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남성 통과한 배수로, 우리 군은 존재도 몰랐다
2021.02.23 12:28
수정 : 2021.02.23 16:34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귀순으로 추정되는 북한 남성이 강원 고성 통일전망대 인근 해안철책을 통과할 때 이용했던 배수로를 우리 군은 존재조차도 모르고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합동참모본부는 23일 지난 16일 동해 민통선 북방에서 신병을 확보한 북한 남성의 월남 경위 등에 대한 검열단의 현장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합참은 “미상인원이 해안철책 하단 배수로를 통과해 철로와 7번 도로를 따라 남쪽으로 이동하다 제진검문소 인근 CCTV에 포착돼 신병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이 과정에서 북 남성이 이용한 배수로는 관리상태를 확인한 결과 해안수색간 부대관리 목록에 없는 배수로임이 확인됐다.
■조사과정서 3개 배수로 파악
합참은 “미상인원이 통과한 것으로 추정되는 배수로를 포함해 누락돼 있던 3개소를 식별했다”면서 “해당 배수로 차단물의 부식 상태를 고려할 때 미상 인원 통과 전부터 훼손된 상태였던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북 미상인원이 이용한 배수로는 지하로 해안 철책선에서 배후의 동해선 철도 넘어까지 이어진 길이 약 26m에 달하는 데, 군은 배수로의 존재 자체를 모르고 있었다는 점이다.
합참 관계자는 현재 해당지역의 해안철책 아래 45개의 배수로를 파악하고 관리하고 있지만 이번 조사에서 3개의 누락된 배수로를 확인할 수 있었다“며 ”다만 3개의 배수로는 경계 구역에서 보이지 않게 방벽 아래 돌출되지 않은 형태로 끝나 있어서 식별이 불가능했다“고 해명했다.
군은 이번 귀순(추정)으로 어느 철책을 넘었는가를 찾는 과정에서 해안지역 수색을 하다 관리하지 않던 3개소를 발견한 것이다.
하지만 3개의 배수로 역시 차단막이 설치되어 있고, 이것이 노후화돼 일부 훼손이 있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최초에는 군이 파악하고 관리하던 시설에서 해안경비 부대의 인수인계 과정에서 누락돼 잊혀진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국방부는 작년 7월 탈북민 김모 씨가 인천 강화도 월곳리 연미정 인근 배수로를 통해 월북한 이후 일선 부대에 수문 및 배수로 일제 점검을 지시했지만 이번 사건이 발생한 22사단은 이런 지시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은 것이다.
■지난번 배수로 뚫리고도 조치 없어
합참은 북한 남성이 총 8회 해안감시장비 및 CCTV에 노출 됐지만 미식별한 해당 부대의 상황실 간부와 영상감시병의 근무상태와 함께 배수로 일제점검 및 시설물 관리가 부실했다고 설명했다.
이로써 부대 지휘관을 포함한 경계작전 수행요원의 기강 해이가 심각한 수준으로 드러난 셈이다.
합참은 미상인원을 최초 식별한 후 안일하게 대응한 22사단과 8군단의 경게작전 수행능력과 사후 대응이 미흡했다고 결론내렸다.
이에 합참은 후속 대책으로 원인철 합참의장 주관 작전지휘관 회의를 개최해 전 부대 지휘관, 경계작전 수행 요원의 작전 기강을 확립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국방부와 합참, 육군본부 통합으로 22사단의 임무 수행 실태를 진단하고, 부대 편성과 시설, 장비 보강 소요 등 임무 수행 여건 보장 대책을 강구하겠다고 덧붙였다.
kimhw@fnnews.com 김현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