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근슬쩍 '수술실 앞 CCTV?'··· 국회, 국민 뜻 거스르나
2021.02.24 14:52
수정 : 2021.02.24 15:45기사원문
의료계 개혁에 반대입장을 공고히 한 국민의힘은 물론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조차 수술실CCTV를 수술실 밖에 달자는데 의견을 모은 것으로 전해져 논란은 증폭된다. ‘수술실에 누가 들어가는지만 파악하면 된다’는 것이다.
■수술실 앞 CCTV? "국민 뜻 무시하나"
24일 국회에 따르면 수술실CCTV 법제화 법안을 논의하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제1법안심사소위원회 소속 의원 다수가 수술실CCTV 법안을 원안과 달리 수술실 문 밖에 CCTV를 달아 출입만 확인하는 것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전해졌다.
수술실 내부는 인센티브 제공 등을 통해 병원이 자발적으로 설치하도록 하자는 주장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
‘국민의힘을 설득해 법안을 통과시키겠다’던 더불어민주당 의원 상당수가 이 같은 입장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보건복지위와 제1소위 모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과반을 차지하고 있어 법안 통과는 여당에 달렸다는 분석이다.
해당 안은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가 지난 임시회에 제출한 방안이다. 사실상 첫 정부 공식 제안으로, 공공의료기관은 수술실 내부에 CCTV를 달고 민간의료기관은 출입구에만 설치하도록 의무화하자는 것이었다. 전국 의료기관 가운데 공공의료기관이 5%를 조금 넘는 정도에 그친다는 점을 고려하면 대부분 병원에서 수술실 내 CCTV를 달지 말자는 것이나 다름없다는 평가다.
환자단체에선 반대입장을 내놨다. 2016년 환자 마취 뒤 의사를 바꾸는 공장식 유령수술로 26살이던 아들 권대희씨를 잃은 이나금씨(의료범죄 척결 시민단체 닥터벤데타 소속)는 “수술실 바깥에 CCTV를 달자는 건 수술실CCTV 법안을 무효화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아무도 돌아보지 않던 문제를 가지고 거리에서 1인시위를 하며 이제야 논의가 되도록 했는데 그동안 방관하던 보건복지부는 왜 훼방을 놓는가”하고 비판했다.
이씨는 수술실CCTV 입법을 요구하는 1인시위를 지속해 지난 20대 국회에서 안규백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법안을 대표발의하는데 결정적 계기를 제공했다. 당시 해당 법안엔 '권대희법'이란 별칭이 붙기까지 했다.
그러나 법안은 보건복지위 의원들의 무관심 속에서 한 차례 논의도 되지 못하고 자동폐기됐다.
이씨는 최근 김민석 보건복지위원장에게 개별 면담을 요청했으나 응답받지 못했다며 1년여 만에 국회 앞에서 다시 1인시위에 나섰다.
■더민주 내에서도 "답답하다" 목소리
21대 국회에서 김남국, 안규백 의원이 각각 재발의한 수술실CCTV 법안은 난관에 봉착했다.
더불어민주당 내 한 의원실 관계자는 “우리 의원실에서도 바깥에 (CCTV를) 다는 안으로 입장을 정리했는데 개인적으로는 참 답답하다”며 “(국회가 국민 요구를 왜곡하고 있다는 시선에) 어느 정도는 공감”한다고 전했다.
또 다른 여당 의원실 한 관계자는 “아직 외부엔 (회의록이) 풀리지 않았지만 이번 임시회 논의 때 수술실 안에 CCTV를 달아야 한다고 강력하게 주장한 의원은 없었던 걸로 안다”며 “우리도 생각이 있는데 반대하는 주장에 설득력이 없다는 걸 모르겠나”하고 한숨을 쉬었다.
하지만 이들조차 왜 수술실 내부에 CCTV를 달도록 하는 법안이 통과되지 않는지에 대해선 명확한 답을 내놓지 않았다.
현재 법안을 논의하는 제1소위 소속 의원 11명 가운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6명으로 과반을 차지한다. 강병원, 김성주, 김원이, 남인순, 서영석, 신현영 의원이다. 이들 모두 기본적으로는 수술실CCTV법에 찬성한다는 입장이지만, 구체적으로 수술실 안에 CCTV를 다는 원안에 찬성하는 의원은 “강병원 의원 정도가 아니겠나”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에 대해 강 의원실 관계자는 “아예 없는 건 아니고 동의해주시는 의원 분이 있다”면서도 구체적으로 몇명이고 누구인지는 밝히지 않았다.
한편 도지사 취임 후 수술실CCTV 설치를 주요 정책으로 추진해온 이재명 경기도 지사는 '입법 없이 자율적 설치는 어렵다'는 판단 아래 "1380만 경기도민을 대표해 경기도민의 안전을 위해 국회의 적극적이고 전향적 노력을 촉구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경기도는 지난해 CCTV 설치비를 지원하는 혜택을 걸고 공모까지 진행했지만 응한 병원은 도내 단 2곳에 불과했다.
pen@fnnews.com 김성호 기자