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으로 외교하는 이스라엘, 시리아 대리 구매 의혹

      2021.02.21 23:41   수정 : 2021.02.21 23:41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과거 1~4차 중동 전쟁에서 3차례나 시리아에 총부리를 겨눴던 이스라엘이 코로나19의 세계적 대유행(팬데믹) 이후 시리아에 120만달러(약 13억원) 규모의 코로나 백신을 대신 사줬다는 주장이 나왔다. 시리아에 억류된 이스라엘 국민을 돌려받기 위해서다.

뉴욕타임스(NYT)와 이스라엘 언론들은 20일(현지시간) 보도에서 관계자를 인용해 이스라엘 정부가 러시아로부터 '스푸트니크 V' 백신을 구매한 뒤 러시아가 이를 시리아로 보냈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시리아 국영 SANA통신은 17일 러시아의 중재로 시리아에서 체포된 이스라엘 민간인 여성 2명과 이스라엘에 구금된 시리아 양치기 2명을 교환했다고 보도했다. 시리아인 2명은 이스라엘이 점령 중인 골란고원의 원주민이며, 이스라엘 여성 2명은 실수로 시리아의 쿠네이트라 지방에 들어왔다가 체포됐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19일 방송 인터뷰에서 "이스라엘은 시리아로 백신을 전달하지 않았다"라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감사하고 더는 부연하지 않겠다"라고 답했다.

이스라엘 정치권에서는 이번 보도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야당 노동당의 메라브 미카엘리 의원은 의회 외무위와 국방위에서 석방 거래에 대해 언급하고 해당 소식이 외신에서 먼저 나왔다고 강조했다. 이어 네타냐후가 "정치적 목적으로 언론보도에 검열을 가하고 있는 점을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스라엘은 1차와 3차, 4차 중동전쟁에서 시리아 군대와 전면전을 벌였으며 1967년 4차 중동 전쟁에서는 시리아 영토인 골란고원을 불법 점거했다. 이스라엘은 최근 시리아 내전 이후 사태를 관망하다 시리아 정부군이 이란의 지원을 받기 시작하자 2015년 이후 시리아 내 이란 민병대 기지를 공격했다.

NYT는 최근 아랍 국가와 국교 회복에 나선 이스라엘이 백신을 외교 도구로 사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스라엘은 지난해 미국의 중재로 아랍에미리트연합(UAE), 바레인 등 아랍 국가와 국교를 정상화했다.

한편 이스라엘에 둘러쌓여 코로나19 백신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팔레스타인은 이번 의혹에 더욱 불만이 커질 전망이다.
NYT는 이스라엘이 인구 280만명의 팔레스타인 요르단강 서안에 고작 수천회분의 백신을 공급했고, 200만 명이 사는 가자지구에는 지난주 첫 백신 접종분의 수송을 지연시켰다고 지적했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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