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 불복종 시위 8일째, 의료진까지 불법 체포

      2021.02.13 17:29   수정 : 2021.02.13 17:29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미얀마에서 군부 쿠데타에 저항하는 시민 불복종 시위가 8일 동안 이어지는 가운데 군부가 시위에 참여한 의료진까지 불법 체포하는 사례가 보고되고 있다. 시민들 사이에서는 군부가 야간에 시민들을 잡아간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더욱 저항 분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13일 이라와디 등 현지 매체에 따르면 전날 오전 미얀마 제2 도시 만달레이에서 경찰이 시민 불복종 운동을 지지한 킨 마웅 르윈 만달레이 의과대 총장의 자택을 급습했다.

경찰은 르윈 총장을 영장없이 체포하려 했으나 이웃 주민들이 냄비와 프라이팬을 두드리며 항의하자 물러났다. 앞서 지난 11일 밤에는 중부 마그웨 지역에서도 경찰이 아웅란병원 의료과장을 체포하려다 이웃 주민들의 반발로 무산됐다.
같은 날 남서부 에야와디 지역에서는 시민 불복종 운동에 참여하며 개인 의원에서 환자들을 무료로 치료하던 한 의사가 경찰에 체포되는 장면이 폐쇄회로TV(CCTV)에 찍혔다.

군부가 의료진을 겨냥하는 이유는 이들이 시민 불복종 시위에 주도적인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지난 3일 미얀마 최대 도시인 양곤과 만달레이에서는 의사와 간호사 등 의료진 수백명이 거리로 나서 쿠데타 반대 시위를 벌였으며 이는 공무원과 공기업 직원들의 참여로 이어졌다.

지난 12일 양곤에서는 수천명의 의사들이 중심가를 행사하며 아웅산 수치 국가고문 등 문민정부 인사 석방을 요구했다. 지난 9일 경찰의 총격으로 시위대가 중태에 빠진 소식을 외신에 알린 인물 역시 관련 의사로 알려졌다.

의사들만 갑자기 체포된 것은 아니다.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는 12일 발표에서 이번 쿠데타 이후 정치인, 시민운동가, 언론인, 승려, 학생 등 350명 이상이 구금됐으며 대부분은 적법한 절차를 밟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미얀마 군부는 지난 1일 군사 쿠데타를 일으키면서 선거 당국이 지난해 11월 총선 부정 의혹을 제대로 조사하지 않아 불가피한 선택을 했다고 주장했다. 현지 매체 미얀마 나우는 소식통을 인용해 군부가 지난 10일 밤부터 11일 새벽 사이에 각 지방 선거관리위원회 직원들을 임의동행 형식으로 연행해 속속 군부대에 구금하고 있다고 전했다.


미얀마 주요 도시에서는 군부의 불법 체포에도 불구하고 8일 연속 항의 시위가 일어났다. 이날 양곤 시위에서는 "야간 납치를 중단하라"는 글이 적힌 팻말까지 등장했다.
시위에는 의료진뿐만 아니라 교사 등 공무원들도 군부의 시위 자제 요구에 아랑곳하지 않고 시위에 참여했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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