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설·갑질에 '혐오 발언'까지…윤리강령 잊은 제주도의회
2021.01.13 08:00
수정 : 2021.01.13 10:30기사원문
(제주=뉴스1) 오미란 기자 = "우리 제주특별자치도의회 의원은 선거를 통해 선출된 주민의 대표자임을 깊이 명심해…"
'제주특별자치도의회 의원 윤리강령'의 첫 대목이다.
지방자치법에 따라 제주도의회가 제정한 이 윤리강령은 의원들로 하여금 청렴한 생활과 품위를 지키고, 인격을 존중하고, 충분한 토론으로 합의에 이르는 바람직한 의회상을 구현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특히 제주도의회는 '제주도의회 의원 윤리강령 및 윤리실천규범 조례'를 제정해 의원들이 이 윤리강령을 의정활동의 지표로 삼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제11대 제주도의회 의원들은 연일 정제되지 않은 가벼운 언사로 제주도민들의 반감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욕설·갑질 이어 본회의장 '성소수자 혐오 발언'까지
제11대 제주도의회가 출범한 지 석달이 채 안 됐을 때인 2018년 9월 양영식 의원(제주시 연동 갑·더불어민주당)은 동료 의원이 SNS에 올린 본회의 표결 사진에 '이걸 꼬~옥 올려야 되겠냐? 이 XXX아!'라는 욕설 댓글을 달았다가 이튿날 댓글로 사과했다.
고용호 의원(서귀포시 성산읍·민주당)도 지난해 8월 제주도 정무부지사 예정자 인사청문회에서 지역 숙원사업인 비자림로 확장공사 관련 질의 중 "이걸(공사를) 왜 멈춰 가지고 이 XX하는지 모르겠다"고 비속어를 썼다가 산회 직전 사과했다.
갑질 논란도 있었다. 강성균 의원(제주시 애월읍·민주당)은 2018년 7월 제주도 주요 업무를 보고받는 자리에서 "의원 발언에 반박·논쟁·주장을 하는 건 절대 안 된다"고 했다가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제주지역본부의 반발을 사 이튿날 사과했다.
양영식 의원의 경우 지난해 11월 제주도의회 의회운영위원회 회의에서 의원들의 연간 월정수당을 인상한 것도 모자라 제주도의회 사무처에 "의정활동에 매진할 수 있는 최소한의 환경을 조성해 달라"며 안마의자 설치를 요구해 전국적인 논란을 낳기도 했다.
심지어 본회의장에서 공개적으로 성소수자 혐오 발언을 했다가 피진정인이 된 의원도 있다.
강충룡 의원(서귀포시 송산·효돈·영천동·국민의힘)은 지난해 12월 본회의 도중 '제주도교육청 학생인권조례안' 표결을 앞두고 5분 발언에 나서 "저는 동성애, 동성애자 싫어한다", "이번 조례안은 동성애를 권장하는 것" 등의 발언을 했었다.
이에 제주 19개 시민사회단체·정당으로 구성된 제주차별금지법제정연대는 "국가인권위법상 직위를 이용해 타인에게 성적 굴욕·혐오감을 느끼게 한 사안"이라며 12일 국가인권위원회 제주출장소에 진정서를 제출한 상태다.
◇윤리특위 회부는 '0명'…좌남수 의장 "고개 숙여 사과"
현행 '제주도의회 의원 윤리강령 및 윤리실천규범 조례'에 따르면 윤리강령이나 윤리실천규범을 위반한 의원의 경우 제주도의회 윤리특별위원회에 회부돼 지방자치법에서 정한 징계에 이를 수 있다.
그러나 제11대 제주도의회가 출범한 2018년 7월 이후 제주도의회 윤리특위에 회부된 의원은 단 한 명도 없다.
그동안 윤리강령을 위반한 수준의 사안은 없었다는 판단이다.
이 같은 상황에 좌남수 제주도의회 의장은 지난해 12월21일 뉴스1 제주본부와의 신년 인터뷰에서 의원들의 잇단 부적절한 언사에 대해 "제주도의회를 책임지고 있는 의장으로서 고개 숙여 깊은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공식 사과했다.
그러면서 좌 의장은 향후 의원의 부적절한 행위가 도를 넘는 경우 '제주도의회 의원 윤리강령 및 윤리실천규범 조례'를 적극 활용하겠다고도 했다.
좌 의장은 "향후 이러한 사례가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제주도의회는 스스로 더욱 무거운 책임감을 가지고 발언에 신중을 기하면서 의정활동을 성실히 수행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