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동계올림픽 시동거는 中, 속내는?
2021.01.26 11:07
수정 : 2021.01.26 15:10기사원문
【베이징=정지우 특파원】중국이 1년 뒤에 열리는 2022년 베이징동계올림픽 홍보에 일찌감치 열을 올리고 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올림픽 개최지 시찰 모습,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과 통화 내용이 연초부터 잇따라 보도되며 분위기 조성에 나서는 모양새다. 일본 도쿄올림픽 개최 회의론 속에 ‘중국은 다르다’는 안정감을 외부에 심어주고 내부적으론 결속을 다지기 위한 의로도 풀이된다.
■'일본과 다르다' 대내외 홍보
26일 관영 중국중앙방송(CCTV)에 따르면 시 주석은 전날 오후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과 통화를 갖고 “현재 베이징동계올림픽 개최지와 인프라 건설은 단계적 성과를 거두고 있으며 대회 조직은 질서 정연하게 진행되고 있다”면서 “관련 당사자들의 지원으로 모든 준비 작업을 기한 내에 완수해 완벽하게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시 주석은 수 일전에는 베이징 하이뎬구와 옌칭구의 동계올림픽 경기장을 찾았다. 그는 이 자리에서 “중요한 역사적 전환점에 선 중국에 베이징동계올림픽은 중대한 지표가 될 것”이라고 천명했다. 시 주석이 동계올림픽 개최지를 시찰한 것은 2017년 이후 4번째로 알려졌다. 신화통신은 코로나19로 중대한 도전에 직면한 상황에서 올림픽 개최에 대한 자신감을 보였다고 평가했다.
시 주석이 통화 내용과 경기장 방문모습은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를 비롯해 유력 관영 매체를 통해 일제히 전파됐다. 올해 7월 도쿄하계올림픽 개최 여부도 아직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이후 열리는 동계올림픽 홍보부터 적극적으로 나선 셈이다.
이는 일본의 코로나19 확산세와 도쿄올림픽 부정적 여론을 의식한 것으로 해석된다. 일본은 코로나19 확산세에 긴급사태를 선언했으며 일본인 80% 이상이 올림픽을 연기·취소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2020년 도쿄올림픽은 이미 1년 연기됐으며 당시 “팬데믹이 지속되고 선수와 대회 관계자, 관중, 시민의 안전을 보장할 수 있을 정도로 보건 여건이 개선되지 않았다”는 게 이유였다.
따라서 시 주석의 행보는 베이징동계올림픽 개최를 위한 기틀을 다져놓겠다는 속내가 깔린 것으로 분석된다. 중국은 일본과 달리, 코로나19 전염병을 완벽하게 통제할 수 있으며 세계에서 ‘나홀로’ 플러스 경제 성장에 성공한 만큼 때문에 경제적으로도 개최 역량이 충분하다는 것을 외부에 알리겠다는 사전 작업이라는 것이다.
시 주석은 바흐 위원장에게 “중국은 전염병 예방·통제 조치를 엄격히 이행하고 전염병 영향을 극복하며 다양한 준비를 꾸준히 진행하고 있다”면서 “IOC 등과 협력해 전염병에 대한 국제사회의 조기 승리와 세계 경제 회복에 기여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美경쟁 속 시진핑 권력 공고·내부결속
중국 계획대로 베이징동계올림픽 개최가 이뤄질 경우 베이징은 세계에서 하계와 동계올림픽을 모두 개최한 유일한 도시가 된다. 하·동계올림픽을 각각 여러 번 개최한 도시는 있지만 하·동계 올림픽 양쪽을 연 곳은 아직 없다.
올해가 공산당 창당 100주년이고 미국과 경쟁(14차 5개년 경제계획과 2035년 중장기발전계획)의 첫 해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런 성과는 시 주석 역량으로 귀결될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가 나온다. 중국은 미국을 넘어선 ‘굴기’를 위해 내부 결속에 에너지를 쏟고 있으며 시 주석의 권력 공고화 작업도 이뤄지고 있는 상황이다.
또 시 주석이 기회가 있을 때마다 강조하는 ‘중국=다자주의 수호자’ 이미지를 강화하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 시 주석은 중국을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행정부의 일방주의에 맞선 협의와 협력의 국가로 선전하고 있으며 올림픽 정신 자체가 화합과 평화다.
시 주석은 전날 화상으로 열린 세계경제포럼(다보스 포럼)의 사전 아젠다 회의에서 “다자주의의 핵심은 국제사회에서 모두가 함께 논의하고 처리하는 것이라고 강조하면서 ‘작은 집단’이나 ‘신냉전’으로 서로 배척·위협하면 인류가 직면한 공통된 도전에 대처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사실상 트럼프 전 행정부를 겨냥한 것으로 해석된다.
아울러 세계적 팬데믹 아래에서도 동계올림픽 개최를 달성하는 것은 중국의 역량을 대외에 과시하는 수단이 된다. 이는 여전히 코로나19의 폭풍 속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미국과 대비될 가능성이 높다. 세계가 미중 양국 중심으로 양분되는 상황이라는 점을 고려할 경우 이와 같은 국력 강화는 자국에게 우호적인 국가를 확대하는 당근이 될 수도 있다는 전망이 제기된다.
■IOC 결정은 미지수, 반쪽 가능성 상존
다만 코로나19 백신의 집단면역 효과가 제대로 검증되지 않은 점, 변종 바이러스가 잇따라 발견되고 있는 점, 백신 구매에 어려움을 겪는 국가가 상당수라는 점 등은 불확실 요소로 꼽힌다.
이렇게 될 경우 중국 내에서 코로나19 확산세를 잠재웠다고 해도 참여국가 부진으로 반쪽짜리 동계올림픽이 개최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중국이 시노팜과 시노백 등 자국산 백신을 개발도상국과 저소득국가에 지원하고 있는 것은 이런 상황까지 염두에 뒀을 수도 있다는 관측이 있다. 이 때문에 현 상태에서 IOC의 결정을 예단하기는 힘든 것으로 전망된다.
시 주석은 지난 20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동계올림픽’ 준비 브리핑에서 “동계올림픽은 중국의 14·5계획이 시작될 때 열리는 국가의 주요 대표적 행사”라며 “예정대로 개최한다는 목표에 집중하고 직면한 문제는 해결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jjw@fnnews.com 정지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