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첫 '산재전문 공공병원' 역할 두고 울산시 고심

      2021.02.21 09:00   수정 : 2021.02.21 08:59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울산=최수상 기자】 ‘산재전문 공공병원’이 국내 처음 울산에 들어선다. 울산시민들은 높은 수준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공공병원 역할을 기대하고 있지만 현재 근로복지공단이 전국에 운영 중인 산재병원과 별반 차이점가 없을 것이라는 우려로 인해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21일 울산시 등에 따르면 산업도시인 울산에서는 지난 2003년부터 노동계 요구로 산재모(母)병원 건립이 추진됐다.

중대재해가 잦은 울산의 특성을 반영한 국내 최대·최고 수준의 산업재해 전문병원을 표방했지만 경제성이 낮다는 이유로 박근혜 정부에서 잇따라 퇴짜를 맞았다.

이후 2018년 7월 송철호 울산시장이 취임하면서 산재모병원 대신 정부가 운영하는 공공병원 설립으로 다시 가닥을 잡아 추진에 나섰다.
그러다가 이듬해인 2019년 1월 정부는 예비타당성 조사를 면제하는 조건에 ‘산재전문 공공병원’이라는 다소 애매한 이름의 ‘공공병원 ’설립을 승인했다.

막상 설립이 확정됐지만 명칭에서부터 산재병원과 공공병원이라는 성격을 동시에 가지게 되자 울산시는 이 병원을 어떻게 꾸려나갈 것인가를 두고 고민이 깊어졌다.

근로복지공단은 전국 10곳에서 산재병원을 운영 중이다. 대체로 16~18개의 진료과목을 갖추고 있다. 대부분 전문 인력을 갖춘 재활전문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수중운동재활관과 뇌졸중, 관절, 척추 등 전문특화치료과목도 운영하고 있으며, 재활 후 사회복귀에 도움을 주는 사회사업실과 건강검진센터 등도 운영하고 있다. 울산 ‘산재전문 공공병원’ 또한 근로복지공단이 운영을 맡은 만큼 현재로서는 이들과 비슷한 형태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울산시는 기존 산재병원과의 차별화를 위해 조선, 자동차, 석유화학 등 대형사업장의 산업재해와 지진·원전사고와 같은 대형 복합재난 등을 고려한 특화된 의료 연구개발(R&D)기능까지 모두 갖춘다는 방침을 세우고 있다. 개관 예정인 2024년까지는 3년 남짓 시간이 있는 만큼 보다 세밀한 청사진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울산시는 지난 17일 운영자인 근로복지공단과 울산과학기술원(UNIST)과 함께 ‘산재의료 공공연구’ 업무협약식을 가졌다. 내용은 지속적인 연구과제 발굴과 원천기술개발, 실증 및 임상시험 등을 골자로 하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직업병 연구소와 재활보조기구 연구소 등의 설치가 예상되고 있다.

하지만 공공병원으로서 대학병원 수준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고, 지방정부의 공공의료 정책을 반영하기에는 여전히 제약이 따를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남는다. 병원운영을 담당하는 부처가 공공의료를 담당하는 보건복지부가 아닌 고용노동부라는 점 때문이다.

시민단체 한 관계자는 “중대재해가 많은 도시 특성상 산재 전문성도 갖춰야 하지만 코로나19로 인해 공공의료가 턱없이 부족하다는 점도 여실히 드러났다”며 “울산시가 뒤늦게 설립을 추진 중인 울산의료원만 의지하기에는 울산지역 공공의료체계가 너무 허약하다”고 말했다.

한편 울산 산재전문 공공병원은 울주군 범서읍 굴화리 태화강변 공공주택지구 내 부지 3만3000㎡, 연면적 4만9356㎡, 지하 2층, 지상 8층 규모로 건립되며, 오는 2024년 개원을 목표로 현재 건물설계 중이다.
개원 초기 18개 진료과목에 300 병상을 갖출 것으로 예상된다.

ulsan@fnnews.com 최수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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