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 죽고 가정 풍비박산났는데 무죄?"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들 분노

      2021.01.14 13:08   수정 : 2021.01.14 14:11기사원문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들이 14일 오전 서울 종로구 환경보건시민센터에서 피해 증언을 하고 있다. 이날 피해자들은 기자회견을 통해 지난 12일 법원의 SK, 애경, 이마트, 필러물산 등 가습기살균제 제조판매회사들에 대한 무죄판결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2021.1.14/뉴스1 © News1 황기선 기자

(서울=뉴스1) 서혜림 기자,김유승 기자 = 인체에 유독한 원료물질을 사용한 가습기살균제를 제조·판매한 혐의로 기소된 SK케미칼과 애경산업 관계자들이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가운데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들이 '피해자는 있고 가해자는 없는 유령 사건'이라며 판결에 항의했다.

14일 오전 환경보건시민센터와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들은 서울 종로구 환경보건시민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밝혔다.



사회적참사특별조사위원회(사참위) 부위원장을 최근 사퇴한 최예용 환경보건시민센터 소장은 "사참위가 파악하기로는 12종이 넘는 클로로메틸이소티아졸리논(CMIT)과 메틸이소티아졸리논(MIT) 제품 있었고 알려지지 않은 제품도 소수지만 팔렸었다"며 "피해자는 분명히 있고 정부가 이 부분을 제대로 파악해야하는데 무죄가 나와버렸다"고 말했다.

최 소장은 "지난해 말 국회가 사참위법을 개정하면서 사참위 활동을 연장했지만 가습기 진상규명 파트를 삭제했다"며 "이는 가습기 참사를 사실상 잊고 있는 우리사회 세태의 반영"이라며 비판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CMIT·MIT 단독 및 복합 사용 피해자들이 나와 피해를 호소했다.

김태종씨는 2007년 CMIT·MIT로 만든 이마트 가습기살균제 PB 상품을 쓴 후 아내의 폐가 망가져 13년째 투병생활을 하다가 지난해 숨졌다며 "피해자가 엄연히 존재하는데 가해자가 없다는 것은 말도 안된다"며 "아내는 그렇게 고생하다 가고 우리 가정은 풍비박산이 났다"고 말했다.

김미향씨는 쌍둥이 아이들이 2012년 생후 3~4개월일 때 애경의 가습기살균제를 쓴 후 기흉과 폐섬유화를 얻고 호흡이 힘들어 산소호흡기를 착용하고 있다며 피해를 호소했다. 김씨는 이번 재판부 판결에 대해 "아이 몸이 만신창이가 됐는데 어떻게 그런 판결이 났는 지, 무죄라는 말에 허망하기 그지없다"며 "피해자는 있고 가해자는 없는 유령사건"이라고 참담한 심경을 밝혔다.


앞서 12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부장판사 유영근)는 업무상과실치사 등 혐의로 기소된 홍지호 전 SK케미칼 대표와 안용찬 전 애경산업 대표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어마어마한 피해가 발생한 사회적 참사를 바라보는 심정이 안타깝고 착잡하기 그지없다"면서도 "현재까지 나온 증거를 바탕으로 형사사법 근본원칙 범위 내에서 판단할 수밖에 없었다"라며 무죄를 선언했다.


이에 대해 검찰은 "전문가들이 엄격한 절차를 거쳐 심사한 가습기살균제 피해 판정 결과를 부정해 안전조치를 소홀히 한 기업 책임자들 모두에게 무죄를 선고했다"며 항소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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