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복 입고 파견인력에 박탈감··· '무너지는 코로나 현장'
2021.01.12 14:56
수정 : 2021.01.12 15:33기사원문
일부 병원에선 근무복까지 부족해 의료진이 환자복을 입고서 근무에 투입되는 일까지 빚어졌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환자복 입고 환자 보는 길병원 간호사들
12일 오전 인천지역 코로나19 중점 대응의료기관 중 하나인 가천대 길병원 노동조합이 기자회견을 열고 병원이 나서서 근무복 부족 문제를 해결해달라고 촉구했다. 노조는 병원 내 의료진 탈의실에 아예 환자복이 비치된 근무실태를 공개하고 “직원들은 여전히 근무복이 부족해 환자복을 입고 일을 하고, 일회용 수건이 없어 시트와 베갯잇으로 몸을 닦는다”고 비판했다.
코로나19 대응 병원에서 근무복과 활동복이 부족한 현상은 지난해 초 수차례 지적됐다. 특히 지난해 3월 안동의료원 의료진 등이 근무복이 부족해 환자복을 입고 그 위에 레벨D 방호복을 껴입고 일하는 영상과 사진이 널리 퍼져 화제가 되기도 했다.
길병원 노조 관계자는 “(방호복 아래 받쳐 입는 것뿐 아니라) 환자복만 입고 검체를 내리고 추워서 환자복을 겹겹이 입는 상황도 발생한다”며 “코로나가 시작되고 1년이 지나는 동안 병원은 뭘 준비했는지 모르겠다”고 개탄했다.
이에 대해 길병원 측은 “전담병원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일시적으로 그런 현상이 있었던 것”이라며 “코로나 전담병상에선 하루 입고 빨고 그렇게 하다 보니 문제가 생겼고, 그런 부분을 해소하려고 병원에서 예산 들여서 의복을 추가로 구매한 걸로 안다”고 해명했다.
■말 뿐인 정부 대책, 등 돌리는 현장
코로나19 의료진이 처한 열악한 현실은 비단 길병원 사례에 국한되지 않는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도 12일 기자회견을 열고 인력확충과 근무환경 개선 등을 요구했다.
이날 발언한 한 코로나19 전담 간호사는 “일일 8시간 근무는 꿈도 꾸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인공호흡기 환자 간호로 식사도 거르고, 한 번 입은 방호복은 퇴근 시간이 되어서야 벗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파견의료인력과 기존 전담인력 사이에 지급하는 수당 격차도 박탈감을 낳고 있다. 정부는 정규인력이 파견 간호사보다 절반에 미치지 못하는 봉급을 받는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임금 인상안을 내놨지만 현장의 반대에 부닥쳤다. 지급방식을 수당이 아닌 수가로 책정해 실제 간호사 임금으로 직결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앞과 다른 코로나19 현장 간호사는 “수많은 문제점을 양산해 가뜩이나 한계치에 다다른 현장 간호사들에게 (정부가) 심리적인 박탈감까지 안겨주고 있다”며 “며칠 째 밥은 구경도 못하고 초과근무를 해도 수당은 입도 뻥긋 못하는 바보 같은 간호사들이 이제는 더 이상 못 참겠다며 병원 문을 박차고 나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정부는 정규인력과 파견인력 간 수당격차가 논란이 되자 중환자 전담병상 정규간호사에 한해 수당을 하루 10만원 더 지급한다는 안을 내놨다가 5만원으로 삭감해 최종안을 발표했다. 직접 지급되는 수당이 아닌 수가항목인 야간간호관리료를 인상하는 대책도 함께 내놔 탁상공론이란 비판도 받았다. 수가 지원은 병원 이익으로 잡혀, 현재도 실제 현장인력에게 그대로 지급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정규인력 충원 대신 파견인력 배치로 대응하는 정부 정책에 비난도 쏟아졌다. 1년 가까이 코로나 전담병원 간호사로 일했다는 이 간호사는 작심한 듯 “파견의료인력 대부분은 상대적으로 편한 생활치료센터를 지원하고 있고 어쩌다 코로나 전담병원으로 배정받은 인력들은 3주 이상을 머물지 못해 단기계약근로를 하고 있다”며 “2시간마다 보장받는 파견 인력의 휴게시간은 전담병원 직원으로 일하는 간호사들에겐 뜬구름 같기만 하다”고 박탈감을 호소했다.
pen@fnnews.com 김성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