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내기 된 난민소녀에 기숙사비 모아준 성공회대 직원들

      2021.02.23 11:00   수정 : 2021.02.23 11:00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성공회대학교(김기석 총장)에 난민 출신 대학생이 입학했다. 아프리카 가나 난민촌에서 태어나 10살 때인 2012년 한국에 건너온 그레이셔스다.

성공회대에 난민이 입학한 건 학부에선 처음 있는 일이다.



성공회대는 23일 2021학년도 수시모집으로 인문융합자율학부에 가나 출신 난민 그레이셔스(18·여)가 입학했다고 밝혔다.

2012년 엄마와 함께 한국에 온 그레이셔스는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한국 학교에 다니며 청소년기를 보냈다. 학창시절 식당일과 전단지 배포 등 각종 아르바이트를 하면서도 대학입학 꿈을 놓지 않았다.

어려운 가정형편 탓에 대학 진학에 어려움이 있었으나 성공회대 한국어능력우수자에게 주어지는 전액 장학금으로 첫 학기 등록금을 냈고, 한국인 지인의 도움을 받아 입학비도 낼 수 있었다. 기숙사비는 사연을 들은 성공회대 직원들이 십시일반으로 모아 100여 만원을 납부해 해결됐다.


우여곡절 끝에 21학번 새내기가 된 그레이셔스는 “비자와 경제적 문제로 대학은 못 갈 것이라 생각했었는데 대학생이 되어 많이 기쁘다”며 “내가 해야 할 일들을 잘 해나가서 졸업까지 잘하고 싶다”고 희망을 전했다.

직원 대상 모금을 주도한 성공회대 관계자는 “가족 중 유일하게 한국어를 할 수 있어 가장의 역할까지 해야 하는 힘든 상황 속에서도 꿈을 잃지 않고 앞으로 나아가려는 의지가 대견스러웠다”며 “많은 것을 배우고 성장해 한국 사회의 일원으로 사회에 기여하길 바란다”고 기대했다.

성공회대는 앞서 일반대학원 아시아비정부기구학전공(MAINS)에 콩고, 미얀마, 이라크, 예멘에서 온 난민 4명이 입학해 졸업까지 한 바 있지만 학부에 난민이 입학한 건 처음이다.

한편 그레이셔스와 그 가족들은 여전히 추방가능성이 있는 상태다.
지난 2017년 대법원으로부터 난민으로 인정된다는 판결을 받았으나 여전히 인도적체류허가자 상태이기 때문이다.

한국 정부는 난민 인정보다 임시로 인도적 체류허가를 하는 소극적 난민정책을 펴고 있는 상태다.
그레이셔스도 인도적 체류허가 상태로, 정부가 매년 있는 심사에서 비자 연장을 거부하면 출국해야 하는 불안정한 상황에 놓여 있다.

pen@fnnews.com 김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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