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도시재생 편향 설문" 창신동 주민들 반발

      2021.02.09 17:30   수정 : 2021.02.09 17:30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도시재생 사업을 진행 중인 서울 종로구 창신·숭인 지역 주민들이 서울시가 진행하는 설문조사에 강하게 반발했다. 주민들의 의견을 묻는 설문조사에 정작 주민들은 참여를 하지 못하게 했다는 이유에서다. 또 일부 문항은 도시재생을 잘 알지 못하는 주민들이 오해할 만한 답변을 유도한다고 지적했다.



9일 서울 종로구 창신동에서는 서울시의 '창신·숭인 재생사업 관련 심층조사' 설문조사로 한때 실랑이가 벌어졌다. 설문조사를 진행하는 업체 직원들이 설문 내용에 대해 반발하는 주민들에게 설문을 거부해서다.


이번 설문은 서울시가 상반기 기관평가에 참고하기 위해 주요 분야별, 사업별로 시민들을 만나 만족도를 조사하기 위해 마련됐다.

강대선 공공재개발 준비위원장은 "도시재생과 관련해 좋은 내용들로만 소개를 하며 설문을 받는 것 자체가 잘못됐다"며 "일부 문항은 도시재생을 잘 모르는 주민들이 보면 서울시에만 유리한 방향으로 답변하게 돼있다"고 주장했다.

실제 본지가 입수한 설문지에는 총 8페이지 중 5장에 도시재생 사업의 우수 사례를 소개하는 사진이 첨부돼 있다.

창신동 도시재생사업에 참여한 경험이 있는 한 주민은 "도시재생을 잘 모르는 주민들이 설문지에 포함된 사진을 보면 사업이 잘 진행되고 있다고 오해할 수 있다"며 "설문 내용 자체가 사업이 잘 되고 있다는 답변을 이끌어 내기 위해 만들어졌다"고 강조했다.

일부 문항은 주민들의 오해할 만한 답변을 유도한다고도 지적했다.

문제가 된 문항은 '그동안의 창신·숭인 도시재생사업 진행과정에서 추진 주체가 누구였다고 생각하십니까'라는 질문이다. 응답은 1번 지역주민, 2번이 공공기관(서울시, 자치구, SH공사)라고 명기돼있다.

강 위원장은 "주민 다수가 도시재생의 실체조차 잘 모르는 상황에서 사업 추진 주체를 묻는 질문은 잘못됐다"며 "답변 내용이 주민과 공공기관으로 돼있으면 주민이 주인이라고 생각하는 주민들은 당연히 주민이라고 답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설문에 참여하고자 했던 일부 주민은 설문 자체를 거부당하는 일도 벌어졌다. 설문을 거부당한 주민들은 경찰 입회 하에 설문을 작성하고자 했지만, 이마저도 거부 당했다.

이에 대해 서울시 관계자는 "설문을 진행하는 분들이 여러 사람이 몰려들자 당황해서 대응을 잘못한 것으로 파악된다"며 "기관 평가 참고용이기 때문에 긍정적 답변을 유도하기 위한 편향된 질문을 할 의도는 전혀 없었다"고 답했다. 그는 또 "시기적으로 예민한 시기에 설문을 진행해 오해가 있었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준비위원회는 이에 대해 오는 10일 서울시를 항의 방문할 계획이다.

hoya0222@fnnews.com 김동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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