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2030 생계유지·투자용 대출 '급증'

      2021.02.07 18:27   수정 : 2021.02.10 11:02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 경기도에 있는 한 중소기업에 다니던 김동수(33·남)씨는 얼마 전 코로나19 등으로 회사가 어려워져 일자리를 잃고 말았다. 다른 회사로의 재취업도 녹록지 않아 생계가 막막해진 김 씨는 적지 않은 규모의 신용대출을 받았다. 그는 "다 커서 부모님께 도움을 구하기도 그렇고, 스스로 먹고 살아가기 위해 대출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 서울에 있는 한 중견기업에 다니는 전가연(29·여)씨는 최근 시중은행에서 비대면 전용 신용대출 5000만원을 받았다. 최근 주식 시장이 달아오르면서 더 늦기 전에 대출을 받아 투자에 나서야 한다는 생각에서다. 전 씨는 "요즘 사람들을 만나면 너나 할 것 없이 주식 얘기가 주를 이룬다"며 "성공투자 사례도 많이 들었고, 아무 것도 안 하면 도태되는 느낌도 들어 급하게 대출을 받았다"고 말했다.

생활 자금과 주식 및 부동산 투자 수요 등이 몰리면서 지난해 2030 젊은 세대의 신용대출이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7일 파이낸셜뉴스가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유동수 의원실을 통해 확보한 주요 시중은행들(KB국민·신한·하나·우리·씨티·SC제일은행)의 '연령대별 신용대출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20대(20~29세)의 신용대출 잔액은 1월 5조2321억원에서 12월 7조4494억원으로 42.4% 증가했다.
같은 기간 30대(30~39세)의 신용대출 잔액은 28조9645억원에서 37조973억원으로 28% 늘었다.

이는 다른 연령대의 신용대출과 비교해 두드러진 증가율을 나타낸 것이다. 40대(40~49세)의 신용대출 잔액은 1월 37조9439억원에서 12월 44조2365억원으로 16.5%, 같은 기간 50대(50~59세)의 신용대출 잔액은 27조2108억원에서 31조886억원으로 14.2% 각각 증가했다. 60세 이상의 신용대출 잔액은 6조4555억원에서 7조1312억원으로 10.4% 늘었다. 지난해 12월 기준 신용대출 잔액이 가장 많은 연령대는 여전히 경제활동 인구가 상대적으로 많은 40대였지만, 30대가 그 뒤를 바짝 추격하는 모습이다.

2030 세대가 신용대출로 마련한 자금은 생계 유지와 주식 및 부동산 투자에 적극 활용됐다는 분석이다. 우선 코로나19 등의 영향으로 그 어느 때보다 취업 길이 막힌 2030 세대가 당장의 생활 자금이 필요해 적극적으로 대출을 받았던 것이다. 아울러 시장 흐름에 따라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투자)과 '빚투'(빚 내서 주식투자) 행렬에 대거 동참했다.
실제로 지난해 주요 증권사 6곳의 신규 주식계좌 723만개 중 절반 이상이 2030 세대의 계좌였고, 지난해 12월 30대 이하의 아파트 매입 건수는 3만6177건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하지만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거품이 꺼질 경우 자산 가격이 급격히 떨어져 빚투에 나선 젊은 세대가 위험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또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2030 젊은 세대 대부분이 소득이 적은 상황에서 대출로 주식 등 자산에 투자하는 것은 위험하다"며 "자칫 버블 붕괴 후 자산 가격이 떨어지면 감당하기 어려운 '도미노 신용대출 쇼크'가 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kschoi@fnnews.com 최경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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