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와 밀월 끝낸 中, 美와 전기차 패권전쟁

      2021.02.14 18:01   수정 : 2021.02.14 18:01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베이징=정지우 특파원】이달 초 중화권 매체는 일제히 같은 뉴스를 쏟아냈다. 중국 내 전기차 점유율 1위인 테슬라가 중국 정부당국에 불려가 질타와 함께 개선 사항을 요구받았다는 소식이었다. 테슬라는 중국 소비자뿐만 아니라 중국 정부도 각별한 애정을 가지는 전기차로 알려져 있다.

중국이 전기차에 관심을 가진 후 물심양면 지원을 받아왔고 이 덕분에 중국 내 전기차 시장 점유율 1위를 지켜온 전기차 브랜드이기 때문이다.

그런 만큼 중국 당국의 소환은 '놀라운 뉴스'로 받아들여졌다.
더욱이 이 정보는 중국 정부가 홈페이지에 관련 사항을 게시하면서 외부에 공개됐다. 통상 비공개인 웨탄(예약면담)을 중국 정부가 스스로 오픈하는 것은 '특정한 목적'을 가지고 있지 않으면 흔하지 않는 사례로 전해진다. 중국 금융당국에 쓴 소리를 한 마윈 알리바바 창업자 길들이기를 할 때 사용한 것도 웨탄이다.

■테슬라 무한지원에서 경계로 선회

미국과 중국의 경쟁이 정치 분야를 넘어서 민간영역으로 확대되고 있다. 각국 기술업체와 완성차 기업들이 미래 자동차 산업에서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해 합종연행 등 무한 경쟁의 시대로 뛰어는 상황이다. 그 중심에 있는 기업이 테슬라다. 이 회사는 2018년 상하이에 공장 건설 계획을 발표한 이후 중국 시장에 꾸준한 투자를 해왔고 현재 전체 매출의 20%를 중국에서 거둬들일 정도로 성장했다. 중국 역시 테슬라에게 세금 감면과 값싼 대출, 중국 지사 소유권 100% 확보, 시설 구축 등을 아낌없이 내줬다.

하지만 그 사이 중국도 자국산 전기차 업체를 발전시키는데 에너지를 집중시켜왔다. 그 덕분에 웨이라이(니오)와 비야디(BYD), 샤오펑, 리샹(리오토) 등은 세계적 관심을 받으며 투자자를 끌어 모으는데 성공했다. 인터넷 기업 알리바바와 검색 포털 바이두도 전기차 시장에 출사표를 던졌다.

미국의 전기차 개발은 테슬라 이미지가 강하지만 그 밖에도 수많은 강호가 존재한다. 제너럴모터스(GM), 포드, 피아트 클라이슬러 오토모빌(FCA) 등 이른바 '빅3'가 대표적이다. 이들은 조 바이든 대통령의 후보시절 친환경차 공약에 발맞춰 전기차 투자계획을 잇따라 발표했다. GM은 배터리와 컴퓨터에 기반을 둔 전기차 생산체제로 전환하기 위해 2025년까지 2075억달러를 투자하고 기술인력 3000명을 채용한다. 또 이 시점까지 새로운 전기차 모델 30종을 출시할 계획이다. 아예 2035년까지 내연차 개발을 중단하고 전기차에만 집중하겠다는 포부도 꺼내 놨다.

포드는 2025년까지 전기차와 커넥티드카 등 자율주행차량에 모두 220억달러를 투입한다. 올해 말에는 세단형 무스탕 스포츠 유틸리티 차량(SUV) 전기차를 출시할 예정이다. 밴이나 픽업트럭 등 상용 전기차 개발에도 집중하고 있다. 그동안 전기차에 소극적이었던 FCA 역시 2022년까지 90억유로를 투자하고 4년 내에 고급 전기차를 내놓겠다고 했다.

미국 전기차 분야의 대형 이슈는 '애플카'로 불리는 글로벌 정보통신(IT)기업 애플의 전기차 시장 진출 여부다. 애플이 2024년을 목표로 '애플카'를 개발하고 있다 소식이 알려지면서 전 세계를 뜨겁게 달궜다. 다만 애플의 공식적인 입장 표명은 아직 없다.

제2의 테슬라를 꿈꾸는 벤처기업도 주목을 받고 있다. 아마존과 포드가 대규모 투자한 리비안 오토모티브는 오는 6월 고객들에게 세계 최초의 전기 픽업트럭 'R1T' 인도할 계획이며 연내 기업공개(IPO)를 추진 중이다. 루시드 모터스는 올 봄부터 고급 전기 세단 '루시드 에어' 양산을 시작한다. 미국 전기버스 제조기업 프로테라는 북미 전기버스 시장을 60% 이상 점유하고 있다.

미국 내 전기차 개발에 불을 붙인 것은 바이든 대통령이다. 그는 2030년까지 충전소 50만 개 추가 설치, 모든 버스와 정부 차량의 전기차 도입, 세제 혜택, 전기차 제조기업에 대한 인센티브, 소비자 인센티브 제공 등을 약속하며 전통 자동차업체와 벤처기업에게 당근을 던졌다.

■정부주도 中전기차, 세계 최대 시장

중국은 사회주의 특성 적극 반영해 국가가 전기차 개발을 주도하는 형태다. 중국 정부는 2025년까지 전기차 비중을 당초 20%에서 25%로 상향 조정했으며 2035년에는 전기차·수소차, 하이브리드차(PHEV)를 50%까지 끌어올리고 휘발유·디젤 엔진 차량은 완전히 퇴출시키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를 위해 전기차 구매 보조금 정책을 2022년까지 2년 연장했고 판매세는 면제키로 했다. 농촌에서 중저가 신에너지차를 판매하면 보조금을 지급한다.

중국 국무원은 △순수전기차 등에 대한 연구개발 강화 △핵심 기업 육성 △핵심 시스템 플랫폼 구축 가속화 △신에너지차와 에너지산업·교통산업·정보통신산업 등의 융합발전 추진 △스마트 제조 수준 향상 △충전·배터리 교체 네트워크 구축 등을 담은 '2021~2035년 신에너지차 산업 발전 계획안'을 작년 10월 통과시켰다. 상무부는 이달 초 발표한 '자동차 소비 촉진 지침'에서 차가 없는 가정이 새로 전기차를 사면 번호판을 주는 방안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중국은 2010년대 초반부터 심각한 도시 대기오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도시별로 연간 자동차 번호판 발급량을 일정 수준으로 묶는 구매 제한 정책을 도입했다. 이 때문에 베이징, 상하이 등 중국의 주요 대도시에선 추첨이나 경매 등 방식으로 번호판을 확보할 수 있다. 상무부의 정책은 차량 수 증가로 인한 도로정체 등 부작용을 감안하더라도 신에너지차를 확대하겠다는 의지의 표명인 셈이다.

중국산 전기차 업체의 동향도 공격적으로 전환되고 있다. 중국판 테슬라로 불리는 니오는 쓰촨성 성도인 청두에서 고급 세단인 'ET7' 모델을 공개한 뒤 가격을 44만8000위안(배터리팩 포함)으로 정했다. 또 안후이성 허페이의 합작 회사 전기차 생산 능력을 2배로 늘였다. 니오는 주력 전기차인 'ES6'와 'ES8'의 연간 생산 능력을 12만대까지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니오 외에 비야디와 샤오평, 리샹 등도 맹렬히 테슬라를 추격하고 있다. 중국에서 전기차 업체는 200여개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공룡 정보통신(IT)업체인 알리바바와 바이두는 상하이 자동차, 지리자동차 등과 각각 뭉치며 전기차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텐센트는 니오에 투자하는 방식으로 전기차 시장에 참여했다.
세계 최대 전자제품 주문자 상표 부착 생산(OEM) 업체인 대만 폭스콘은 지리자동차와 주문 제작 전문 회사를 공동으로 설립했다.

jjw@fnnews.com 정지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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