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릴 수 있었던 아이··· '정인이 사건' 법정서 오열한 어린이집 원장

      2021.02.17 13:05   수정 : 2021.02.17 15:04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입양된 지 10개월 만에 양부모 학대로 사망한 고 정인양(입양 후 안율하·사망 당시 16개월) 사망사건 2차 공판에서 첫 증인으로 나선 어린이집 원장 A씨가 오열했다. A씨는 5월 첫 아동학대 신고를 접수하고, 9월 3차 신고 당시에도 아동을 소아과 병원으로 데려간 당사자다.

그럼에도 정인양과 학대 의심자인 양부모를 분리할 수 없었던 A씨는 3번째 신고조차 경찰과 강서아동보호전문기관이 '혐의 없음'으로 종결하자 더이상의 대응을 하지 않았다.



A씨는 정인양이 마지막으로 등원한 10월 12일 당시 "정인양이 심각한 상태였음에도 왜 조치를 취하지 않았느냐"는 검찰 질문에 울음을 쏟아냈다.


■어린이집 원장 충격 증언 이어가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3부(신혁재 부장판사)는 17일 살인죄 등으로 기소된 양모 장모씨와 아동복지법 위반 혐의를 받는 양부 안모씨에 대한 2차 공판을 진행했다.


이날 재판에선 검찰이 신청한 증인이 나와 증언했다.

검찰은 증인신문을 통해 정인양의 상태와 양모의 인식 정도가 살인의 미필적 고의에 이를 만큼 심각했음을 입증하는데 주력했다.

첫 증인으로 나선 A씨는 양부모와 조부모 외엔 정인양을 가장 가까이에서 지켜본 인물이란 점에서 관심을 모았다. A씨는 5월 25일 아보전에 신고를 접수할 당시 상황에 대해 상세하게 증언했다. A씨는 아보전에 신고한 이유에 대해 "25일에 담임선생님이 저를 불러서 가보니 아이가 다리랑 배에 상처가 나서 왔다"며 "항상 윗부분에 상처가 났지만 아랫부분에 상처가 나서 놀랐다"고 말했다.

A씨는 허벅지와 배는 다른 아이의 경우에도 멍이 들거나 상처가 나는 경우가 드물다고 증언했다.

A씨는 이어 "원장으로서 부모교육을 잘시켜야 하는데 그게 (실현하기) 부족한 부분이 있어서 아보전에 신고를 했다"며 "당시에 제가 신고한 걸 부모가 몰라 관계가 나빠지진 않았다"고 설명했다.

양부모의 태도는 두번째 신고 이후 급격히 달라졌다. 당시 양모 장씨의 지인이 정인양이 차 안에 오래 혼자 있는 모습을 목격하고 신고했는데, 장씨는 이를 입양아에 대한 편견이라고 주장했다는 것이다. A씨는 누가 신고를 했는지까지 장씨가 정확히 알고 있었다고 전했다.

A씨는 "(장씨가 사람들이 정인이를) 입양아라는 편견으로 바라보는게 싫다고 했다"며 "그 이후에도 한동안 코로나 때문에 등원을 시키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장씨 부부는 정인양을 코로나를 이유로 등원시키지 않으면서도 정인양 언니인 친딸 안모양은 정상적으로 등원시킨 것으로 확인됐다.


■"무게감 안 느껴질 만큼 가벼워"
정인양은 이후 9월에야 다시 정상 등원을 시작했다. 양모 장씨가 유방확대 수술을 받은 이후로, 성형 후유증으로 인한 불편이 등원의 계기가 된 것으로 추정된다.

A씨는 이 당시를 회상하며 눈물을 쏟았다. A씨는 "다른 애기가 온 줄 알았다"며 "너무나 많이 야위었다"고 떠올렸다. A씨는 이어 "저뿐만 아니라 임직원들 모두가 너무나 많이 변한 율하의 모습을 보고 힘들어했다"며 "제가 안아보니 무게감이 느껴지지 않을 만큼 가벼웠다"고 말했다.

A씨는 "다리랑 허벅지 부분이 바들바들 떨고 걷지를 못했다"면서 "어린이집 생활이 어려울 것 같아 병원에 확인하고 싶어서 데려갔다"고 말했다. 이날이 9월 23일로, 아이를 진찰한 소아과 원장이 직접 경찰에 신고를 했지만 경찰은 이번에도 내사종결 처리했다.

당시 사건을 처리한 서울 양천경찰서 담당 경찰관들은 정직 3개월 처분을 받았다.

A씨는 정인양이 사망하기 전날인 10월 12일 정인양을 마지막으로 봤으나 이때에는 어떤 조치도 하지 않았다. A씨는 "맨발로 왔고 손과 발이 너무 차가워서 양말을 신겨줬다"며 "모든 것을 포기한 그 모습이었다"고 증언했다.

검사가 왜 이날은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느냐 묻자 A씨는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하며 오열했다.


■살릴 수 있었던 아이, 비극으로 결론
검찰은 A씨 등 증인들의 증언을 통해 장씨와 안씨 부부가 부인하고 있는 공소사실을 입증하겠다는 입장이다. 장씨는 살인의 미필적 고의도 없었다고 주장하고 있고, 안씨 역시 장씨의 학대사실을 몰랐다고 주장하는 상태다.

한편 정인양은 생후 7개월 때인 지난해 1월 안씨와 장씨 부부에게 입양됐다. 정인양은 9개월 만인 지난해 10월 13일 서울 양천구 목동 한 병원에서 사망했다. 온 몸에 멍이 들어 있었고 복부와 뇌에 큰 상처가 발견됐다. 장씨는 “아이가 소파에서 매트가 깔려 있는 바닥에 떨어졌다”고 주장했지만 병원은 아동학대를 의심하고 신고를 접수했다.

이후 밝혀진 사실은 충격적이기까지 했다. 양모 장씨는 입양하고 겨우 한 달이 지난 시점부터 정인양이 숨진 10월까지 지속적인 학대와 폭력을 행사했다. 지난해 5월부터 총 3차례 아동학대 의심 신고가 있었지만 경찰은 구체적인 학대 물증을 찾지 못했다며 정식 사건으로 전환하지도, 분리조치를 하지도 않았다.

수사과정을 감시해야 할 강서아보전 역시 이렇다 할 조치를 하지 않았다.

지난해 12월 검찰이 공개한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부검결과는 충격적이었다.
정인양 사인은 췌장 절단으로 인한 복강막 출혈이었다. 국과수는 췌장 절단 외에도 복수의 장기 손상과 광범위한 출혈이 있었다는 결과를 내놨다.
발생 시기가 다른 골절상 7곳과 다수 피하출혈 흔적도 함께 발견됐다.




pen@fnnews.com 김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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