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대다수 원하는 수술실CCTV, 국회는 '반대'
2021.02.20 14:36
수정 : 2021.02.20 14:36기사원문
유령수술과 대리수술, 성범죄, 환자 모욕 등 꾸준히 보고돼 온 의료계 일탈행위를 견제하기 위한 장치인 수술실CCTV 설치요구를 국민 대표인 국회의원들이 스스로 묵살한 셈이다.
의료사고 유족들의 요구에도 그간 야당에 책임을 떠넘겨온 보건복지위 소속 더불어민주당 관계자들은 이렇다 할 의견을 내지 않았다. <본지 2020년 12월 5일. ‘[단독] 찬성한다던 의원 다 어딨나··· 넘어진 수술실CCTV법 [김기자의 토요일]’ 참조>
■좌절된 수술실CCTV법, 수술실은 불가침?
20일 국회에 따르면 수술실CCTV법이 이번 21대 국회에서 통과되긴 어려울 전망이다. 지난 20대 국회에서도 발의 직후 철회되는 등 진통을 앓았던 수술실CCTV법은 여야 모두가 적극적인 자세를 보이지 않으며 자동폐기 수순을 밟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정기국회와 임시국회에서도 제대로 논의되지 않고 법안심사소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한 수술실CCTV법은 19일 있었던 제1법안심사소위에서도 논의 끝에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관계자들에 따르면 수술실 내 CCTV 설치엔 대다수 의원이 부정적인 자세를 보이거나 의견을 내지 않았고, 수술실 입구에 CCTV를 설치하자는 절충안마저 좌절됐다.
특히 수술실 입구에 CCTV를 설치하자는 안은 환자 유족 다수가 반대하고 있는 안임에도 정부가 절충안으로 내놔 비판이 나온 안이었다. 이 안까지 통과가 좌절된 상황은 보건복지위 의원들이 입법에 어떤 자세를 취했는지를 짐작케 한다.
한 여당 의원실 보좌관은 "지난번에도 그렇고 국민의힘이 부정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다"며 "수술실 안에 설치하기는 이르다는 의견이 많고 수술실 밖에 설치하는 것도 부적절하다는 의견이 있는데 협의가 잘 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여당 의원실 관계자는 "수술실CCTV 설치만이 정답은 아닐 것"이라며 "다각도로 의사들의 일탈행위를 규제하는 방법 중에서 부작용이 없는 방법을 고심하고 있다"고 전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야당에 책임을 전가하는 더불어민주당의 태도가 부적절하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 소속 의원실 관계자는 "의석수가 더불어민주당이 훨씬 많지 않나"며 "표결로 해서 저 쪽만 다 찬성해도 법안이 통과되는데 계속 우리가 막는다고 여론몰이를 하는 게 무슨 의도인지 모르겠다"고 비난했다.
수술실CCTV 설치에 대한 뜨거운 국민요청에도 국회가 법을 통과시키지 않으며 수술실CCTV법은 다시금 좌절되게 됐다.
■뜨거운 여론에도 국회는 '나몰라라'
앞서 국회는 수술실CCTV 여론이 어떤지를 대국민 여론조사를 통해 조사했다. 지난해 12월 보건복지위가 전국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89%가 수술실CCTV 설치를 의무화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이재명 경기도 지사 취임 후 수술실CCTV 설치를 핵심 정책으로 추진해온 경기도 여론조사에선 찬성의견이 90%를 훌쩍 넘기기도 했다. 수술실CCTV 확대정책은 84.1%의 지지로 경기도민이 꼽은 경기도의 잘한 정책 6위에 꼽히기도 했다.
이재명 지사는 이 같은 국민여론을 바탕으로 지난해 21대 국회의원 전원에 친서를 보내 입법을 촉구하기까지 했다.
수술실CCTV 설치는 수술실이란 폐쇄된 공간에서 의사 등 일부 의료인에 의해 자행되는 불법행위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는 대책으로 요구가 높았다.
특히 지난 2013년 발생한 그랜드성형외과 여고생 사망사건, 이후 이어진 이 병원 유령수술 사건, 2016년 작은얼굴성형외과에서 공장식 유령수술로 사망한 권대희 사건 등 거듭된 일탈행위에 입법 요구가 거세게 일었다. 고 권대희씨 모친인 이나금씨가 수년 째 1인시위에 나서 공론화됐고 20대 국회에서 입법이 이뤄지기도 했다. 해당 법엔 권대희법이란 별칭이 붙기까지 했다.
이나금씨는 "의료사고가 일어나면 전문가인 의사와 병원을 상대로 피해자들이 공신력 있는 증거를 얻기가 너무나도 어렵다"며 "의사선생님들도 차에 블랙박스가 있을 거고 어린이집에 애를 보내면 어린이집 CCTV가 있어서 믿고 맡길텐데 왜 수술실에 CCTV를 달자는 의료소비자의 요구를 무시하는 건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이씨는 이어 "의사협회에서 반대를 한다고 해도 국민 대표라는 분들이 나서서 달자고 해야하는 것 아닌가"라며 "수술실에 마취된 환자가 성범죄를 당하고 의사가 바뀌어 자격없는 사람이 대신 신체를 다루는 일에 제동을 걸자는데 왜 국회가 반대하나"하고 규탄했다.
<국회 보건복지위 제1법안심사소위 위원 명단>
강병원, 김성주, 김원이, 남인순, 서영석, 신현영(이상 더불어민주당), 강기윤, 김미애, 서정숙(이상 국민의힘), 최연숙(국민의당), 전봉민(무소속) 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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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n@fnnews.com 김성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