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사람 테러' 코로나가 만든 '웃픈' 광경일까?

      2021.01.23 10:03   수정 : 2021.01.23 17:24기사원문
7일 오전 서울 서울 용산역 코로나19 임시선별검사소 앞에 마스크를 쓴 눈사람이 세워져 있다./뉴스1 © News1 임세영 기자

(서울=뉴스1) 정재민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코로나 블루(우울증)를 넘어 분노를 뜻하는 코로나 레드 또는 블랙까지 등장했다.

시민들은 겨울을 맞아 눈사람 만들기, 길에서 스키, 스노보드, 눈썰매 타기 등 소소한 행복 인증을 이어가고 있지만, 이마저도 누군가에겐 분풀이 대상이 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시작은 전국에 눈발이 휘날린 지난 8일.

코로나19로 스키장, 눈썰매장 등으로의 외출을 삼가는 시민들이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눈사람을 만드는 영상과 사진을 올렸고, 거리에서 스키와 눈썰매를 즐기는 '웃픈' 모습도 관심을 끌었다.

눈사람을 만드는 '오리 눈 집게'를 사기 위한 대란도 있었다.
중고거래 사이트에서는 웃돈을 주고서라도 눈사람을 만드는 기계를 사려는 이들로 붐볐다.

모처럼 만의 외출에 소소한 행복을 응원하는 글이 잇따랐지만 마냥 즐거운 눈 구경만은 아니었다.

대전의 한 카페 앞에 영화 겨울왕국의 주인공인 '엘사'를 본 따 만든 눈사람이 SNS를 통해 주목받았는데, 하루가 채 지나지 않아 SNS상에 한 남성이 그 눈사람을 부수는 폐쇄회로(CC)TV 영상이 공개된 것.

이에 온라인을 중심으로 비판과 함께 그 남성의 신원을 파악하기 위한 움직임도 있었다.

또 가수 이적씨가 자신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눈사람을 파괴할 수 있다면 동물을 학대할 수 있고 마침내 폭력은 자신을 향할 것"이라고 공개비판에 나서기도 했다.

이후에도 전국적으로 잦은 눈에 눈사람 인증이 이어졌다. 인스타그램 #눈사람은 어느덧 게시물 54만6000여개에 달한다.

하지만 그런 눈사람 사진과 영상과 사진이 느는 만큼 눈사람 테러 사진 또한 늘었다.

한 인기유튜버는 다른 사람이 만든 눈사람을 부수는 영상을 올려 비판을 받기도 했다.

곧바로 사과의 뜻을 밝혔지만, 이를 두고 누리꾼들의 갑론을박도 이어지고 있다.

눈사람 논란은 애꿎은 재난문자로도 튀었다.

경기 구리시가 지난 17일 재난문자를 통해 '코로나19로 답답하신데 밖으로 눈 쓸러 나오세요, 공무원은 제설작업! 구리시민은 눈사람 만들기 등 함께해요!'라는 내용의 재난문자를 보낸 것.

이를 두고 사회적 거리두기가 한창인 요즘 재난문자를 통해 '눈사람을 만들자'며 외출을 부추긴다는 비판도 있었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 이전에도 눈사람 부수기 등 행위는 있었지만, 마음의 여유를 잃어가고 있는 지금 더 크게 부각된 것이라 분석했다.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제한적인 일상과 단절된 인간관계로 인한 스트레스로 감정이 우울을 넘어 분노로 확산했다는 것.

이동귀 연세대학교 심리학과 교수는 "자기 안에 쌓여 있는 스트레스, 좌절, 분노 등을 거부할 수 없고 저항할 수 없는 대상에 퍼부은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 교수는 "스트레스에 대한 인내심 수준에 개인차가 있다. 대부분의 사람이 운동, 지인과의 대화, 취미생활과 같은 의미있는 일을 추구한다"며 "하지만 그렇지 못한 사람도 있다. 자기 안의 충동 억제가 잘 안 되면 부정적인 기운을 밖으로 펼친다.
그런 측면으로 이해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코로나19와의 연계 가능성도 점쳤다.
그는 "코로나19 사태가 어느덧 1년이 지나면서 피로감에 더해 무력감까지 동반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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