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사인 미상' 집배원, 과로했다면 업무상 재해 인정"
2021.02.01 08:41
수정 : 2021.02.01 08:41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직접 사인이 명시되지 않았더라도 업무 과중으로 지병이 악화돼 사망했다면 이를 업무상 재해로 볼 수 있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1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13부(부장판사 장낙원)는 A씨 유족이 공무원연금공단(공단)을 상대로 "순직유족보상금 부지급 결정을 취소해달라"며 낸 소송에서 최근 원고 승소 판결했다.
우체국 집배원으로 근무하던 A씨는 지난 2018년 6월16일 퇴근 후 배드민턴을 치다 쓰러졌다.
이후 A씨 배우자는 순직유족보상금과 공무상요양비 지급을 청구했으나 공단은 부지급 결정 처분을 했다.
공단은 A씨 직접사인이 '미상'이고 원발성 고혈압으로 장기간 치료 전력이 있는 점 등을 종합해, 개인의 취약성 및 체질적 소인 또는 지병성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숨진 것이라고 봤다.
A씨 배우자는 공무원재해보상연금위원회에서도 심사청구가 기각되자, 이에 불복해 "남편 사망이 공무상 사망에 해당한다"며 이 사건 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A씨가 공무와 상당인과관계가 있는 질병으로 사망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A씨는 평소 흉통, 호흡곤란 등의 증세를 보이지 않았고 이 사건 사고 직후 즉시 대학병원으로 옮겨졌음에도 짧은 시간 안에 사망했다"며 "평소 경동맥, 대동맥 등 죽상동맥경화를 앓고 있었는데 예기치 못하게 대동맥류파열로 이어져 사망했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했다.
이어 "고혈압을 앓고 있었으나 치료를 꾸준히 받아 평소 혈압은 정상 범위 내에서 관리됐다"며 "반면 A씨는 이 사건 사고 전 상당히 오랜 기간 동안 과로에 노출돼 있었고, 사고 당시 상당히 높은 수준의 신체적 누로가 누적돼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나아가 A씨는 사고 전 약 2주 동안에 걸쳐 전국동시지방선거와 관련된 우편물을 배달하거나, 방사성 물질이 검출된 매트리스를 수거하기 위해 주말에도 추가 근무를 했다"며 "이러한 일시적인 업무 증가는 A씨 신체에 더욱 큰 부담으로 작용했을 것"이라고 판시했다.
아울러 "A씨는 평소 앓고 있던 고혈압 및 죽상동맥경화가 그가 수행하던 업무로 인해 자연적인 진행속도 이상으로 악화된 결과 사망하기에 이른 것"이라며 "공무와 상당인과관계 있는 질병으로 인해 사망했다고 봐야 하고, 이와 다른 전제에서 내려진 이 사건 각 처분은 위법하다"고 덧붙였다.
rsunjun@fnnews.com 유선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