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로 시작된 中전기차 활황, 정부 속내는?
2021.01.14 15:40
수정 : 2021.01.14 15:40기사원문
【베이징=정지우 특파원】연초부터 중국의 전기차 시장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미국 전기차 업체 테슬라와 중국 토종 업체 웨이라이(니오)가 새로운 차량을 잇따라 공개했고 중국 최대 포털 바이두는 지리자동차와 손잡고 전기차 사업에 출사표를 던지는 등 치열한 경쟁을 예고하고 있다. 하지만 중국 정부의 속내는 복잡하다.
■테슬라가 아니라 '기술'이 목표
14일 주요 외신에 따르면 테슬라가 중국 시장을 장악하게 된 것은 어느 날 갑자기 이뤄진 것이 아니다. 이 회사는 2018년 상하이 공장 건설 계획을 발표한 이후 중국 시장에 꾸준한 투자를 해왔고 현재 전체 매출 5분의 1을 중국에서 거둬들일 정도로 성장했다.
테슬라는 올해 초 상하이공장에서 만든 SUV(스포츠 유틸리티 차량) 전기차 ‘모델Y’을 출시하면서 점유율 1위 자리를 굳혔다.
테슬라의 활약은 중국 정부의 막강한 지원이 밑거름이 됐다. 중국 정부는 테슬라에게 세금 감면과 값싼 대출, 중국 지사 소유권 100% 확보, 시설 구축 등을 아낌없이 내줬다.
지난해 2월 코로나19로 중국 본토 대부분 지역이 셧다운에 들어갔을 때도 중국 정부는 테슬라에게만 서둘러 공장 가동을 허락했다. 이 덕분에 테슬라는 공장 가동 재개 직후 첫 주 1000대를 시작으로 전기차 생산을 점차 늘여 나갈 수 있었다. 이 시기 도요타 자동차, 폴크스바겐 등은 여전히 조업을 재개하지 못한 상태였다는 점과 대조된다.
이 같은 중국의 아낌없는 지원의 배경에 대해 ‘테슬라 핵심 기술의 중국화’라는 해석이 우선 나온다. 다른 기술들과 마찬가지로 개방 초장기에는 자국 시장의 문을 적극적으로 열어준 후 핵심 기술을 자국 기업들이 익힐 때쯤이면 내쳐버리는 전형적인 ‘중국식 기술 습득’ 전략일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미국의 공공 기업인 앱코 월드와이드의 제임스 맥그리거 중화권 사업부 대표는 “중국 전략은 외국 기업들에게 좋은 기회지만, 궁극적인 계획은 모든 첨단 기술을 중국 것으로 만들겠다는 것임을 알아야 한다”며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이 점을 명심하고 중국을 상대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자국 전기車 업체 육성 나선 中
때맞춰 중국 정부의 태도 역시 서서히 자국 전기차 업체 육성으로 기울고 있다. 중국 정부는 2025년까지 전기차 비중을 당초 20%에서 25%로 상향 조정했으며 2035년에는 전기차·수소차, 하이브리드차(PHEV)를 50%까지 끌어올리고 휘발유·디젤 엔진 차량은 완전히 퇴출시키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를 위해 전기차 구매 보조금 정책을 2022년까지 2년 연장했고 판매세는 면제키로 했다. 농촌에서 중저가 신에너지차를 판매하면 보조금을 지급한다.
중국 국무원은 △순수전기차 등에 대한 연구개발 강화 △핵심 기업 육성 △핵심 시스템 플랫폼 구축 가속화 △신에너지차와 에너지산업·교통산업·정보통신산업 등의 융합발전 추진 △스마트 제조 수준 향상 △충전·배터리 교체 네트워크 구축 등을 담은 ‘2021~2035년 신에너지차 산업 발전 계획안’을 작년 10월 통과시켰다.
올해 초부턴 중국산 전기차 업체의 동향도 빠르게 공격적으로 전환되고 있다. 중국판 테슬라로 불리는 니오는 지난 9일 쓰촨성 성도인 청두에서 고급 세단인 ‘ET7’ 모델을 공개한 뒤 가격을 44만8000위안(배터리팩 포함)으로 정했다. 또 안후이성 허페이의 합작 회사 전기차 생산 능력을 2배로 늘였다. 니오는 주력 전기차인 ‘ES6’와 ‘ES8’의 연간 생산 능력을 12만대까지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전날에는 자금 조달을 위해 13억달러(1조4300억원) 규모의 ‘컨버터블 노트’를 발행한다고 발표했다.
니오 외에 비야디(BYD)와 샤오평, 리샹(리오토) 등도 맹렬히 테슬라를 추격하고 있다. 중국에서 전기차 업체는 200여개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공룡 정보통신(IT)업체인 알리바바와 바이두는 상하이 자동차, 지리자동차 등 뭉치며 전기차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중국 경제를 연구하는 전략국제연구센터의 선임 고문인 스콧 케네디는 “중국에서 테슬라 존재는 중국 전체의 공급망 발전을 돕기 위한 것”이라며 “애플이 중국 시장에서 상당한 성과를 내고 있지만 결과적으론 화웨이, 오포, 비보 등 경쟁업체들을 키웠다”고 평가했다.
jjw@fnnews.com 정지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