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폭 미투
2021.02.15 18:00
수정 : 2021.02.15 18:28기사원문
보통 50~60대들이 영화 '친구'나 '말죽거리 잔혹사'에서 학창시절의 어둠을 느꼈다면 30~40대는 '바람'에서 성장기 질풍노도를 실감한다. 불량한 청소년이 어른으로 커가는 과정을 그린 대표적 성장영화다. '친구'나 '말죽거리 잔혹사'의 주인공이 학교폭력을 배경으로 한다면 '바람'은 과장된 폭력이나 일진들의 의리보다 문제아의 일상에 초점을 맞춘 점이 다르다.
지난해 국가인권위원회는 전국 초·중·고 학생선수의 인권침해 실태를 발표했다. 5만7557명(유효응답)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신체폭력'을 당했다고 응답한 비율은 14.7%(8440명), 성희롱·성폭력 등을 경험했다고 응답한 비율은 6.7%(3829명)였다. 특히 신체폭력을 당했다고 응답한 중·고 선수 6155명 중 4898명(79.6%)은 신고를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보복 등이 두려웠다는 응답이 24.5%였고, 대처방법을 몰랐다는 응답도 13%에 달했다.
대책 없이 당하기만 하던 학폭 피해자들의 대반격 '학폭 미투'가 시작됐다. 학폭 가해자임을 인정한 여자배구 국가대표 이재영·이다영 쌍둥이 자매의 영구퇴출을 촉구하는 청와대 국민청원 참여인원이 15일 오전 10만명에 육박했다. 배구협회는 두 선수의 국가대표 자격을 무기한 박탈했다. 남자배구 선수도 처벌을 앞두고 있다. 트로트 오디션 프로그램 '미스트롯' 시즌2에선 가수 진달래가 학폭 사실을 인정한 뒤 무대에서 하차했다. 과거 학폭 가해자에 대한 단죄를 통해 미래 학폭 희생자를 구하는 전쟁이 진행되고 있다. 싸움질 잘하고 남 괴롭히는 게 자랑이던 학폭시대의 종언을 기대한다.
joo@fnnews.com 노주석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