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 소통의지 불구, 김여정 "특등 머저리”..새해 남북관계 '험로'

      2021.01.13 13:51   수정 : 2021.01.13 13:52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북한 제8차 당대회에서 지위 강등이 확인된 김여정 당 중앙위원회 부부장이 우리 정부에 대해 '이해하기 힘든 기괴한 족속', '특등 머저리'라고 맹비난을 쏟아내 향후 남북관계에 가시밭길이 예상된다. 특히 김 부부장의 '남조선'에 대한 맹비난은 문재인 대통령이 남북미 관계 진전을 위해 마지막 노력을 하겠다는 신년사 발언 이후 나왔다는 점에서 향후 남북관계는 한동안 상당한 악화 기조가 불가피해졌다.

■김여정 南에 "특등 머저리, 기괴한 족속들" 맹비난 퍼부어
북한 조선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13일 김 부부장 명의를 담화를 통해 남쪽 정부와 군 당국에 불만을 쏟아내고 이처럼 강도 높은 표현을 쓰며 맹비난했다.



김 부부장은 이날 담화에서 "해괴한 것은 남조선합동참모본부가 지난 10일 심야에 북이 열병식을 개최한 정황을 포착했다느니, 정밀추적 중이라느니 하는 희떠운(경망스럽고 버릇이 없다는 의미) 소리를 내뱉은 것"이라면서 우리 군 당국에 대한 노골적 불만을 드러냈다.

김 부부장은 "이 지구상에는 200여개의 나라가 있다지만 남의 집 경축행사에 대해 군사기관이 나서서 정황포착이니, 정밀추적이니 하는 표현을 써가며 적대적 경각심을 표출하는 것은 유독 남조선밖에 없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남조선 당국이 품고 있는 동족에 대한 적의적 시각에 대한 숨김없는 표현이라 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런 것이 아니라면 아마도 평양의 경축행사에 남보다 관심이 높다든가 그 또한 아니라면 우리의 열병식 행사마저도 두려워 떨리는 모양"이라고 조롱했다.

김 부부장은 또 "우리가 수도에서 그 누구를 겨냥해 군사연습을 한 것도 아니고 그 무엇을 날려 보내려는 것도 아닌데 왜 그렇게 목을 길게 빼들고 남의 집안동정을 살피느라 노고하는가 하는 것"이라면서 "하여튼 그 동네사람들은 참으로 이해하기 힘든 기괴한 족속들"이라고 비난했다.

이어 "세상사람 웃길 짓만 골라하는데 세계적으로 처신머리 골라할 줄 모르는 데서는 둘째로 가라면 섭섭해 할 특등 머저리들"이라면서 맹비난을 이어간 뒤 "언제인가도 내가 말했지만 이런 것들도 꼭 후에는 계산이 돼야 할 것"이라고 위협했다.

■文대통령 北과 소통의지에도 김여정, 거침없는 폭언
김 부부장의 이번 발언은 문 대통령이 지난 11일 신년사를 통해 북한과 언제 어디서든, 비대면으로라도 대화와 소통을 이어가자는 의지를 밝힌 이후에 나온 것으로 문 대통령과 정부의 대북협력 의지에 찬물을 끼얹는 발언으로 평가된다.



문 대통령은 신년사에서 "북미대화와 남북대화에서 대전환을 이룰 수 있도록 마지막 노력을 다하겠다"면서 집권 후반기 북한과의 관계개선을 다시 한 번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바 있다. 남북관계 개선을 통해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에 승부수를 띄우겠다는 것이었다.

정부가 남북 간 소통을 위한 실무작업을 착수한 바로 다음날 김 부부장의 극언이 나온 것은 정부 입장에서는 매우 뼈아픈 결과로 보인다. 실제로 통일부는 문 대통령 신년사 바로 다음날인 지난 12일 조달청을 통해 남북 간 비대면 만남을 위한 화상회의 영상회의실 구축 긴급입찰까지 냈다.

문 대통령과 우리 정부의 남북 간 교류협력, 남북관계 개선의지에는 북한 최고지도자인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 역시 찬물을 끼얹은 바 있다. 김 위원장은 지난 8일 8차 당대회 4일차 사업총화 보고에서 남북관계 진전을 위해 미국 전략자산의 한반도 전개와 한미연합훈련을 중단할 것을 전제조건으로 내세웠다.

이 문제는 단순히 정부 판단으로 결정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닌 한미동맹 측면의 문제고, 한국의 외교안보를 위해 포기할 수 없는 것으로 김 총비서가 말한 전제조건은 사실상 실현 가능성이 없다. 남북관계가 새해 진전되기 어려운 이유도 여기에 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합동참모본부의 북한 ‘열병식’ 관련 언급에 대해 김 부부장이 '기괴한 족속', '특등 머저리'라는 원색적 표현을 사용하면서 비난한 점으로 비춰볼 때 향후 장기간 남북관계는 회복이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vrdw88@fnnews.com 강중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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