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CTV 영상조작·대리게임 버젓이… '범죄 사각지대' 플랫폼

      2021.02.22 17:48   수정 : 2021.02.22 17:48기사원문
서비스 제공자와 소비자를 연결하는 플랫폼 시장이 활성화되며 플랫폼에서 발생하는 범죄도 함께 늘고 있다.

사기는 물론 현행법이 금지한 CC(폐쇄회로)TV영상 조작, 대리게임, 대리과제수행 등 범죄수법도 다양하다. 반면 플랫폼에 대한 규제는 허술하다.

이 때문에 전자상거래를 중개하고 있지만 전자상거래법의 규율을 받지 않는 등의 문제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상거래 강화 SNS, 사기거래엔 면책?

22일 경찰과 업계 등에 따르면 서울 강남경찰서는 지난달 사기 혐의로 피해자라고 주장하는 60여명이 제기한 고소사건을 접수해 공동구매업체 엣지베베에 대한 수사를 진행 중에 있다.
이들은 1000여명의 피해자가 최소 수백억원대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업체는 카카오스토리를 통해 공동구매 상품을 홍보했다. 간략한 상품소개와 함께 가격과 공동구매 사이트 링크가 함께 게시됐다. 소비자들은 이 링크를 타고 업체 사이트로 이동해 상품을 구입했다. 영양제와 생필품은 물론 골드바와 상품권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제품을 시중가보다 값싸게 구할 수 있어 인기가 높았다.

해당 업체는 지난해 말부터 상품 배송을 중단해 소비자들이 입금한 금액을 편취한 혐의를 받는다. 공동구매 특성상 일반 상품거래보다 배송이 크게 늦어 피해가 커졌다는 평가다.

유사 사례는 끊이지 않고 있다. 쇼핑몰을 운영하며 카카오스토리와 인스타그램 등에서 홍보 및 판매를 한 이들이 기소돼 실형을 받는 사례도 이어진다.

하지만 경찰이 수사에 나서도 기소되는 건 쇼핑몰 업자뿐이다. 카카오스토리나 인스타그램 등 플랫폼 업자는 오픈마켓과 달리 통신판매중개업자의 책임조차 지지 않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현재 오픈마켓 등 중개업자의 책임을 강화하는 전자상거래법 개정작업에 착수한 상태지만 플랫폼 업자는 이번 개정안에서도 규제를 받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되고 있다.

■사각지대 선 플랫폼, 책임 강화해야

와디즈로 대표되는 크라우드 펀딩 업체들도 이 같은 사각지대에 서 있다. 와디즈에선 이탈리아 명품신발의 디자인을 그대로 베꼈다는 논란이 일자 펀딩을 취소한 수제화 사례, 중국에 이미 있는 0.003mm 칫솔제품을 떼와 비싼 가격에 펀딩했다 취소한 사례, 거짓 논문을 올리고 중국산 미검증 샤워기 제품을 판매한 사례 등 비슷한 문제가 속출했다.

이 뿐만이 아니다. 지난해 말엔 와디즈를 통해 5억원대 투자를 받은 게임업체가 도산위기에 몰려 논란이 됐다. 업체 투자자들은 해당 업체가 재무제표를 게시하지 않았음에도 이를 방치한 와디즈에 책임이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 같은 사례에도, 현실적으로 책임을 묻기는 어렵다. 자본시장법이 온라인소액투자중개업자를 책임주체로 규정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윤민섭 한국소비자원 선임연구원은 '투자형 크라우드펀딩 도입방식에 관한 비판적 검토' 논문에서 "온라인소액투자중개업자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정책적 판단으로 생각되지만 발행인에 대해서 일반투자자보다 많은 정보를 가지고 있을 수 밖에 없는 온라인소액투자중개업자에게 자본시장법상 책임을 규정하지 않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과태료에 관한 규정이 존재하고, 민법상 불법행위책임을 부담하게 되지만 투자자보호에 미흡한 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당근마켓과 숨고 등 개인 간 직거래가 이뤄지는 플랫폼에서도 불법행위가 이어지고 있지만 업체 책임을 묻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온라인 게임을 대신해준다고 홍보하거나 36주 된 아이를 입양시키겠다는 게시글 등이 올라와 논란이 된 당근마켓에선 여전히 직접 만든 식품이나 의약품, 의료기기가 판매되는 사례가 빈발한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온라인에서 판매하는 의약품은 제조·유통 경로가 명확하지 않아 안전성을 확인할 수 없고, 심각한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며 플랫폼 업체 4곳과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자율규제 및 모니터링을 강화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숨고와 크몽 등에서 CCTV 영상의 날짜 부분만 변경해줄 것을 요청하거나 대학교 과제물과 입사지원서 등을 대신 작성해달라고 부탁하는 사례도 있다. 현행법에 저촉될 소지가 다분하지만 플랫폼 업체엔 규제를 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숨고와 크몽에서 활동하는 한 영상전문가는 "CCTV 영상 편집 의뢰가 자주 들어온다"며 "CCTV 영상 구석에 나오는 날짜랑 시간 조작은 마음만 먹으면 한 시간 짜리 영상이라도 30분 정도에 처리가 가능한데, 이런 일을 하는 사람이 제법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pen@fnnews.com 김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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