 육상선수, 김세영은 공인 3단의 태권도를 초등학교 때 접고 골프채를 잡았다. KLPGA투어서 활약하고 있는 정희원(30)은 초등학교 5학년 때까지 유도를 하다 골프로 전향했다. '필드의 슈퍼모델' 서희경(35)과 '슈퍼 땅콩' 김미현(44)도 초등학교 때까지는 수영을 했다.


'수영 황제' 마이클 펠프스와 '농구 황제' 마이클 조던(이상 미국)은 은퇴 이후 프로 골퍼의 꿈을 키웠다. 특히 펠프스는 타이거 우즈의 전 스윙코치인 행크 헤이니로 부터 사사를 받기도 했으나 뜻을 이루지 못했다.
은퇴 후 전업은 그만큼 쉽지 않은 도전이다.

golf@fnnews.com 정대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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