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 키운 광물公, CP 2년새 4배↑
2021.02.03 17:05
수정 : 2021.02.03 18:05기사원문
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광물공사는 지난 2일 장기 CP 총 2·3년물 2000억원어치를 발행했다. 이번에 발행한 CP는 한양증권이 전액 사들였다.
광물자원공사법에 따르면 공사는 자본금과 적립금을 합한 금액(2조원)의 두 배를 초과하지 않는 범위에서 회사채를 발행할 수 있다. 통상 CP는 만기가 1년 미만으로 3~6개월 차환하거나 상환하는 단기물이지만 회사채 발행이 막힌 광물공사는 1년물 이상의 장기 CP 발행을 확대하고 있다.
2019년 2월 광물공사의 CP 발행 잔액은 2245억원이었으나 2021년 2월 2일 기준 8600억원을 가리키고 있다. 2년 만에 약 4배 가까이 급증한 것이다. CP는 발행한도가 정해지지 않았다. CP 물량을 받아주는 금융사와 계약을 맺는 데 성공하면 무한대로 발행이 가능하다.
광물공사와 CP 계약을 맺은 곳 중 은행으로는 KEB하나은행이 유일하다. 나머지는 DB투자증권, 교보증권, 한양증권 등 증권사가 대부분이다. 통상 CP를 인수한 증권사는 CP에 투자하려는 증권사, 자산운용사를 매칭해 CP를 다시 넘긴다. 사실상 CP 중계 업무다.
업계에 따르면 CP를 중계하는 증권사는 1bp(0.01%포인트)의 마진을 받는다. 현재 시장은 유동성이 넘쳐나 단기물 시장 수요가 많다.
광물공사로서는 유동성 장세에 힘입어 과거보다 낮은 금리로 CP 발행을 통한 자금 조달이 더 수월해진 셈이다. 이렇다 보니 유동성 장세가 광물공사의 잠재적 부실을 키우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완전자본잠식 상태인 광물공사의 CP를 은행, 증권사가 적극 나서서 인수하는 데는 정부보증채라는 '신용'이 있기 때문이다. 광물공사의 신용등급은 정부가 신용도를 보증하고 있어 초우량등급인 AAA에 속한다. 최악의 상황에도 정부가 해당 채권의 손실을 보전해 준다. '밑 빠진 독에 혈세 붓기'가 되고 있는 격이다.
정부는 광물공사와 광해관리공단 통합으로 광물공사의 재정난을 타개한다는 계획이었지만 노조의 반대로 통합은 수년째 제자리걸음이다.
신용평가업계 관계자는 "광물공사는 유관기관인 광해관리공단과 통폐합을 하든, 정부가 나서 유상증자를 하든 특단의 조처가 필요하다"면서 "이대로의 CP 발행은 우려스러운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광물공사 관계자는 "통합과 관련해 논의가 계속 진행 중에 있다"라면서 "정부가 연내 광물공사와 광해관리공단 통합을 진행하고 있다. 이를 위해 정부가 양 사의 통합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광물공사는 광물자원산업의 육성, 지원에 관한 사업을 수행할 목적으로 1976년 설립된 시장형 공기업이다. 정부가 지분 99.86%, 산업은행이 0.14%를 보유하고 있다.작년 6월 말 연결 기준 총 차입금은 6조4641억원이다.
khj91@fnnews.com 김현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