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인이 사건' 홀트 담당자 "하루만 못먹어도 병원갈텐데" 눈물
2021.02.17 15:34
수정 : 2021.02.17 16:46기사원문
두 번째 증인으로 나선 홀트아동복지회 사회복지사 A씨는 정인양 생전 아동상태 확인을 위해 양부모와 정기적으로 연락을 취한 인물로, 당시 상황을 증언했다.
A씨는 정인양 양모 장모씨가 "병원에 가는 걸 꺼려하는 것처럼 보였다"고 증언해 눈길을 끌었다.
■"정인이 양모 병원가는 것 꺼려해"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3부(신혁재 부장판사)는 17일 2차 공판에서 정인양 사건과 관련해 검찰이 신청한 증인 신문을 진행했다.
어린이집 원장에 이어 두 번째 증인으로 증인석에 선 A씨는 홀트아동복지회 사회복지사로 입양아 사후관리를 전담했다.
정인양과 관련해 아동학대 의심 신고가 이뤄진 5월 이후 다른 입양아동에 비해 더 많은 연락을 취했다는 A씨는 장씨로부터 "아무리 불쌍하게 생각하려 해도 불쌍한 생각이 들지 않는다"며 격앙된 전화를 받았다고 증언했다.
A씨는 "자기자식처럼 키우겠다고 (입양을) 한 사람이 왜 불쌍하다는 생각을 하는지 이해가 안 됐다"며 "보통 엄마들은 애가 하루만 밥을 먹지 못해도 늦은 밤에라도 병원 데려가 응급진료 받았을텐데 너무 무책임하다는 생각이 들었고 속상했다"고 말했다.
A씨는 장씨가 병원에 가는 걸 두려워하는 듯 보였다고도 증언했다. A씨는 "장하영이 선뜻 병원에 데려가겠다고 했느냐"는 검사의 질문에 "병원에 데려 가는 걸 두려워하고 꺼려하는 것으로 느껴졌다"고 답했다.
정인양에게 나 있던 멍자국에 대해 몽고반점으로 오인할 수 있는지 여부도 쟁점이었다. 피고인 측 변호인이 A씨에게 "평소 정인양에게 몽고반점이 많았느냐"고 질의한 것과 관련해 검사가 "멍과 몽고반점은 쉽게 구별이 되지 않느냐"고 확인 질문을 던진 것이다.
A씨는 "몽고반점은 파란색인데 제가 봤던 건 멍처럼 보였다"고 말했다.
■살릴 수 있었던 아이··· 시민들 '오열'
검찰은 A씨 등 증인들의 증언을 통해 장씨와 안씨 부부가 부인하고 있는 공소사실을 입증하겠다는 입장이다. 장씨는 살인의 미필적 고의도 없었다고 주장하고 있고, 안씨 역시 장씨의 학대사실을 몰랐다고 주장하는 상태다.
한편 정인양은 생후 7개월 때인 지난해 1월 안씨와 장씨 부부에게 입양됐다. 정인양은 9개월 만인 지난해 10월 13일 서울 양천구 목동 한 병원에서 사망했다. 온 몸에 멍이 들어 있었고 복부와 뇌에 큰 상처가 발견됐다. 장씨는 “아이가 소파에서 매트가 깔려 있는 바닥에 떨어졌다”고 주장했지만 병원은 아동학대를 의심하고 신고를 접수했다.
이후 밝혀진 사실은 충격적이기까지 했다. 양모 장씨는 입양하고 겨우 한 달이 지난 시점부터 정인양이 숨진 10월까지 지속적인 학대와 폭력을 행사했다. 지난해 5월부터 총 3차례 아동학대 의심 신고가 있었지만 경찰은 구체적인 학대 물증을 찾지 못했다며 정식 사건으로 전환하지도, 분리조치를 하지도 않았다.
수사과정을 감시해야 할 강서아보전 역시 이렇다 할 조치를 하지 않았다.
지난해 12월 검찰이 공개한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부검결과는 충격적이었다. 정인양 사인은 췌장 절단으로 인한 복강막 출혈이었다. 국과수는 췌장 절단 외에도 복수의 장기 손상과 광범위한 출혈이 있었다는 결과를 내놨다. 발생 시기가 다른 골절상 7곳과 다수 피하출혈 흔적도 함께 발견됐다.
pen@fnnews.com 김성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