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대생 아이디‧비번 해킹해 왜 임용시험 취소했을까…범행 동기 묵비권

      2021.02.06 08:00   수정 : 2021.02.06 08:00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전주=김도우 기자】 교원 임용시험을 준비하던 20대 여대생이 원서를 냈지만 시험을 치르지도 못하는 황당한 사건이 벌어졌다.

시험을 코앞에 두고 본인도 모르게 누군가가 자기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해킹해 원서 접수를 취소해서다.

피해자의 의뢰로 수사에 착수한 경찰은 컴퓨터 IP 주소 추적 끝에 20대 남성 A씨를 붙잡았다.



조사결과 A씨는 여대생과 전혀 아는 사이가 아니다.

임용시험 경쟁자이거나 같은 대학에 다니는 지인이 아니라 제 3의 인물이었다.


남성은 왜 이런 행위로 구속까지 됐을까.

이 남성 A씨는 구속 이후 묵비권 행사를 하고 있다. 따라서 범행동기가 아직까지 미궁속이다
전북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6일 “지인 아이디와 비번을 해킹해 교원 임용시험 원서접수를 취소한 혐의(정보통신망법 위반)로 최근 A씨를 구속 송치했다”고 밝혔다.

■ 교사가 꿈인 20대 여대생은 재수해야할 처지
A씨는 지난해 10월 중순께 전북 지역 모 대학 사범대 4학년에 재학 중인 B씨 아이디와 비밀번호로 전북교육청 중등 온라인 채용시스템에 접속했다. 그런 후 11월 21일 1차 시험이 예정된 ‘2021학년도 전북교육청 공·사립 중등교사 임용후보자 경쟁시험’ 원서 접수를 취소한 혐의다.

전북교육청에 따르면 응시원서 접수기간은 10월 19~23일이었다.

이 시험 신청은 인터넷으로만 가능하다. 2차 시험은 1월 20일과 26~27일 진행되고, 최종 합격자 발표는 2월 10일이다.

B씨는 1차 시험을 앞두고 수험표를 출력하기 위해 해당 사이트에 접속했다가 원서 접수가 취소된 사실을 알았다. B씨는 결국 시험을 응시하지 못했다.

교사가 꿈인 B씨는 대학 4년 내내 준비한 실력을 발휘 못하고 재수를 해야 할 처지가 된 것이다.


■ 아이디 비번 해킹해 시험 못 봤다. 경찰수사의뢰
B씨는 “어떤 사람이 나 몰래 임용시험 원서 접수를 취소했다”며 “범인 찾아 달라”고 수사를 의뢰했다.

B씨의 의뢰로 수사에 착수한 경찰은 A씨가 B씨 모르게 해외 가상사설망(VPN)을 이용해 교육청 온라인 채용시스템에 접속한 정황을 확인했다.

경찰조사결과 서로 아는 사이지만, 해당 임용시험이나 경쟁자나 같은 대학에 다니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경찰조사에서 “B씨 임용시험 원서 접수를 취소하지 않았다”며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하지만 경찰은 A씨가 2018년·2019년 임용시험 원서접수 사이트에 B씨 계정으로 접속해 비밀번호를 바꾼 여러 흔적을 토대로 A씨를 범인으로 지목했다.

■ “한사람은 알고 한사람은 모른다” 진술
경찰은 A씨와 B씨를 불러 조사했다. 두 사람의 관계에 대한 양측 진술은 서로 다른 것으로 파악됐다.

전북교육청 주변에서는 “두 사람이 중학교 동창이다. A씨가 B씨를 좋아해 교제를 요구했는데 받아주지 않자 괴롭히고 임용시험도 못 보게 한 것 아니냐”는 소문도 돈다.

경찰은 “수사 중이어서 구체적인 내용은 확인해 줄 수 없다”는 입장이다.

여대생 B씨는 다른 사람의 해킹으로 원서 접수가 취소된 만큼 전북교육청에 시험을 보게 해달라고 요청했지만, “정상적인 방법으로 원서 접수를 취소했기 때문에 구제가 안 된다”는 답변이다.


전북교육청 관계자는 “본인이 (원서 접수를) 취소했는지, 다른 사람이 취소했는지 알 길이 없어 구제 할 수 없다”며 “(타인이 임의로) 원서 접수를 취소한 전례가 없었던 만큼 이번 사건을 계기로 교육부에 재발 방지책 마련을 건의했다”고 밝혔다.

964425@fnnews.com 김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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