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 위안부 판결 '無언급'...스가, 바이든 끌어들일 듯
2021.01.11 15:08
수정 : 2021.01.11 15:10기사원문
【도쿄=조은효 특파원】 문재인 대통령이 11일 신년사에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배상 판결에 대해 아무런 언급을 하지 않은 채 한·일 관계에 대해 "미래지향적 발전을 위해서도 계속 노력해 나갈 것"이라고만 밝혔다. 부연하는 내용없이 직접적인 대일 메시지는 이 한 문장이었다. 사흘 전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가 한국 법원의 위안부 배상 판결에 대해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며 격앙된 반응을 내놓은 것과 대비를 이뤘다.
일본 언론들은 이날 문 대통령이 신년사에서 위안부 배상 판결을 언급하지 않은 부분을 중점적으로 보도했다.
교도통신와 NHK 등은 문 대통령이 한국 법원의 위안부 배상 판결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고 일제히 보도했다. NHK는 대일 정책에 대해서는 "미래지향적인 발전을 위해 계속해서 노력해 나갈 것"이라고 언급하는 데 그쳤다고 보도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도 문 대통령이 '관계가 냉각된 한일 관계'를 두고 "미래지향적 발전을 위해 노력을 계속하겠다"고 했지만, 서울중앙지법의 위안부 관련 판결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닛케이는 특히, 또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과 자유무역협정(FTA)에서 모든 나라와의 협력을 강조한 뒤 한마디 덧붙이는 모양새였다고 기술했다.
도쿄올림픽에 대한 한·일간 협력 구상도 나오지 않았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신년사에서 "도쿄올림픽 공동입장과 단일팀을 위한 협의도 계속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으며, 가장 최근인 지난해 11월 중순 화상으로 개최된 제15차 동아시아정상회의(EAS)에서 "2021년 도쿄, 2022년 베이징으로 이어지는 동북아 릴레이 올림픽을 '방역·안전 올림픽'으로 치러 내기 위해 긴밀히 협력할 것을 제안한다"고 말했었다. 코로나19 재확산으로 도쿄올림픽 개최 자체가 불투명해진 부분도 있으나, 한·일 관계 악화와 해법을 둘러싼 출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현재까지 문 대통령의 신년사에 대한 일본 정부의 공식입장은 나오지 않았다.
일본 정부는 한국 법원의 위안부 배상 판결이 한 나라의 법원이 타국 정부를 소송에 세울 수 없다는 국제법상 주권면제에 저촉된다는 점, 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로 최종적으로, 불가역적으로 이 문제가 해결됐다는 점 등을 내세우고 있다.
스가 총리는 한국을 직접 상대하기 보다는 새로 출범할 미국 바이든 정권을 통해 한국에 우회적으로 압박을 넣는 방식을 택할 것으로 보인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오바마 정권의 부통령으로 재직할 당시, 한·일 위안부 합의를 중재한 전력이 있다.
스가 총리는 미국 대통령 취임식이 열리는 이달 이후, 이르면 다음달 미국을 방문해 바이든 신임 대통령을 만나 강제징용, 위안부 배상 판결 등 한·일간 과거사 문제에 있어 미국의 지원을 얻는 데 총력을 기울일 것으로 관측된다. 가토 가쓰노부 관방장관은 지난 8일 위안부 판결과 관련 "관련국에 대해서도 필요한 설명을 계속해나가겠다"고 밝혔다. 관련국은 미국을 말한다.
ehcho@fnnews.com 조은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