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간 비상사태" 미얀마 다시 군부독재 '암흑'… 전세계 규탄

      2021.02.01 18:02   수정 : 2021.02.01 18:21기사원문
미얀마 군부가 1일(현지시간) 쿠데타를 일으키고, 미얀마의 실질적 지도자 아웅산 수치 국가고문과 윈 민 대통령 등 여권 주요인사들을 구금했다. 군부는 권력이양과 함께 앞으로 1년간 군부가 미얀마를 장악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지난 10여년 간 점진적으로 민주화의 길을 걷던 미얀마가 다시 군부독재라는 암흑의 터널로 들어가고 있다.



구금된 수치 고문은 국민들을 향해 쿠데타에 적극적으로 거부해줄 것을 촉구했다. 미국 등 국제사회에서도 규탄의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수치, 국민들에 "항의하라"

아웅산 수치 미얀마 국가고문은 이날 발생한 군부 쿠데타와 관련해 "군부가 국가를 독재정권으로 돌리려 한다"고 비난했다.

미얀마 집권 민주주의민족동맹(NLD)은 수치 고문 명의의 성명을 통해 "(오늘 일어난 일을) 받아들이지 말고 군부 쿠데타에 대항해 진심으로 항의하는 방법으로 대응해줄 것을 국민들에게 촉구한다"고 밝혔다. 수치 고문은 이날 새벽 군부 쿠데타에 의해 윈 민 대통령 등 여권 인사들과 함께 구금됐다.

미얀마군 TV는 이날 앞서 성명을 통해 "군부는 1년간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민 아웅 흘라잉 미얀마 국방군 총사령관에게 권력이 이양됐다"며 "선거부정에 대응해 구금조치들을 실행했다"고 발표했다. 쿠데타를 공식 시인한 것이다.

미얀마 국회의원들은 이날 지난해 11월 총선 이후 첫 회의를 위해 수도 네피도에 모였었다. 당시 선거에서 NLD는 476석 가운데 396석을 획득, 단독 정부 구성에 성공했다.

그러나 미얀마 군부는 선거 직후부터 계속해서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하며, 급기야 지난달 26일 쿠데타를 시사했다. 군부는 분명한 증거를 제시하지 못하면서도, 유권자 명부가 860만명가량 실제와 차이가 있다고 주장했다.

유엔 및 현지 외교사절단의 우려 표명이 잇따르자 군부는 같은 달 30일 "헌법을 준수하겠다"며 한발 물러서는 듯한 모습을 보였지만, 이틀 만에 전격적으로 쿠데타를 일으켰다.

이날 새벽 감행된 쿠데타 이후 미얀마 국영 TV·라디오 방송은 '기술적 문제'로 인해 방송을 할 수 없다고 발표했다. 네피도는 물론 최대 도시 양곤에서도 인터넷 및 전화선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NLD의 묘 뉜 대변인은 이날 앞서 언론에 수치 고문과 정부 고위 인사들의 구금 사실을 알리고 "군이 쿠데타를 일으키는 것으로 추정해야만 한다"고 밝혔다.

75살의 수치 고문은 미얀마에서 가장 큰 영향력을 갖는 정치인이자, 수십년 간 군 통치에 반대하는 비폭력 투쟁을 주도해온 미얀마 최고 지도자다.

수치 고문이 이끄는 NLD는 2015년 11월에 총선거에서 NLD는 상하원 491석 중 390석을 차지하며 압승을 거뒀고 2016년 1월 대통령을 선출했다. 미얀마가 장장 53년만에 군부독재 체제에서 벗어나는 순간이었다.

그러나 2008년 군부정권에서 제정된 헌법에 따라 상하원 의석의 25%가 군부에 할당되고 국방부·내무부·국경경비대 등 주요 3개부처 장관 지명권도 군부에 주어졌다. 민주화 세력이 집권했다 해도 군부 세력의 견제를 받아야 했다.

이 헌법 때문에 영국인 남편과 결혼한 수치 고문은 대통령 후보도 될 수 없었다. 헌법상 배우자 혹은 자녀 등 직계가족이 외국 국적자일 경우 대선에 출마할 수 없기 때문이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은 재임 중 네피도를 방문해 "미얀마의 민주화는 진짜지만 아직 불완전하다"며 개혁을 촉구한 바 있다.

■유엔·미국, 쿠데타 강력 비난

유엔과 미국 등 국제사회는 강력한 경고의 메시지를 내놓고 있다.

미국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미얀마의 최근 선거 결과를 번복하려 하거나 민주화 과정을 지연시키려는 그 어떤 시도에도 반대한다"며 "이런 조치를 번복하지 않을 경우 책임자들에 대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변인은 또 조 바이든 대통령이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으로부터 이와 관련한 보고를 받았다고 말했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도 "심각한 우려와 불안"을 표명하며 "모든 정부 관계자들과 시민사회 지도자들을 풀어주고 11월 8일 민주 선거에서 드러난 버마(미얀마의 옛 명칭) 국민의 의지를 존중해 줄 것을 군사 지도자들에 촉구한다"고 밝혔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 역시 대변인 성명을 통해 "미얀마 의회 개회를 하루 앞두고 발생한 아웅산 수치 국가고문과 윈 민 대통령, 다른 정치 지도자들의 구금을 강력 규탄한다"고 밝혔다.
구테흐스 총장은 이번 사태가 "미얀마의 민주적 개혁에 심각한 타격이 된다"고 지적했다.

호주 정부도 "미얀마 군부가 다시 한번 정권을 잡으려고 시도하고 있다"고 비난하면서 수치 고문 및 구금된 지도자들을 신속히 석방할 것을 요구했다.


가토 가쓰노부 일본 관방장관과 싱가포르 외교부는 사태 당사자 간 평화로운 대화를 통한 사태 해결을 촉구했다.

imne@fnnews.com 홍예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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