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고체 이차전지, 1천번을 휘고 잘라도 끄떡없다
2021.01.13 09:42
수정 : 2021.01.13 09:42기사원문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KBSI)은 소재분석연구부 김해진 박사팀이 한국화학연구원, 성균관대, 전남대, 인하대 연구팀과의 공동연구를 통해 안전하고 자유변형이 가능한 전고체 이차전지를 개발했다고 13일 밝혔다.
성능 확인을 위해 제작된 100㎃h/g 용량의 전고체 이차전지는 500번의 충·방전과 1000번의 굽힘 테스트를 진행한 후에도 90%의 용량을 유지했다. 또 1㎜ 이하 두께로 얇게 제작된 전지는 구기거나 자르는 등 극한의 변형에도 정상적으로 작동했다.
또한 이번에 개발된 전고체 이차전지는 기존의 이차전지 제작 공정을 그대로 활용해 제작할 수 있다는 장점도 가지고 있다. 연구진은 실수요기업과의 협업을 통한 전고체 이차전지의 상용화가 한층 더 수월하게 진행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 전고체 이차전지는 음극과 양극 중간에 전기에너지가 흐를 수있는 전해질이 액체가 아닌 고체로 이뤄져 있다. 기존 액체 전해질을 사용하는 이차전지는 작은 홈만 있어도 외부로 전해질이 새어나와 폭발 위험성이 있다.
연구진이 개발한 전고체 이차전지는 양극과 음극을 분리하는 분리막이 필요없을 뿐더러 전지를 절단하거나 전지의 외부 파우치를 열어 내부를 공기 중에 노출시켜도 안정적으로 작동한다.
김해진 박사는 "기존 이차전지의 폭발 및 화재 사고는 액체 전해질로부터 기인하는데, 이번 융합연구를 통해 안전성이 담보된 차세대 자유변형 전고체 이차전지 제조 기술을 확보했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전고체 이차전지 개발을 위해 양극과 음극 소재, 집전체, 고체 고분자 전해질 소재의 신규 개발과 기존 소재의 성능 개선을 동시에 진행해 소재 기술을 확보했다. 특히 리튬이온을 전극 내부까지 원활히 이동시킬 수 있는 복합 전극 기술과 계면저항을 최소화할 수 있는 셀 조립기술을 개발했다. 또한 이를 넓은 면적에 적용하기 위한 파우치 형태의 풀셀 전고체 이차전지 제조기술 및 다수의 단일 셀들을 하나의 셀스택 안에서 직렬 혹은 병렬로 연결하는 적층기술을 확보했다.
연구진은 넓은 면적의 단일 셀들을 쌓았음에도 전지의 자유변형이 가능하다는 특징이 기존의 전고체 이차전지 기술에서 진일보한 결과라고 평가했다. 이처럼 대면적 적층기술은 대용량과 고전압을 만들 수 있어 고성능 전고체 이차전지 개발에 필수적이다.
김해진 박사는 "이 기술은 향후 10년 이내에 성능 한계에 도달할 기존 기술을 대체할 수 있고, 웨어러블 전자기기와 드론, 전기자동차에 활용되는 중대형 이차전지 모두에 적용 가능해 미래 이차전지 산업의 게임체인저 역할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공동연구에서 KBSI는 연구과제를 총괄하며 양극 소재 개발과 전고체 이차전지 조립을 담당했다. 화학연구원 김동욱 박사팀과 인하대 육지호 교수팀은 고체 고분자 전해질 소재를 개발했다. 성균관대학교 박호석, 손성욱 교수팀과 전남대 전영시 교수팀은 음극 소재 개발, 유연 집전체 개발 등을 맡았다.
이번 연구는 국가과학기술연구회의 창의형 융합연구사업으로 진행됐으며, KBSI는 주관 기관으로 2015년부터 5년 동안 연구를 진행했다. 1단계 첫 3년은 소재 개발을 포함한 핵심요소기술 확보, 2단계 2년은 기업도 함께 참여해 전고체 이차전지 제작과 실용화를 위한 핵심기술 연구를 진행했다. 연구 과정에서 SCI급 논문 65편을 게재, 특허출원 46건(해외 8건 포함), 특허 등록 21건(해외 3건 포함) 등의 성과도 거뒀다.
monarch@fnnews.com 김만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