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친한 친구에게 모르는 사람 험담…명예훼손 성립 안돼"

      2021.01.24 09:00   수정 : 2021.01.24 10:40기사원문
대법원 전경© 뉴스1

(서울=뉴스1) 이세현 기자 = 둘만 있는 장소에서 친한 친구에게 상대방이 잘 알지 못하는 사람에 대한 허위사실을 말한 것을 명예훼손으로 처벌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타인에게 전파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대법원 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박모씨에게 벌금 70만원의 선고를 유예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청주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24일 밝혔다.



박씨는 2014년 5월 자신의 사무실에서 피해자 A씨와 전화통화를 한 후 옆에 있던 친구 C씨에게 A씨에 대해 "신랑하고 이혼했는데 아들이 하나 장애인이래, 그런데 B가 그래도 살아보겠다고 돈 갖다 바치는 거지"라며 허위사실을 말했다.

통화가 끊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박씨의 발언을 들은 A씨는 이를 녹음해 박씨를 고소했고, 박씨는 명예훼손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1심은 박씨에게 벌금 70만원을 선고했다.

2심도 박씨의 혐의를 유죄로 판단했다.

다만 "박씨는 B씨를 직원으로 고용해 회사를 운영하던 사람인데 A씨로부터 B의 임금을 가불해달라는 취지의 전화를 받고 대화를 종료한 후 옆에 있던 친구 C씨에게 통화상대방이 누구냐는 질문을 받자 답변하는 과정에서 B씨로부터 전해들은 정보를 바탕으로 발언을 한 것"이라며 "박씨가 고의적으로 허위발언을 한 것은 아닌 것으로 보이고, 발언의 전파가능성이나 공연성이 매우 크다고 보기 어렵다"면서 양형에 참작할만한 사유가 있다고 봐 벌금 70만원의 선고를 유예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2심 판결을 파기했다.


재판부는 "공연성은 명예훼손죄의 구성요건으로, 특정 소수에 대한 사실적시의 경우에는 전파가능성에 관해서는 검사의 엄격한 증명이 필요하다"면서 "발언 상대방이 비밀의 보장이 상당히 높은 정도로 기대되는 경우에는 공연성이 부정된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C씨는 A씨를 전혀 알지 못하고 B씨도 직접 만난 적이 없다"며 "이 사건 발언 장소는 박씨의 사무실로, C씨 외의 다른 사람은 없었으며, C씨는 이후 박씨에게 들은 얘기를 다른 사람에게 말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이어 "박씨와 C씨의 친밀 관계를 고려하면 비밀보장이 상당히 높은 정도로 기대된다"며 "박씨의 발언 경위와 내용 등을 보면 이 발언이 불특정 또는 다수인에게 전파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고, 박씨에게 전파가능성이 없다고 생각한 것으로 보인다"며 사건을 2심 법원으로 돌려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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