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장님 따님 콩쿠르 결선에 한표씩"…국립대병원 '황당문자'
2021.01.21 09:52
수정 : 2021.01.21 10:47기사원문
(광주=뉴스1) 허단비 기자 = 지역 거점 국립대병원인 전남대학교병원에서 '국제 콩쿠르 결선에 진출한 간부의 딸에게 투표해 달라'는 문자를 직원 수천명에게 발송해 논란이 일고 있다.
20일 전남대병원 등에 따르면 전남대병원 총무과는 지난 15일 '투표 요청' 제목의 문자를 2000여명의 직원에게 발송했다.
해당 문자는 "알려드립니다.
문자에는 '한국, 스페인, 중국, 미국에서 각 1명씩 결선에 진출해 결선대회를 진행하는데 최종 우승자는 심사위원 점수 50%와 인터넷 관중 50%로 결정된다'는 방식도 설명됐다.
이후 첨부한 링크에 들어가 A실장의 딸 이름을 선택한 후 전자메일을 기록하고, '로봇이 아닙니다'를 클릭하라는 등 자세한 투표 절차까지 나열됐다.
말미에는 "전남대병원이라는 한 지붕 아래 있는 우리가 함께 도와야 하지 않겠습니까? 투표 부탁드립니다"는 내용도 덧붙었다.
이를 본 직원들은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한 직원은 "하루에도 수십번씩 재난 문자가 울리는데 이런 사적인 내용까지 병원 공지 문자로 받아야 하느냐"며 불편을 기색을 내비쳤다.
또 다른 직원은 이를 병원 간부의 '갑질'이라고 지적했다.
"일반 직원들이었다면 아무리 급한 일이 있어도 이렇게 전체문자를 보낼 수 없을 거다. 웹 문자 발송에도 비용이 드는데 법인 예산을 써가면서 직원들의 개인정보를 남용한 갑질이 아닌가 싶다."
그는 "'전남대병원이라는 한 지붕 아래 있는 우리가 함께 도와야 하지 않겠습니까'라는 말로 무언의 압박을 하는 것 같아 불편하다. 간부 딸이 대회에서 우승하면 병원에 무슨 이득이 있는지 모르겠다"며 일침을 놓았다.
해당 문자는 A간부와 친분이 있는 총무과 직원 B씨가 직접 작성해 발송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남대병원 측은 "A씨가 친한 지인들과 있는 단톡방에 딸의 콩쿠르 이야기를 한 것인데 B씨가 이를 도와주고 싶은 마음에 전체 문자를 보낸 것으로 안다. 그저 선의였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공적 자산을 사적으로 유용한 것은 명백한 잘못"이라면서도 "A씨 딸도 콩쿠르 결선에서 최종 탈락해 문자로 이득을 취했다고 볼 수도 없다. B씨 개인의 일탈"이라고 일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