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9, 너마저 가는구나"…역사속으로 저무는 2G 서비스
2021.01.15 15:25
수정 : 2021.01.15 15:54기사원문
(서울=뉴스1) 강은성 기자 = LG유플러스가 2세대(2G) 이동통신 서비스를 종료하기 위한 공식 절차에 돌입했다. 오는 6월 주파수 이용기한 종료에 따라 15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2G 서비스 종료 신고서를 제출한 것.
이로써 지난 2012년 2G 서비스를 종료한 KT와 2020년 서비스 종료 대열에 합류한 SK텔레콤에 이어 마지막 남은 2G 사업자였던 LG유플러스도 서비스를 종료함에 따라 국내에서 2G 서비스가 완전히 막을 내리게 됐다.
아울러 LG유플러스 2G폰 이용자 일부가 이용하던 019 번호를 비롯해 011, 017, 018 등 01X 번호서비스도 완전 종료된다.
◇주파수 대가·장비 노후화 등 운영비 천정부지 상승
2G 서비스를 종료하는 이유는 가장 먼저 이동통신사들이 2G 용도로 받아놓은 '주파수'를 반납해야 하기 때문이다.
주파수는 공공재로, 국민의 것이다. 이동통신사는 국민의 재산인 주파수를 기반으로 영리사업을 하기 때문에 막대한 금액의 주파수 대가를 정부에 낸다.
2G 서비스의 경우 이른바 '황금주파수'라 불리는 800메가헤르츠(㎒)~1.8기가헤르츠(㎓)대역을 사용하고 있으며, 현재까지 2G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LG유플러스는 1.8㎓ 대역의 주파수를 갖고 있다.
지난 2020년11월말 기준으로 LG유플러스의 2G 가입자는 37만4512명에 불과하다. 지난해 7월 이미 서비스를 종료한 SK텔레콤에도 아직 2G 가입자 14만3349명이 남아있다. 즉 국내에는 총 53만5416명의 2G 이용자가 존재한다.
만약 2G 서비스를 종료하지 않으려면 사업자들은 이들 53만명을 위해 주파수 재할당을 받아야 하며 이 비용은 수천억원에 이른다. 과거 2G 가입자가 2000만명이 넘던 시절에는 수천억원을 들여 주파수를 재할당 받는 것이 당연했지만 현재 남은 가입자만으로는 2G 주파수를 회사가 점유하기는 쉽지 않다.
설령 통신사가 남은 53만명의 가입자를 위해 수천억원을 내고 주파수를 할당받겠다고 신청해도 정부는 이를 승인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정부가 주파수를 분배하는 중요원칙중 하나가 한정된 자원인 주파수의 '효용성'을 극대화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2G 망 유지보수에도 한계가 다다랐다.
2G 망은 이미 구축된지 25년이 지나 대부분 낡고 노후화 됐다. 이를 정상 서비스로 제공하기 위해 유지보수 하는 비용은 오히려 새로운 망을 깔고 구축하는 것 못지 않게 비싼 비용이 든다. 또 장비 고장이 급증하고 부품은 단종돼 유지보수가 불가능한 부분도 적지 않다.
◇'01X' 포기 못하는 일부 이용자, 어떻게 달래나
KT와 SK텔레콤은 각각 지난 2012년 1월과 2020년 7월에 2G 서비스를 종료시켰다. LG유플러스도 정부 승인이 완료되면 이용자 보호프로그램과 함께 단계적으로 2G 서비스를 종료할 예정이며 그 시한은 주파수 할당 종료기한인 6월을 넘기지 않을 전망이다.
다만 2G 서비스를 고집하는 일부 이용자들이 문제다.
이들이 2G를 고집하는 이유는 2G 서비스 자체가 아니라 2G에서만 서비스되는 011, 016, 017, 018, 019 따위의 '01X' 번호 때문이다.
이동통신사들은 2G 종료를 하면서 단말기 무상 제공 및 요금할인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시했다. 하지만 01X 번호 이용자들은 사업자와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는 등 강경 대응으로 일관하는 중이다.
01X번호통합반대운동본부에 따르면 이들은 "2G망을 억지로 유지하라는 것이 아니라 20년 넘게 사용한 01X 번호를 앞으로도 꾸준히 사용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것"이라면서 "돌아가신 가족의 소중한 추억이 담긴 번호라거나 수십년간 같은 번호로 사용해 '신뢰'를 받는 번호가 되는 등 자기 자신과 일체화된 번호가 많아 바꾸기가 쉽지 않다는 사연이 많다"고 호소한다.
하지만 지난 10년간 지속적으로 제기된 소송에서 법원은 모두 사업자와 정부의 손을 들어줬다.
그렇다면 2G망을 종료하면서 꼭 01X 번호를 010으로 바꿔야만 하는 것일까. 어쩌다 모든 휴대폰 번호는 010으로 통일이 된 것일까.
정부는 지난 2011년부터 '010 번호통합정책'을 전면 시행했다. 기존 01X 번호 사용자들은 '한시적 번호이동'이나 '01X 번호 표시안내 서비스'를 거쳐 스마트폰 교체와 함께 종전 01X 번호 대신 010 신규 번호를 받았다.
정부가 010 번호통합 정책을 취한 이유는 사업자 별로 부여한 휴대폰 식별번호가 어느순간 통신사와 연계된 '브랜드'처럼 취급되면서 그 자체로 이용자 차별요소가 됐기 때문이다.
당시 정부는 후발 사업자를 보호하고 1위 사업자의 '약탈적 요금(1위 사업자가 후발 사업자를 견제하기 위해 가격을 공격적으로 인하해 가입자를 빼앗아 가는 방식)'을 막는 '유효경쟁정책'을 폈고 이로 인해 SK텔레콤의 요금이 경쟁 이통사인 KT(당시 KTF)나 LG유플러스(당시 LG텔레콤)보다 비쌌다.
이같은 현상은 엉뚱하게도 이용자들 사이에서 앞자리 식별번호가 마치 비싼 명품을 사용하는 계층과 저렴한 알뜰상품을 이용하는 계층으로 인식되는 부작용을 낳았다.
결국 정부는 사업자 식별번호가 이용자 차별을 심화시키고 통신사간의 경쟁을 저해한다고 판단해 번호를 010으로 모두 통합하기로 하고 2010년 010번호통합 정책을 전격 발표했다.
당시에도 010번호통합정책은 적지 않은 반발을 낳았지만 대다수 이용자들은 스마트폰으로 교체하는 과정에서 번호를 변경했고, 일부만이 10년째 01X 번호를 고수하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