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갑 만학도, 서른둘 남자간호사…영진전문대 이색졸업생

61세 만학도의 열정으로 졸업장을 품애 안은 조월조씨가 15일 오후 대구 영진전문대에서 학사복을 입고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영진전문대 제공) © News1

61세 만학도 조월조씨가 강의 내용을 적은 메모지에는 깨알 같은 글씨가 가득하다. (영진전문대 제공) © News1

(대구=뉴스1) 공정식 기자 = "망설이다가 도전한 대학 생활이 지금껏 경험해보지 못한 멋진 세상이었습니다.

귀한 배움이 헛되지 않도록 도움이 필요한 사람을 위해 봉사하는 삶을 살고 싶습니다."

1979년 고교 졸업 후 40년 만에 다시 공부해 영진전문대 사회복지과에 입학했던 조월조씨(61·여)가 19일 전문학사 학위 취득을 앞두고 이렇게 말했다.

경남 창녕지역 여성택시기사 1호인 조씨는 요리, 미용, 사물놀이 등 다양한 취미와 봉사활동으로 바쁜 생활을 하던 중 딸의 권유로 2019년 창녕에 개설된 영진전문대 사회복지과에 입학했다. 직장인을 위한 산업체위탁과정으로 야간반이다.

오랜 망설임 끝에 대학에 입학했지만 두려움이 앞섰다는 조씨는 "늦은 나이에 수업 듣고 시험 치고, 과제와 실습에 필요한 컴퓨터 사용까지 보통 힘든 일이 아니었죠. 특히 나이 들어 암기력이 떨어져 무척 힘들었어요."

마음을 굳게 먹은 조씨는 낮에는 다양한 직업 활동을 이어가고 밤에는 책을 펴들었다.

"강의를 녹음해 노래처럼 무한반복 재생해서 듣고, 작은 메모지에 빼곡히 적어 이동 중에 외우고 또 외웠어요. 1학년 기말고사 때 장애인 송년의 밤에 참석해 지체장애인들과 함께 풍물공연을 마친 뒤 땀을 뻘뻘 흘리며 달려가 시험쳤던 기억이 납니다."

조씨는 '늦지 않았을까?' 배움을 앞에 두고 망설이는 사람에게 "주저하지 말고 무조건 도전하라"고 권유했다.

또 "대학에서 얻은 소중한 경험 덕분에 내 인생에 자부심과 긍지를 갖게 됐다"며 "지식을 헛되지 않고 의미 있게 쓰는 방법을 찾아 이웃과 함께 나누는 삶을 살고 싶다"고 덧붙였다.

대학은 봉사와 나눔을 위한 제2의 인생을 시작하는 조씨에게 공로패를 수여한다.

28살 늦깎이로 대학 생활을 시작한 최범석씨(32·간호학과)는 대구보훈병원에 최종 합격했다.

2008년 고교를 졸업한 그는 지역 국립대에 입학했지만 적성이 맞지 않아 중퇴하고 전문대에 다시 들어가 관광분야를 전공한 후 여행사에서 일했다. 최씨는 여행사에 근무하면서 미래에 대한 불안이 가시지 않자 2017년 28세에 영진전문대 간호학과에 재입학했다.

입학 후 1학년 때 반 대표를 맡으며 나이 어린 동기들과 어울리기를 주저하지 않았고 취업을 위해 상위권 성적을 유지하는 등 학업을 게을리하지 않았다.

그는 "30대에 취업 준비는 쉽지 않았지만 늦은 나이에도 노력하면 취업에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최씨는 4학년이던 지난해 여러 곳에 지원서를 낸 결과 대학병원 2곳에 예비 합격했으며, 대구보훈병원에 재지원해 지난해 12월 최종 합격 통보를 받았다.

최씨는 "대학에서 배운 지식에 더 연구하고 공부해 환자의 마음까지 보듬을 수 있는 따뜻한 간호사가 되겠다"고 말했다.

영진전문대는 19일 전문학사 2733명, 학사 369명 등 3102명의 졸업생을 배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